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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키타 GUGU 1 - 10점
토노 지음/조은세상(북두)

신년 첫 포스팅이 만화로군요 ^^a

전 8권의 순정만화랍니다. 사실 말이 좋아 순정이지 그림체 빼 놓고는 순정이라고 부르기도 뭣하군요.
치키타 구구는 요괴에게는 치명적인 맛없는 인간입니다. 얼마나 맛이 없냐며는 그녀석에게 혀만대도 너무 맛이 없어서 식인 요괴가 죽어버릴 정도로 치명적으로 맛이 없습니다. 그런 치키타지만 백년 동안 잘 숙성시키면 천상의 맛을 내는 인간으로 변한답니다.(무슨 설정이 이 모양인지)
아무튼 치키타의 부모를 잡아 먹어버린 식인 요괴 라 라무 데라르는 진짜 맛있는 인간을 먹어보기 위해 치키타를 기르기로 합니다. 백년동안이나요....

이게 이 만화의 기본 설정입니다. 문제는 인간이라는 것이 워낙 약체라서 백년 동안이나 살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결국 식인요괴 라는 치키타를 온갖 위험으로 부터 보호하고, 잘 먹이고 정서적으로 안정시켜서 장수시킬 책임도 함께 떠 안은 겁니다.

부모를 잡아 먹은 요괴로 부터 보호 받고 사육당하는 소년이라니 이 얼마나 끔찍한 설정인지....

하지만 정작 만화는 순정만화 타입의 하늘하늘 그림체이고 두 주인공 역시 별반 위기의식 없이 천연덕스럽게 삽니다.
돼지나 소가 부모가 잡아 먹혔다고 사람에게 복수를 하지 않틋이 치키타도 별반 복수 같은 거 꿈꾸지 않습니다.
(엄청 쿨한 녀석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거 어디서 본 설정 같기도 합니다.
치키타는 주술가 집안의 마지막 자손이지요. 게다가 식인요괴 하나가 잡아 먹겠다고 같이 삽니다. 그러다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정도 들고 하다보니 친구 비스므레한 사이도 됩니다.- 억! 이거 요괴소년 호야 잖아!!!!!!
호야도 주술로 이름 높은 절집 아들에 틈만나면 잡아 먹겠다는 요괴 토라와 함께 요괴들의 무찌르며 우정을 쌓아가는데 이 녀석들도 그러네~ 인 겁니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호야는 소년만화 특유의 열혈과 피눈물의 세계이고, 치키타 구구는 사뭇 쿨하다는 점이겠죠.
썰렁하지만 천연덕스러운 유머 감각도 있고요. ^^

그리고 결정적인 차이는 호야가 결국은 모든 문제를 함께 '힘'으로 해결한다면 치키타 구구는 순정만화답게 마음으로 해결한다는 점입니다.

치키타 구구는 말합니다. 함께 할 존재만 있다면 불로불사도 쉬운 일입니다. 서로 다른 개체가 서로를 생각하고 아껴주는 사이가 되는데는 백년도 모자르지만 어찌보면 꼭 백년이나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누군가가 곁에 있으면 죽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이 듯 외로운 사람은 언제 죽어도 상관 없는 마음이 되는 것이 사필귀정(?)입니다. 죄를 묻는 것은 인간이지만 그것도 각자의 사정입니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모아 침물하는 일본 열도를 구할 근성 같은 것은 필요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인간은 이미 충분히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고 있으며, 또 그렇게 죽습니다. 라고....

그림과 연출의 묘가 좀 더 살았으면 예술의 경지에 올랐을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치키타 구구는.





신년 첫 수확으로 오래 남을 만화 한편을 찾은 것도 복이겠지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