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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 8점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최인자 옮김, 제인 오스틴 원작/해냄

솔직히 제인 오스틴의 세계는 버겁습니다.
인간관계들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 속출하지요.
공식, 비공식적인 신분관계. 재산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편견. 예절. 체면 등등 등등.
지금과는 다르고 우리와는 또 다른 상황이기에 바다 건너 사람들은 몰라도  도통 이입이 안됨니다.

그런데, 그런 제인 오스틴의 세계를 좀비가 나오는 요상한 세계로 바꿔버린 소설이 나왔다길래 "헉! 이건 뭐지?"라는 심정으로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에잉~입니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400페이지짜리 거대한 농담입니다.
특히나 마지막에 붙인 '독자 분들을 위한 가이드'는 영미권 순문학에 대한 조롱에 가깝습니다.
이제는 문학도 이외에는 별로 쳐다보지도 않는(제인 오스틴은 아직 그 경지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마는...) 지루한 독서에 대한 공들인 장난질이라고 할까나요. 뭐 장난질치고는 무척 공도 들이고, 돈도 들이고, 돈도 번것 같기는 합니다마는 장난질은 장난질이죠. 그냥 한여름밤이든 한겨울밤이든 키득키득거리면 읽고나면 '땡'입니다.

킬링타임용으로 권합니다.
다만 농담을 이해 못하는 진지한 문학도에게 절대 권할 수 없습니다.
아니 문학도가 아니라도 평소에 '내가 쫌 진지하다는 소리를 듣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도 권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19세기풍의 영국드레스를 입고 카타나를 휘두르며 샤오린쓰의 쿵푸를 구사하는 여자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제인과 엘리자베스가 소림사의 속가제자라니 하하하하. 키이라 나이틀리라면 어쩌면 어쩌면............................ 어울릴지도.(전 상상해 버렸습니다-기회가 되면 그려보고 싶기도 합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