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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 - 8점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샘터사

맨날 고전 아니면 30년쯤 전 작품들만 보다가 오래간만에 마주하게 된 최신판 SF입니다.
저자 본인이 밝히고 있듯이 로버트 A. 하인라인에게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아니 그뿐만 아니라 조 홀드먼(영원한 전쟁)에게 진 빚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늦게 태어났는데...

이야기는 수백 년 뒤 가상의 미래.
지구는 과포화 상태가 된 지 오래이며, 지구인류는 다른 은하에서 행성을 개척하여 삶의 터전을 넓혀 가지만, 지성을 갖춘 갖가지 외계 생명체들과의 피비린내 나는 경쟁이 언제나 골칫거리입니다.
주인공 존 페리는 75세 생일에 아내 캐시의 무덤에 작별을 고하고, 75세 이상만 뽑아 주는 ‘이상한 군대’ 우주개척방위군(CDF)에 입대합니다. CDF에 입대하는 순간 지구의 고국에서는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고, CDF 요원이나 군인이 지구로 돌아오는 일은 없습니다. 그는 정말 영원한 전쟁 속으로 제발로 걸어 들어가는 짓을 했는지도 모르지요. 상황이야 두고봐야 겠지만.

주인공 존 페리는 엔더처럼 속고 있는 것 같지도 않으며, 조니 리코보다는 복잡하고, 그렇다고 해서 만델라 소령과 닮은 것도 아닌 캐릭터입니다.
지구에서 75년을 살았고, 대단히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했으며 이제는 CDF의 군바리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젊은 육체에 눍은이일뿐인거죠. 아참. 왜 젊은 육체에 늙은이냐면 CDF는 신병들에게 유전적으로 조작된 생물학적으로 강화된 육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녹색 피부에 고양이 눈을 가진 이 육체는 읽는 순간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를 연상시키는 그것입니다. 계속적으로 링크되어 있는 것보다는 의식의 완전 전이를 선호한다는 점에서는 아바타보다는 불사신주식회사 같기는 합니다마는 아무튼 그 겉모습이나 운동능력등은 아바타를 상상하며 읽으면 쫌 더 구체적으로 와닿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외계인 중에서 콘수는 프레데터를 르레이는 클링온을 연상시킵니다. 뭐 다른 외계인을 떠올리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습니다. 덧붙여서 거미형 외계인도 잠깐 언급되기는 하는데, 황소대가리 외계인은 안나오더군요. 영원히 전쟁할 생각은 없던가 아니면 아버지는 하인라인 한명으로 족하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앤서블이 없는 세상에서 무인도약기를 이용한 전령시스템을 만든 것은 약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약아 빠진 것은 철학적인 문제는 이야기의 진행으로 커버해 버리는 야부리 솜씨입니다. 인간을 다른 육체로 전이 시킨다는 문제에 있어서 인간의 의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기억이라는 데이터 뿐인가?라는 질문이 던져지기만 하고 그냥 넘어갑니다. 마치 의식하지 않거나 없는 문제인냥 눙치고 넘어가는데 깜빡하면 간과하기 쉽상입니다.
하긴 기억이라는 데이터를 육체라는 하드에 옮긴다고 해서 저절로 작동되리라는 믿음은 너무 순진해서 어려운 질문이기는 합니다. 과연 인간의 기억을 의식이라는 형태로 돌리는 OS는 무엇일까요? 기억이라는 데이터 없이도 유령여단이라는 하드가 살아 움직인다면 기억이라는 데이터를 빼버리고 버려진 늙은 육체에는 무엇이 남아있는 것일까요? 과연 기억을 빼기는 한것인지 사실은 복사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겨진 늙은 육체는 무엇이며,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라는 질문은 급박하게 진행되는 전쟁이야기에 묻혀서 행간 속에 잠복해 버립니다. 약았죠. ^^

후속작 유령여단은 이미 번역되어서 출간 되었고, 시리즈 3부인 마지막 콜로니(Last Colony)는 2007년에 외전인 세이건의 일기(Sagan's Diary)는 2006년에, 시리즈 4부인 조의 이야기(Zoe's Tale)는 2008년에 출간 되어있다니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 볼랍니다.

존 스칼지의 이야기 솜씨는 충분히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니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