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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여단 - 8점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샘터사

존 스칼지의 전작 '노인의 전쟁'은 재미있습니다.
기존 장르소설. 특히 과학소설류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조금 다른 세계를 창조해 놓았죠.
우주전쟁 서사물도 새로워질 수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그리고 그 노인의 전쟁의 후속작인 유령여단이 나왔습니다.
성공한 주인공의 후일담이 아니라 그 주인공의 여친이 겪는 우주전쟁입니다. 시점도 1인칭에서 3인칭이 되었고요.
더불어서 존 스칼지의 우주도 좀 더 정교해지고 풍성해졌습니다. 다음을 위한 떡밥도 던져졌고요.
여전히 약아 빠졌고, 스피디한 이야기꾼입니다. 존 스컬지는.

유령여단은 말 그대로 유령들로 구성된 군사집단입니다.
입대 희망자 중 75세 이전에 사망한 사람들의 유전자를 이용하여 만든 클론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따라서 영혼이 없는 그러나 육체는 성숙한 기이한 병사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정말 영혼이 없느냐? 뭐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딱 결론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다만 하드웨어(육체)만 있다면 살아가면서 영혼이 깃드는 것 아닌가라는 잠정적인 뉘앙스만 존재합니다. 영혼이 어디서 오는지? 그 실체는 있는 것인지? 에 대한 즉답은 피하는 길을 택한 것이죠. 하긴 누가 알겠습니까?


철학적인 질문 따위는 접어두고도 유령여단은 충분히 재미있고, 그것으로 된 것일겁니다.
오히려 수 많은 선배들의 작품들을 배경으로 이만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솜씨를 즐기는 쪽이 현명해 보입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영향 받은 작가와 작품들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우주전쟁]은 결말 이전까지는 좋치만 결말은 싸구려 속임수이고, [스타십 트루퍼스]는 액션이 훌륭하나 철학적인 관념을 풀이해야 할 때가 너무 많아서 더 멍청하기는 해도 영화쪽이 더 좋았다는 평이나 [영원한 전쟁]은 까닭모를 슬픔을 안겨주었다는 대목은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듭니다.
[스타워즈]를 본 후에는 모두 광선검을 갖고 싶어했지만 실재로 존재하지 않는 기술이라 화를 냈다는 대목에서는 '콘수에게 물어보지'라면서도 동질감을 느꼈고, 이워크는 다 죽어야한다는 의견에는 그 쪽 동네에서는 왜들 그러시나라며 혀를 차고 말았습니다. [엔더의 게임]은 왜 안나오나 했더니 언급하더군요.
수많은 인조 생명체 중에서 프라이데이가 낑겨있는 것은 하인라인에대한 예우 차원의 배려라는 생각입니다.

한가지 개인적으로 언급하고 싶은 작품은 어슐러 K. 르귄의 아홉개의 생명입니다.
유령여단의 분대원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뇌도우미를 이용하여 서로 정신적으로 통합되어 있다는 설정이나 그 통합이 끊겼을 때의 혼란과 어른으로의 성장, 혹은 영혼의 획득은 르귄여사가 아홉개의 생명에서 묘사한 9명의 클론체들의 연대감, 그리고 그 연대감이 끊긴 다음에서야 비로서 독립된 인간 개체로서 근본적인 외로움을 깨닫게 되고, 타인에게 손을 내미는 성숙을 완성하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노인의 전쟁을 읽는 독자들이 눈치 챗을 기반과 의문점들을 어느정도 해결하거나 언급함으로써 연막을 쳐버리는 팬픽의 달인다운 풍모입니다.
참 팬픽이라고 했으니 한가지 덧붙이자면 노인의 전쟁에서는 하이쿠가 나오더니 이번에는 가메라가 등장합니다.
정말입니다.
일본SF도 놓치지 않는다!!! 라고 선언하듯이 나옵니다.
쫌 이상한 형태지만 ㅋㅋㅋ(왜 큭큭거리는지는 본문을 보시면 압니다)


아무튼 간만에 즐길 수 있는 우주전쟁 서사물이라 반갑습니다. 그리고 3부인 마지막 콜로니는 언제쯤 번역 출간될런지 궁금하고요. 내년에나 나오면 다행이지라고 미리 좌절할 정도로 우리나라 장르소설의 기반이 취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와 줬으면 하고, 이왕이면 빨리 나와줬으면 합니다.
이건은 샘터사에 부탁해야 할 문제일까요? -,.-











참, 빠진게 있군요.
르레이 과학자 카이넨은 한니발 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