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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배명훈의 '타워'

imuky 2010. 11. 18. 11:54
타워 - 8점
배명훈 지음/오멜라스(웅진)

작년에 나온 책인데 이제사 보았습니다.
외국의 장르 작가들은 챙겨 보면서 이리도 늦게 배명훈의 작품을 읽게 된 것은 제 안 어딘가에 존재하는 편견 때문이겠죠.
온전히 제 탓입니다. 하하하

연작소설 타워의 배경은 높이 674층에 인구 50만명이 거주하며 대외적으로 주권을 갖춘 독립국가가 되어 있는 빈스토크라는 가상 단일건물국가입니다. 총 6편의 이야기가 이 빈스토크를 배경으로 펼쳐져 있지요.

첫번째 이야기인 '동원박사 세 사람_개를 포함한 경우'에는 미세권력연구소를 배경으로 술이라는 물품화폐를 통해 권력장을 분석하는 내용입니다. 고급 술의 이동경로를 통해 권력의 흐름과 집중을 분석할 생각을 하다니 기발하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비정규직 동원박사를 마치 동방박사인냥 눙치는데는 햐~ 이 사람도 만만치 않은 야부리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번째 '자연예찬'은 첫번째 이야기에 비하면 평범하지만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세번째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는 비정규직 조종사의 조난사고를 아무 연고도 없는 네티즌들이 해결할 때. 감동 먹고 말았습니다. 병수, 은수, 진수라는 수자 돌림 인물들이 민소라는 비정규직 전투기 조종사를 찾게 되는 기본 골격에 선의로 전달되는 우편 시스템인 파란 우체통과 네티즌의 타크라마칸 지도 검색 노가다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게 되는 이야기의 연결이 절묘했고요. 아무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선의라면 누구에게나 준비되어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가 감동적이였습니다. 물론 이야기가 끝난 다음에 은수와 민소의 관계는 어찌 될 것인가?라는 궁금증도 한 몫했고요. (별일 이야 이겠습니까마는)

'엘리베이터 기동 연습'은 개인의 미약함이 두드러졌습니다. 그저 자신의 일에 충실했을 뿐인데 결과는 예측불허로군요. 
수평주의자와 수직주의자라는 개념도 신선했습니다.

'광장의 아미타불'은 작가의 평소 관심과도 연결되어 있는 듯 싶기는 한데, 글쎄요.

'샤리아에 부합하는'에서 보여지는 개인들은 선량합니다. 국가라는 조직은 사악해도 그 국가안에 살아가고 있는 개인들이 모두 사악한 것은 아니죠. 그러나 그 사악한 국가를 유지하는 것도 개인들이다 보니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나치 치하의 독일인들이 모두 사악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방조하거나 구성한 국가는 정말로 끔찍했으며 그 당시 독일인들의 미시 역사가 이제와서 주목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샤리아에 부합하는'의 결론은 너무 쉬운길이 아니였나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한국에서 한국작가가 팔리는 SF를 출간했다는 사실입니다.
시대와 세대가 달라져서인가요?
어린이 교양 도서가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SF가 창작되고 시장에서 호응한다는 게 장르소설 팬으로써는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시장의 크기가 작품의 질을 끌어 올리기도 하니까요.
배명훈 작가이외에도 더 많은 창작 SF소설가가 각광받는 날이 도래한다면 제 빈약한 서가도 보다 풍성해 지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내일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