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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는 <무한도전>에서 '악마의 아들'이란 별명으로 활약한다. 그는 '하찮은 형'이라 불릴 만큼 별 볼일 없는 존재다. 외모도 섭섭하고, 지능이나 성품도 참 죄송하다. 그래서인지 그는 먹는 일이든 돈 버는 일이든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아니 심지어 남에게만 이익 되는 일이라도 악착스레 달려들어 자기 하고 싶은대로 깽판을 벌이거나 악담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참 부도덕하고 못난 박명수를 우리는 얄미워할지언정 싫어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가 악다구니를 쓸 때마다, 짧은 팔다리를 바둥거리며 자기 몫을 챙기겠다고 우격다짐을 할 때마다 한편으론 친근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그는 우리 안에서 질기게도 살아남은 유아적인 본능, '이기심'을 연기하기 때문이다. 세련되고 도덕적이며 이타적인 성인의 모습이 아니라, 오직 내 멋대로 하고 싶은 마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영원히 내 몫은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우리의 소심한 절박감을 이 '하찮은 악마'에게서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은 '하찮은 악마'에 대한 우리의 애정은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기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측면이 더 있다. 박명수에게서 중요한 것은 그의 '악마'근성이 아니라 '하찮은'자질이기 때문이다. 그가 아무리 못된 짓을 해도 연민의 대상으로 추락하고 마는 까닭은 그의 이기적인 모습에는 우리 누구나 유쾌하게 긍정할 수밖에 없는 '뭘 해도 잘 되지 않는 나'에 대한 연민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박명수를 보면서 이기적인 나를 발견하고 그 동질감에서 박명수를 이해하고 수용한다. 나아가 그런 박명수를 배척하지 않음으로써 남에게 피해조차 제대로 끼치지 못하는 무능력한 나에 대한 연민을 마음껏 발산해 보는 것이다.
『전을 범하다』- 이정원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2010 (259P~2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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