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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이야기 - 상 - 8점
니시오 이신 지음, 현정수 옮김, VOFAN 그림/파우스트박스
괴물 이야기 - 하 - 8점
니시오 이신 지음, 현정수 옮김, VOFAN 그림/파우스트박스


헛소리꾼 시리즈의 니시오 이신의 신작입니다.
신작이라고 했지만 제게 신작이지 이미 애니화까지 마친 히트작이죠. -,.-a

니시오 이신 (西尾維新, にしお いしん)은  스무살 되던 해인 2002년 '잘린 머리 사이클'로 제23회 메피스토 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일본의 소설가로 필명 니시오 이신은 로마자로 바꿨을 때 ‘NISIOISIN’에서 O를 중심으로 문자가 대칭되는 회문입니다.

필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말장난과 파자에 능한 이야기꾼입니다.
상, 하권 합쳐 1,122쪽의 소설을 취미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부럽습니다.

이번에 읽은 '괴물 이야기'는 청소년 소설입니다.
황당한 추리나 어이없는 폭력보다는 기이한 이야기에 성장의 고민을 살짝 얹어 놓은 모양새입니다.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소설 속 캐릭터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든 듯한 대사와 현실성 없는 농담이 난무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조금진지해진 듯합니다.

이야기를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본편의 주인공 아라라기 코요미는 고3 봄방학 2주간 농담처럼 흡혈귀가 되었다가 지나가던 아저씨 오시노 메메의 구원으로 인간으로 돌아온 소년입니다. 그리고 반장 하네카와 츠바사는 골든위크 동안 고양이에게 홀렸던 전적이 있지요.
이 두사람의 이야기는 본편 중간 중간 암시만 될뿐 나오지는 않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다른 소설의 이야기이지요.
괴물 이야기는 이 두사람이 괴이와 만난 직후 다시 접하게 되는 또 다른 괴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순서대로 살펴보면 센조가하라 히타기의 게, 하치쿠지 마요이의 달팽이, 칸바루 스루가의 원숭이, 센고쿠 나데코의 뱀, 츠바사 반장의 고양이입니다.

게는 무게를 빼앗아가고, 달팽이는 길을 잃고, 원숭이는 소원을 들어주고, 뱀은 옥죄어오고,,,,, 고양이는 장난을 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이쪽도 저쪽도 아닌 경계에서 일어나지요.
주인공 아라라기는 2학년도 3힉년도 아닌 봄방학 시기에 어이없는 경험을 했고요. 반장 츠바사는 새학기에 찾아 온 긴 휴일 동안 고양이에 홀렸고, 스루가는 산타클로스는 믿지 않지만 도라에몽의 비밀도구는 믿을 나이인 초등하교 4학년 때 처음으로 원숭이에게 소원을 빌었습니다. 영원히 길을 헤메는 유령 하치쿠지도 초등학교 5학년으로 보이고, 첫사랑의 불안은 중학교 2학년 센고쿠에게 뱀의 저주를 겁니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경계. 그 중에서도 경계의 틈새에 아이들은 괴이와 접하게 되는 것이죠.
성장기의 불안과 환경 부조화가 괴이를 끌어들였다라고 하면 너무 정직한 해석이려나요?
아무튼 아이들은 한 때 괴물로 변하거나 괴이의 피해를 보고,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지만 괴이한 것들을 끌어들였던 원인들은 인간으로 돌아와서도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습니다.
무서운 현실이지만 누구나 지나왔던 현실이기도 하지요.
차라리 화끈하게 괴이로 변해보기라도 했던 소설 속의 아이들이 부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소설의 원제는 化 될화 物 만물 물, 語 말씀어로군요.
사물화 되어버린 의념이 즉, 괴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에게 무게를 빼앗긴 소녀의 이름이 센조가하라 = 戦場ヶ原(전장의 언덕)이니 이 정도면 농담이 아니라 노골이지요.
츠바사 반장의 츠바사(翼)를 파자하여 기이(異)한 날개(羽)를 가진 소녀라고 할 때쯤이면 이미 도를 넘은 기분입니다.
비슷한 발음이나 하자의 뜻 풀이를 통한 장난은 이 밖에도 많이 많이 등장하니 즐길 수 있다면 즐기시길...

참 얼마전 인터넷을 달구었던 황도 13궁 얘기가 본문에도 등장합니다.
오래전 유행했다가 사라진 이야기로 아직까지 믿고 있는 주인공을 바보처럼 보이게 만드는 농담꺼리로 나오지요.
역시 성투사 성시의 황금갑옷은 12개여야 맞는 겁니다.
나머지는 인정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