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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아르망 1 - 6점
앤 라이스 지음, 박산호 옮김/황매(푸른바람)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 6권 <뱀파이어 아르망>입니다.
97년 <악마 멤노크>의 번역 출간 이후 실로 13년만의 후속편이로군요. "햐~참 세월 빠릅니다. "

아르망은 앤 라이스가 창조한 매혹적인 뱀파이어 캐릭터 중에서 영원의 소년이죠. 클라우디아 처럼 홀로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어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17세 소년의 모습을 한 밤의 왕자님입니다.
아름다운 금발의 악동 레스타와 사색적인 신사 루이스, 현자 마리우스와 함께 연대기를 지탱하는 4개의 기둥 중에 한명이죠.

그의 일생을 간단히 요약하면, 15세기의 끝무렵 키예프 러시아의 한 구석에서 금욕적인 수도사들과 함께 성화를 그리던 어린 천재화가 안드레이는 광야에서 타타르인에게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갑니다. 그리고 우연과 운명의 장난으로 마리우스 드 로마누스 손에 구출되어 아마데오라는 이름으로 영원을 사는 관찰자이자 뱀파이어 현자, 마리우스의 제자가 됩니다.
르네상스 시기의 찬란함과 앤 라이스 특유의 퇴폐적인 공상이 어우러진 베니스의 도제 기간과 갑작스러운 파멸. 그리고 파리의 공동묘지에서 코벤의 지도자로써 보내던 수백년은 어느 야오이소설 못지 않은 끈적한 에로티시즘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들 사이의 동성애 관계야 진작부터 있던 설정이지만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이후 <뱀파이어 아르망>사이에 SM이 가미된 에로소설도 쓰신 경력이 있으신 작가님께서는 전작에 보지 못했던 노골적인 묘사도 서슴없이 하십니다.
역시 나이와 경험의 차이는 무섭다고 할까요.
아무튼 전반부의 이야기는 꽃미남이라고 부르기에도 미안할 정도의 매혹적인 남자들이 여자까지 포함해서 서로 사랑하고 갈구하고 얼레리꼴레리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의 문제는 이런 퇴폐적이고, 치명적인 사랑행위가 아니라 후반부의 급전직하입니다.
<악마 멤노크>에서 보여줬던 레스타의 예수 친견에피소드에 이어지는 아르망의 죽음(혹은 거의 죽을뻔한)과 부활은 이제까지 보여줬던 아르망 캐릭터의 아슬아슬함과 맹목의 근본을 파헤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보여줄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 신비에 관한 설명을 시도하는 무리수로 인해 종교적 열망의 싸구려 간증으로 더럽혀집니다.

모태 신앙인으로 태어나 신앙을 잃고 방황하다 돌아온 탕아처럼 교회의 품으로 돌아간, 그러나 지금은 다시 교회를 버렸다는 근본적인 기독교인 앤 라이스 본인의 간증이 매혹적인 캐릭터의 근간이자 이야기의 한계를 명확히하는 느낌입니다.
앞으로 남은 시리즈들도 번역출간될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앞날이 걱정된다고 할까요.
아무튼 앤 라이스의 법열이 제게는 걸림돌인것만은 사실입니다.
뭐 어쩌겠어요. 작가와 저는 다른 사람이고, 공통점이라고는 뱀파이어에 대한 애정뿐인걸요.
그녀가 뱀파이어를 놓치 않는한 저도 독자로는 남겠지요. 싫든 좋든 말입니다.
레스타만큼 매혹적이지는 않더라도 그녀의 뱀파이어들을 사랑하니까요.
음하하하하하

다음은 닐 조단의 1994년작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 등장했던 아르망의 모습입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연기했었는데요. 사실 이 영화의 캐스팅을 두고 원작자인 앤 라이스와 닐 조단 감독의 불화는 당시에는 꽤나 유명했습니다. 주로 레스터역의 탐 크루즈에 관한 불만이였었는데 나중에 영화를 보고 앤 라이스가 탐 크루즈에게 사과의 편지를 보냈다는 훈훈한 결말의 이야기 이지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르망역의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용서가 안된답니다. 이게 어디 17세의 미소년입니까? 뭐 극중에서야 잘 어울린다고 말해 줄수도 있겠습니다마는 그래도 이건 아니죠. ㅜㅜ
나의 대뇌속 아르망을 근본적으로 망쳐 놓은 캐스팅이였습니다.
나중에 <퀀 오브 뱀파이어>라는 기괴한 졸작에서는 아르망따위야 듣보잡 취급이라 제대로 기억도 안나다 보니 그래도 안토니오가 아르망이지라고 세월과 추억으로 납득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쉽게 용서가 안됩니다. (-,.-)a

참고로 <퀸 오브 뱀파이어>는 죽은자들의 여왕, 아카샤님에 알리야가 캐스팅 되었으나 비행기사고로 중도에 사망한 관계로 어찌저찌 땜빵하여 2002년에 개봉했다가 처절하게 망한 영화입니다. 앤 라이스의 소설로는 <뱀파이어 레스타>와 <죽은자들의 여왕>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이 이후로는 영화화 소식은 없군요.

한가지 쓸데없이 덧붙이자면 알리야는 <매트릭스-리로디드>에도 니오베함장역에 캐스팅되었다고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해 지금의 제이다 핀켓 스미스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요. 아니면 제가 틀린거겠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