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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도루라는 히로시마 대학 중국문학 교수의 중국 관련 글 모음.

이런 종류의 글 모음들이 대부분 그렇틋 부족한 자료를 직관과 경험으로 메우고 있습니다. 한페이지도 채우지 못하는 참고 문헌 목록을 보면 알 수 있죠. ^^

결국, 그 일천한 참고 목록과 부실한 자료 덕분에 '중국인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이라는 부제와는 달리 일본 지식인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을 제공하는 책이 됍니다..

본문을 조금만 살펴보면....

우선 저자는 중국인에게 역사는 경극과 다를 바 없으며 선악이 단순 명쾌하지 않으면 중국인은 역사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전제를 깐 뒤에 중국 민중의 근현대사에서 최대의 악인은 '리벤구이즈(日本鬼子)'. 즉,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 수상인 도조 히데키라고 밝힙니다.
이어서 그 이유를 일본 외의 옛 침략국 중에는 중국 민중이 볼 때 '눈에 드러나는 악역'이 없기 때문이랍니다.

허허...

영국인도 러시아인도 일본인 처럼 수도인 난징까지 쳐들어와서 30만명을 학살하고 자국의 영토의 일부에 괴뢰국을 세우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은 전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영국인도 러시아인도 아닌 일본인을 최대의 악역으로 삼는 것은 단지 그가 눈에 드러나는 악역이기 때문이랍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중국의 민중은 자신보다 위세가 당당한 외국인은 악인으로 보아 미워한다고 덧 붙이기 조차 하는군요.

저자의 일본식 역사인식의 편의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동아시아의 국제 관계는 역사적으로 상호 호혜적인 것이 아니라 중국을 큰형님으로 모신 조폭들의 그것 같은 관계였다는 사실을 지적한 후에 일본의 경우도 3세기 야마타이국의 여왕 히미코뿐 아니라 5세기 '왜의 5왕'도 중국의 수도까지 사자를 보내어 조공의 예를 다하고 황제로 부터 책봉을 받았다고 합니다. 물론 국내외의 호족들에게 위엄을 세우는 데서 효과적이지만 책봉은 역시 굴욕적이라는 군요.

그리고 3줄 밑에다 '섬으로 떨어져 있는 일본을 제외한 여타 동아시아 국가들은 강대한 무력으로써 한족을 굴복시키든가 아니면 고개를 숙이고 한족으로부터 속국 취급을 받든가, 둘 중 하나였다.' 랍니다.
조공의 예를 다했다고 써 놓고는 같은 페이지에서 그것도 단 3줄만에 일본을 제외한이라고 쓸 수 있는 역사인식의 편의성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런 자기기만의 편의성은 미래 예측의 자의성과도 연결 됩니다.

저자는 러시아의 군사 위협이 부활하거나 한반도가 통일 되어 국경 문제가 발생한다면 중국과 일본의 관계도 호전 될 것이라고 상상합니다.
아무리 국제 관계란 것이 이익에 따라서 유동적이라지만 일본이 중국에 저지른 근현대사의 모든 잘잘못과 관계 없이 그리도 쉽게 관계 호전이 될 것이며 그 계기가 주변국(우리를 포함한)과의 관계 악화일 것이라고 상상한다는 점은 정말 걱정됩니다.

그럼 저자의 일본관은 어떠냐하면....

일본의 정식 국호는 '일본국'이며 전후 굳이 건국이념을 나타내는 말을 국호에서 떼어내어 오늘에 이른 자연 국가랍니다.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 21개국 중 통칭명을 포함하여 국호에 이념 명칭을 거절한 나라는 일본 뿐이라는 군요.
저자가 생각하는 보통 국가는 통칭을 말레이시아 공화국, 대한민국 처럼 정식 국호에 이념 명칭을 넣는 것입니다.
결국 저자가 생각하는 보통 국가가 되려면 '일본 공화국'이라고 하면 천황 폐하에게 송구스러운 일이니 '일본 제국'이라고 이름 붙이는 방법 말고는 없습니다.

이 대목에서 소름이 돋는 것은 제가 nationalist이기 때문일까요?

이 책의 내용이 일본 지식인의 보편적인 동아시아 관이라면 좀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아니, 최근에 이어지는 망언의 이유가 이해된다고 할까요...
그러나 이해 했다고 해서 용서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이 지경이 되고서도 과거사는 과거사라는 태도와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것입니다.
올바른 태도를 기대한다는 것은 '단지 꿈에 불과한 것일까요?'

작은 일이라도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