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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번 겨울 방학에도 어김없이 찾아 온 <포켓몬스터 극장판>입니다.
뭐 이제는 고정행사이다 보니 볼것인가 말것인가 고민할 필요도 없는 필견(적어도 우리집에서는) 애니메이션이죠.
내용은 뭐 그동안의 클리쉐에 충실합니다.
키가 되는 포켓몬이 있고, 이 키가 되는 포켓몬(이번 편은 비크티니입니다)을 통해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메인 포켓몬 제크로무와 레시라무가 나타나서 사건을 해결하는 구성입니다.
다만 이전의 포켓몬 시리즈인 디아루가와 펄기아랑 다른 점은 예전의 경우 시리즈의 세계관을 떠받치고 있는 두 포켓몬이 대결구도였던데 비해서 이번 시리즈 베스트위시에서는 제크로무와 레시라무의 대결구도는 약화되고 각기 따로 메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영화가 2편으로 나뉘어졌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에피소드의 배경이 레시라무는 황야. 제크로무는 빙원으로 따로 제작되었는데요.
각자의 배경은 서로 호환하여 짧게 재편집되어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등장인물의 포켓몬의 색깔이 다르다거나, 심지어는 메인 캐릭터의 파트너 포켓몬이 다르게 나오기도 합니다.
2편 동시 개봉이라고 해서 완전히 다른 작품 2개를 만든 것이 아니라 1.5편 정도를 작업해서 분배한 구성인데요.
같은 영화를 2번 관람해 줬으면 하는 제작사의 간절한 마음이 엿보여서 애잔합니다.
그러나, 이게 그냥 니들이 2번 보기 바라지만 우리 아이는 한편만 보여줄래라고 넘기기에는 함정이 있는 것이. 극장표를 예매한 사람들에게는 포켓몬 카드를 나눠주는데, 흑의 영웅을 본 사람에게는 제크로무를 백의 영웅을 본 사람에게는 레시라무를 나눠 줍니다.
뭔 말인고 하니 비매품인 포켓몬 카드를 2장 다 받기 위해서는 영화를 2번 봐야한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제 몫(영화 예매 인원수 대로 줍니다)의 카드를 아이에게 주고, 네게는 백의 영웅이 있으니 학교의 다른 친구에게는 흑의 영웅을 보라고 해서 부모 몫으로 받은 카드를 둘이 한장씩 교환하라고 시켰습니다마는 학급친구의 부모님이 아이들만 극장에 보낸다거나, 별 생각 없이 카드 받는 것을 소홀히 하면 교환에 문제가 생겨 버립니다.
포켓몬 카드 모으겠다고 영화 2번 보여주는 부모님은 드물겠지만, 적어도 포켓몬 카드가 어쩌구하면서 구시렁데는 아이의 모습은 꼭 한번 보게만드는 치사한 상술입니다.
휴~ 이런식으로 2편 동시개봉은 이번 한번으로 끝내주었으면하는 바램입니다.
뭐 별다른 매출증대 효과 없이 번거롭기만 할 것 같은데, 굳이 또할까 싶지만, 사장님 속마음이야 알수가 없는 것이니 매번 이럴까봐 쪼오금 걱정은 걱정입니다.
그건 그렇고, 사실 포켓몬스터 판촉의 백미는 닌텐도 게임과의 연동입니다.
애초에 닌텐도 포켓몬스터 게임도 2가지로 출시 되었는데요. 포켓몬스터 블랙의 메인 포켓몬은 레시라무입니다. 물론 포켓몬스터 화이트의 메인 포켓몬은 제크로무이고요. 이 2가지 포켓몬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 얻을 수 있는데요. 문제는 블랙에서는 제크로무를, 그리고 화이트에서는 제크로무를 얻을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환장할 노릇이지요. 그럼 그렇다고 게임팩도 거의 같은 것 2개를 사 줄 부모님이 얼마나 계시겠습니까?
여기에 극장판 판촉의 진수가 끼어드는 겁니다.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안에서 포켓몬스터를 와이파이로 쏴주는겁니다.
물론 화이트에는 정식 플레이로는 얻을 수 없었던 레시라무를 블랙에서는 제크로무를 쏴주는거죠.
영화가 재미있건 없건 이것만을 위해서도 게임팩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영화를 봐야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생기는 겁니다.
게다가 일반적인 플레이에서는 얻을 수 없는 특별 아이템까지 끼워서 쏴주는데 아이들이 극장에 꼭 가야만 하는거죠.
또 한가지. 이런 특별한 캐릭터를 얻기 위해서는 정품게임팩은 필수입니다.
정리하자면 강력한 포켓몬스터를 얻기 위해서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극장에 가서 봐야만 하고, 극장에가서 포켓몬을 얻기위해서는 정품게임이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게임팩이 연계되어서 불법 다운로드영상이나 게임의 소비를 봉쇄하는 구조인 겁니다.
햐~ 이 정도면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품게임을 사야만 하는 이유와 극장판 애니를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다니, 이 정도면 애플 못지 않은 포켓몬 소비 플랫폼을 만든 셈입니다. 대단해요~ 반다이...
여기다가 예매권을 가져오는 아이들에게는 영화의 키 캐릭터인 비크티니도 닌텐도 안에 쏴주니 아이들이 사전예매까지 부모님들에게 요구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겁니다.
덧붙여서 영화관에서 받은 제크로무나 레시라무를 데리고, 반다이에서 운영하는 포켓몬글로벌링크(PGL)에 접속하면 특별한 화면 스킨이나 아이템을 준다고 하니, 이 친구들의 연계판촉 기획력은 어디가 끝인지 모를 지경입니다.
아무튼 한가지는 배워볼만 합니다.
불법 다운로드 영상이나 복제 게임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극장가서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 정품 게임을 사야하는 이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무작정 소비자의 양심에 호소하기 보다는 그래야하는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진정한 마케팅 능력 아니겠느냐라는 거죠.
1996년부터 시작되었으니 무려 16년의 세월을 버텨온 <포켓몬스터>의 힘에는 애니 자체의 매력, 게임 자체의 재미도 있겠습니다마는 무서울 정도로 치밀한 마케팅 구조를 만들어 온 사람들의 기획력에도 있다는 점. 꼭 기억해뒤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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