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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는 이야기 - 최규석 지음/사계절출판사 |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로 세상을 놀랬겼던(적어도 전 놀랐던) 최규석 작가의 우화집입니다.
서문에서 부터 '오체가 불만족해도 웃으며 사는 사람이 있는 세상에서 힘든 내색, 남의 탓은 범죄'라는 말로 심금을 울리더니 20개의 우화를 통해 생각을, 느낌을, 분노를, 행동을 독려합니다.
짧지만 함축적인 메시지. 그리고 여백과 여운.
(소위 운동권 만화작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뛰어난 친근한 그림으로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초등학교 아이에게 읽히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였고요.
이 책에 실린 20개의 이야기 중에서 한 가지만 소개하자면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가위바위보>입니다.
(초딩은 <팔 없는 언숭이>를 꼽았지만)
<가위바위보>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가위바위보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마을에서 손을 다쳐 주먹 밖에 못내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청년의 약점을 알게되자 청년과 가위바위보를 할 때는 모두 보자기를 내서 이겨버리고, 청년은 매번 지니 갈수록 궁핍해지고, 허드레일만 하는 처지가 되지요. 이에 이 청년은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호소합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어이가 없죠.
단 한번의 기회. 자신에게 불리한 제도를 바꿀 단 한번의 기회를 기존의 제도 아래에서 하라는 겁니다.
뭔 말인고 하니, 니가 억울해서 제도를 바꾸고 싶으면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라는 겁니다.
주먹 밖에 낼 수 없는데 가위바위보를 하라니...
이건 그냥 닥치고 찌그러져서 허드렛일하며 궁핍하게 살라는 얘기보다 더 합니다.
약자에게 법이란 이런 것이겠죠.
그리고 요즘 논란이 되었던 진중권씨와 BBK문제 역시 가위바위보를 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혹은 규칙 자체를 바꿀 것인지, (어떤 규칙을 어떻게) 따를 것인지에 대한 시각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왕 나온 결론을 따르면서 새길을 찾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결론 자체를 부정하고 따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는 법이겠지요. 오히려 문제는 그런 결론이 아니라 (논란있는 혹은 수긍할 수 없는)결론이 나오게 된 시스템이 문제이고, 양쪽 다 시스템에 의문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라는 고민과 행동이 중요할텐데 말입니다.
※ 사족 : 의혹과 심증만 가지고 결론을 도출한다는 다른 맥락이니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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