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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독재자

imuky 2012. 3. 12. 13:08
독재자 - 8점
이영수(듀나) 외 지음/뿔(웅진)

'독재와 권력'을 소재로한 SF/환상문학 테마 단편선.
환상문학웹진 「거울」과 SF작가 듀나가 펼치는 '독재자' 테마 단편 프로젝트인 이 책은 고대에서 미래,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권력을 집요하게 탐구합니다.

파수
김창규 작가의 '파수'는 끝이 얼마남지 않은 우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우주는 붕괴되어 가고, 그 결말은 수학적으로 명확합니다. 살아 남은 사람들은 파수라는 장치를 조정하며 이미 예정되어 있는 종말을 유예하고 있지요.
세상의 종말 앞에서 서있는 사람들의 애잔함이 너무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심금을 울립니다.
몇편 못 봤지만 김창규작가의 글 중에서 최상급입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무엇이 소수만의 이득이고, 무엇이 전체의 손해인지 구성원 전체가 제대로 알았더라면 지도자는 필요 없을 것이며 평온과 생계라는 이름 아래 남에게 의사결정을 맡긴 틈새에 꾸역꾸역 솓아나는 권력이라는 독버섯을 일지감치 제거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깨달음은 제게도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개화
정소연 작가의 '개화'는 꽃처럼 피어나는 유기체 공유기의 이야기입니다.
철저하게 정보가 통제된 사회에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위해 선을 자르고, 공유기를 심다 체포된 투쟁가 언니를 대신하여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가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지나치게 쿨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마는 씨를 뿌리고, 그 씨가 자라 꽃처럼 피어나는 공유기라니, 그 개화의 이미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아름다워 감격했습니다.
이야기 보다는 한장의 그림을 위한 사전설명서 같은 단편입니다.
   
신문이 말하기를
김보영 작가의 '신문이 말하기를'은 노골적입니다.
언로가 통제된 사회. 수 많은 사건들이 신문에 실리지 않으면 없는 사건이 되거나, 신문이 제시하는 해석이 아무리 말이 안돼도 정설이어야 하는 사회를 신문형식의 글과 단편적인 삶의 정보들로 엮어 놓았습니다. 
누가 읽어도 '인간어뢰'를 향한 직구인데요.
너무 정직한 직구라 때리기도 뭣합니다.
 
평형추
우주엘리베이터의 건설과 그 이면에 숨겨진 거대기업의 경영권 다툼(?)에 휘말린 말단 직원의 고군분투기입니다.
머리에 이식한 웜에 담긴 타인의 기억이라든지 건설지에 살던 원주민 학살. 우주를 향한 꿈과 로망. 삐뚤어진 사랑. 자유로운 성ㅈㅇ체성, 정보전과 총격전이 다채롭게 어우러지지만 이 글의 주인공은 거대한 음모에 휘말린 가련한 중생역활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주엘리베이터는 건설되고, 음모를 꾸몄던 창업자의 사랑과 꿈은 실현되었으며 우리의 주인공들도 적당한 성공과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모두가 해피한 엔딩이라는 점입니다.
듀나의 작품입니다.

낙하산
불량 매트릭스가 밤마다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라앉는 바람에 추락하는 악몽을 꾸던 연구원 이야기. 곽재식作

목소리를 드릴게요
사람의 폭력성향을 끌어내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일목인(한가지에만 집중하는 사람)이 감시하는 수용서에 갇혀서 생각을 강요하는 머리카락을 가진 젊은이와 타인을 병에 걸리게하는 슈퍼 보균자 낡은이, 시체를 먹는 구울소녀 등과 함께 생활하는 수용소생활 드라마.
주변에 희망에너지를 전파하는 여성의 등장으로 평온하던 수용소에 파란이 일지만 그것도 잠시뿐이고, 일상은 언제나처럼 돌아 옵니다. 독재자는 등장하지 않지만 독재자라는 표제에는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정세랑 작가의 작품이며 인어공주 동화와도 살짝 연계되는 맛이 재미있습니다.

오라데아의 마지막 군주
시간의 구슬을 지배했던 오라데아의 군주 이야기입니다. 환상소설이고, 정보라 작가의 작품입니다.

황제를 암살하는 101번째 방법
임태운 작가의 독재자는 락스팽가투 황국의 헬브라이드 황제입니다. 폭군이죠.
그리고 주인공은 이 황제를 암살하려고 하는데 황제의 눈에는 그저 광대로 보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내부로 들어가서 점진적인 개혁을 하겠다면 글쎄요~
누구도 다치지 않는 변화를 꿈꿀 자유는 인정합니다.

입이 있다 그러나 비명 지를 수 없다
박성환 작가가 상상하는 세계는 인간의 모든 뇌와 의식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인 미래입니다.
그 안에 독재자는 우리 모두의 분노와 증오, 혐오감 기타 등등의 총합입니다.
변혁은 실패하고 입이 있어도 비명조차 지를 수 없지요.
그 모든 것이 나인데 뭘 하겠습니까?
절대 긍정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여기서 현재의 우리 모습이 그래!!!! 라고 해버리면 너무 슬퍼서 외면하게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