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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감독의 <에이리언> 프리퀄 <프로메테우스>입니다.

 

이미 개봉한지도 좀 되었고, 스포일러도 충분히 깔린 영화이지요. 리뷰들도 상당히 많은 양이 네트를 떠돌고 있고요.

아무튼 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많은 리뷰어들이 캐릭터의 개연성에 대해 언급하셨지만 제겐 뭐 그리 큰문제도 아니였습니다. 이미 사전 정보를 가지고 영화를 본 이유도 있겠지만 자넥선장도 메레디스 비커스도 너무 전형적인 인물이라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인물들 같아 보였습니다. 특히나 자넥선장은 6~70년대 플레이보이에 게재되었던 SF소설 같은 분위기라 실소는 불러 일으키더라도 분노까지는 아니였습니다. 그래도 약점 정도는 되겠더군요.

 

대체적인 줄거리는 태초에 외계인이 있어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지구에 생명체를 만들어 냈는데, 이 비밀을 알게된 일군의 과학자들이 피터 웨이랜드라는 갑부의 돈을 빌려서 인류의 기원을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입니다. 결론은 흠씬 두둘겨 맞고 에이리언의 기원만 알게된 여주인공이 인류를 만든 외계인의 모성으로 떠나게 된다는 것이죠. 영화가 끝난 후 제 뒷자리에 앉았던 여자분은 "결론은 혼자 살아 남았다는거야?"라고 말씀하시던데, 그리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을 몇가지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가이버>와 비교할 필요는 없겠다.

 

- 행간에 익숙치 않은 관람자에게는 엘리자베스 쇼의 생존기에 불과할 텐데, 행간이라는게 사실 별게 아닐지도...

 

- 데이빗은 외계인에게 무슨 말을 한걸까? (여기서 포인트는 누구의 말을 전한 걸까가 아니라 무슨 말을 한걸까임)

 

- 자신들도 감당 못할 에이리언들을 만든걸 보면 인류도 그저 할 수 있으니까 해본거라는 의견이 맞는 것 같은데,

   모성이 아니라 폐허의 좌표를 남긴 이유는 뭘까?

 

- 감당 못할 피조물을 만들어 놓고는 화부터 내는게 당연한 걸까?

 

- 이외에 다종 다양한 떡밥을 무는게 과연 잘하는 짓일까?

 

그렇습니다.

재미있는 떡밥이 꽤 깔려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를 잡고 가지를 쳐보자면 태초의 외계인은 추방된 자이며 외계인 주류 사회에서는 추방된 자가 만든 생명체들을 정화하기 위해 생체병기를 준비했다가 어떤 알 수 없는 사고로 오히려 자신들이 만든 생체병기에 홀라당 당해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좌표는 초대장이 아니라 경고이고요.

 

하하 떡밥은 물라고 던져주는 것이니 물기는 합니다마는 <프로메테우스>를 보며 제게 가장 남는 이미지는 큰구도의 멋진 원경들입니다. 사실 이미지가 관객에게 먹히는 지점 중에 가장 강력한 지점은 '낯섬'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눈에 잡히는 일상적인 이미지가 아닌 뭔가 다른 이미지에 우리는 매력을 느낌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많은 이미지들 중에서 우리의 일상적인 시각을 배제하고 잘라내어 프레임안에 가두고 클로즈업한 것들이 추천을 많이 받는 이유도 우리의 눈이 자연스럽게 보는 이미지와는 같으면서도 낯선 느낌을 우리가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초고속영상의 매력도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원경은 무척 어렵습니다. 인위적인 프레임안에 가두고 잘라내지 않고 눈으로 보는 이미지와 비슷한 이미지에서 시각적인 쾌감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보통 내공으로는 힘들지요.

그 포인트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은 <글래디에이터> 초반의 대규모 전투신처럼 많이 보아 왔지만 지금까지 보아 온 것과는 다른 큰구도의 낯섬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메테우스>에서도 우주의 크기와 대비되는 인간의 왜소함을 절절하게 비교하는 구도를 많이 선보이고 있지요. 영화 도입의 풍경도 황홀했고요. ^^)

 

그리고 여기서 하나 꼭 집고 넘어가고 싶은게 있는데, 바로 <아라비아 로렌스>와의 관계입니다.

영화 속에서 대사나 데이빗의 헤어 스타일을 통해 이미 <아라비아 로렌스>를 노골적으로 인용하고 있기는 합니다마는 그런 눈에 확 띄는 점 보다 놀라웠던 것은 화면 곳곳에 묻어 있는 데이비드 린 감독에 대한 경배였습니다.

거대한 자연과 미미한 인간의 대비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숭고한 감정과 사막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킨 데이비드 린 감독에 대한 존경심이 우주와 우주선의 구도에서 외계행성의 풍경과 인간의 외소함에서 경의감이 경외감으로 변하는 순간에서 충실히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마치 존경하는 작가의 문체를 베껴쓰는 것처럼 끊임없이 반복하고, 인용하고, 모사하더군요.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리뷰들 중에는 로렌스와 데이빗의 존재를 중간자의 역할로 겹쳐보는 의견도 있고, 의지와 믿음의 상징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뭐 다 맞는 이야기겠지요. 다만 데이비드 린 감독의 구도를 아무리 따라해도 그만한 감동은 불러일으키기 힘든 이유는 '가상현실'이라는 한계 때문이지 카메라 테크닉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진짜 사막이 불러내는 숭고함을 CG가 따라 잡기에는 우리의 대뇌 정보가 너무 정직하다는 것이지요.

 

아무튼 시각적인 경이로움은 충만한 영화였습니다.

아쉽다면 주인공 쇼박사가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겠지요.

그토록 거대함 앞에 홀로서서도 그토록이나 당당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 최대의 구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디의 그녀의 여정에 축복이 함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