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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개봉인데 꽤나 늦게 보았습니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원제목은 <Brave(용기)>이지요.

 

알고보면 '용기'란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두려움의 대상 혹은 물리칠 대상이 없는 용기라니... 어쩐지 한손으로 박수치는 기분입니다.

그럼, 픽사가 선보인 이번 애니메이션이 물리쳐야할 두려운 대상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공주다움'입니다.

 

아시다시피 디즈니의 세계에는 10명의 공주님이 계십니다.

 

모두 혈통적으로도 우수하고, 태생이 공주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주다운 태도를 지니고 있으며 종국에는 혈통적으로 우수한 남자와 맺어짐으로써 작위를 수여 받지요.

 

그리고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엄마의 부재입니다.

 

공주의 롤모델로써의 어머니는커녕 집안의 유일무이한 여성일 확률이 높습니다.

공주 이상의 권위가 필요하지도 않는데다가(같은 산에 두 호랑이가 사는법은 아니죠), 응석받이 공주에서 결혼한 여성으로 거듭나는 과정에는 헤벌쭉 아빠정도면 이야기 진행에는 충분한 탓입니다.

 

그러나 <메리다와 마법의 숲>에서는 주인공 메리다의 대립각으로 엘리노 왕비라는 엄마가 등장합니다.

이 엄마는 끊임없이 메리다에게 전통적인 공주다움을 요구하지요. 국가와 집안에 종속된 존재로써의 역활뿐만이 아니라 얌전하고 아름다운 여성성에 대해 쉴새없이 가르치고, 강요하고, 모범까지 보이십니다. 그것이 주체적인 여성으로써 홀로서려는 딸의 분투를 억압하는 행위라는 자각없이요. 어쩌면 엘리노 왕비님은 구시대 공주님이 다다를 수 있는 궁극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이와는 상대적으로 메리다는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개척하는 타입입니다. 물론 실수도하죠. 아직 애니까 실수는 당연한 것입니다.

 

아마도 제목 Brave(용기)는 메리다가 아니라 픽사에게 필요한 단어였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디즈니가 고수해 온 공주님의 태도에 반기를 들고, 결혼으로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선 보이기 위해서는 아무리 픽사라도 용기가 필요했겠죠. 궁극적으로는 이것이 새시대의 공주상이라할지라도 말입니다.

 

앞으로 두고 볼 작정입니다.

디즈니 프린세스의 세계에 11번째 공식적인 공주로 메리다가 등극하는지 못하는지.

메리다를 받아 들이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사회의 통념의 두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매우 작지만 말입니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