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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지금 유성우 대신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2012년 12월 21일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고, 한국인의 절반이 멘붕에 빠졌지만 한반도 최초의 여성대통령시대는 열렸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지요.

문재인, 친노, 민주당, 지역, 세대, 정보격차 등 수 많은 원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경상도 고정지지율이 있으니 원래 필패라는 비관적 분석도 있습니다. 

 

모두 의미 있는 분석입니다.

 

다만 원하지 않는 결과에 멘붕해서 나와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을 무뇌충이나 선천적 계급의식 결핍증 환자, 혹은 이성이 없는 노예로 부르기 이전에 한번쯤 생각해 볼 여지가 있어 적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합니다.

물론 나와는 다른 논리와 이익의 순위를 가지고 말이죠.

 

시골의 할머니들도 선택을 합니다. 그 선택에는 이유가 있고, 이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이성적입니다.

나의 생각과 다를뿐이지요.

 

어쩌면 그분들은 나랏님이 누가되든 더 이상 잃을것은 없는 분이실지 모릅니다. 얻을 것도 없고요.

어쩌면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자보다 더 굴곡진 인생을 살았고, 재산은 턱 없이 부족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양친을 총탄에 보내고 집에서 쫓겨난 어린 처자라는 브랜드를 1장의 선거권으로 구매하여 그래도 내인생이 좀 더 행복하다는 심리적 이익을 얻으신 그분들을 전 비난할 자격 없습니다. 안타까울 뿐이지요.

 

정권심판이라는 중앙의 이슈보다는 우리마을 진입로에 새 다리를 세워주겠다는 혹은 세워줄 힘이 있어보이는 사람을 찍는 국회위원 선거처럼 대통령도 저쪽 보다는 이쪽에 뭔가 해 줄 것 같은 사람을 뽑은 영남사람들을 이기적이라고 욕하기에는 그들의 선택이 나름 합리적입니다. 경상도 사람이라 싫지만 민주당이니 선택한 호남분들과 다르지 않을테니까요.

 

모든 가치의 우선을 안보에 두고 있는 분들은 전쟁을 겪어본 분들입니다. 이 분들은 평화를 위해 대화하자 보다는 막아주겠다. 지켜주겠다라는 사람이 갑입니다. 

 

종부세를 낼릴 없지만 언젠가 부자가 될것이라는 꿈을 품고 사는 자영업자에게 꿈부터 부셔놓고 이야기하기에는 제가 능력 부족이고요.

 

기득권이든 이권이든 심리적 만족이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선택하는 사람 개개인을 대의로 설득하는 일이 가능한 일일까요?

연령과 지역, 역사와 미래를 따지다 우리는 개개인의 욕망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보수는 "너도 부자로 만들어 줄테니 우리를 찍어"라고 말하고 진보는 "너는 부자가 될일이 없으니 우리를 찍어"라고 말한다지요. 이건 그냥 봐도 이길 수 없는 싸움입니다.

 

기아선상의 북한 어린이들을 구하자. 우리는 그래도 한민족 아닌가!라는 말은 내 자식의 이달치 학원비 앞에서는 무력합니다.

그런데 21세기의 쌀이라는 희토류가 북한에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는데 이걸 중국놈들이 먹으려고 한다. 그러니 그걸 차지하기 위한 경제협상부터 해보자라고 하면 어떻게 반응할까요?

 

소비자를 단기간에 변화시킬 수는 없다.

목표타겟을 집단이 아니라 개인으로 상상하라.

타겟에게 어떤 베네핏을 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잡아내라.

 

광고마케팅 교과서에 있는 얘기는 시험 볼 때만 필요한 것은 아닐것입니다.

 

아무튼 대규모 프레젠테이션이 끝났습니다.

 

P/T 한두번 떨어져 본 것도 아니고 이제 훌훌 탈고 일어나야겠지요.

 

고객이 멍청해서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내가 멍청해서 고객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시간이 돌아 온겁니다. 한가지 다행인건 한번 떠나간 광고주는 기약이 없지만 대선 프레젠테이션은 5년마다 꼬박꼬박 기회가 돌아 온다는 것입니다. 5년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