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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워쇼스키 남매와 배두나의 조합으로 알려진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뒤 늦게 보았습니다.

 

500년에 걸친 6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클라이막스로 엮인다...라고 투자자에게 팔아 먹었을 이 이야기는 홍보 문구처럼 거대한 퍼즐도 못되고, 신기한 볼거리도 없으며, 결정적으로 하나의 클라이막스도 없습니다.

 

인류 문명이 멸망한 후 외계 식민행성과의 단절된 통신선을 잇기위해 노력하는 두 남녀와 그 남녀의 과거사에 어떤 피치 못할 인연으로 얼키고 설킨 사람들의 이야기인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6개의 시대에서 각기 일어나는 사건들의 클라이막스를 맞추려는 기술적인 시도이외에는 이렇다할 정점이 없는데요. 이는 아마도 전달하고자하는 주제의식이 모호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윤회전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착하게 살면 좋은 결과를. 악행을 저지르면 또 그만한 결과를 얻는다는 교훈이 주요 메시지인데요. 여기에 2144년도 네오 서울에서 벌어진 손미라는 클론의 노예해방 투쟁과 1849년의 흑인노예 에피소드가 겹치면서 기묘한 삐걱거림이 발생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무엇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다는 메시지와 자유를 위한 투쟁이 나란히 관객에게 제시됨으로써 '혼란'조차 주지 못하는 5번 우린 곰국맛이 되어 버린겁니다.

 

우리는 통제 받고 있는 노예이며 심지어는 서로를 잡아 먹도록 짜여진 틀안에 갇혀 있다는 생각은 매트릭스에 이어서 2번째고요. 여기에 윤회를 얹기는 했는데 '해탈'의 방법은 찾지 못하다 보니 6천원짜리 설렁탕 맛인거죠.

차라리 모든 것을 리셋함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열어버린 매트릭스의 네오가 더 뛰어나 보입니다. 비록 그 조차도 또 다른 사이클의 일부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흠~

 

지적질하고 보니 명백한 퇴보로군요.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 놓고서는 그 장소로 다시 돌아 온게 실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실수는 아니고, 워쇼스키 남매에게는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남은 잡설:

 

어설픈 분장쇼가 몰입을 방해 합니다.

 

 

그 와중에 놀라운 변신을 보여준건 휴 그랜트.

 

 

네오 서울에서의 추격씬은 20년전 실베스타의 저지 드레드를 떠 올리게 합니다. 괜히 제가 사과하고 싶어지는군요.

 

 

윤회하는 마당에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주연급인 톰 행크스의 삶은 그다지 착하지 않습니다. 1849년의 닥터 헨리구스는 돈을 노리고 환자를 독살하려던 의사이고요. 1936년의 호텔 매니저 역시 탐욕스럽고 교활한 인물이였으며, 1974년의 아이작은 뭐 그런데 2012년의 더모트 호긴스는 비평가를 죽여버린 성질 더러운 소설가입니다. 이런 인물이 끝까지 살아 남아 전생의 사랑도 이뤄지고,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서 수 많은 자손을 보게되다니.... 이건 뭐 어쩌란 말인가요?

 

 

 

 

 

 

 

이게 다 손미-451를 믿기 때문.

 

 

 

 

그렇다면 나도 믿어 볼께요. 배두나님.

 

 

 

 

 

넙쭉

 

 

 

 

 

 

 

클라우드 아틀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