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살다보면 어느새 '이런것도 있었지'라며 뒤돌아보게 되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소위 추억의 물건들인데... 그때가 지나면 이제 구할 수 없는 하지만 기억에는 남는 무엇들이죠.

그중에서 최근에 읽었던 만화 <현시연> 덕분에 질풍노도의 시기부터 어느정도 안정된 시기까지 밤을 달구던 므흐흐 게임들이 떠오르고 말았습니다.

뭐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중독'은 아니였다라고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호기심에서라도 꼭 해보고 싶던 게임들...흐흐흐

그것들의 중심에 바로 이놈이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습니다!!!

MSX죠!!

일본의 아스키가 1983년 6월에 MSX 규격을 만들면서 세상은 바뀌기 시작한 것이였습니다.
MSX 규격에 맞추어 제작된 소프트나 하드웨어는 제작사가 달라도 서로 호환이라는 것이 되기 시작했고(믿기지 않겠지만 그 이전에는 호환성이란 특별한 단어였습니다), 이것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변화였습니다.

사업적으로도 성공해서 명실상부한 '마이컴'의 시대를 연것도 바로 MSX 덕분이죠 ^^

이 당시 현역이던 NEC의 PC-88 시리즈가 디지털 8색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지만 MSX는 무려 16색의 뛰어난 그래픽 성능에 1986년 발표한 MSX2는 256 칼라를 구현하게 됩니다.
게다가 오디오도 야마하 계통의 FM음원 탑재로 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고 있었고, 720KB 정도의 대용량(?) 디스크 드라이브를 장착하고 있어서 게임이 커지면 디스켓 장수가 늘어나는 문제나 메모리 용량의 문제를 해결할 기술력만 있다면 이만큼 게임 만들기에 적합했던 머신도 없었었을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충 이정도의 구현능력이였는데..-,.-a

지금 시각으로는 구릴지 몰라도 애플호환 기종의 초록색화면에 형태도 안잡히면서 그림이라고 우기는 기호들을 보며 영어로 겜을 하던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혁명적인 그래픽이였습니다. 심정적으로는 말이죠....

아무튼 일본에서 오늘날 날리는 소프트웨어 제작사들은 이 무렵에 토대를 쌓았습니다.
한마디로 겜 만들어서 돈 벌리는 시기가 드디어 도래한 것입니다. 대략 1983년부터 1985년경일텐데,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세운상가에서 불법 복제나 일판 수입 소프트의 판매로 떼돈을 벌었다는 대학생의 얘기가 도시전설로 전해지기도 합니다(그분들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요? -,.-*).

그리고 시작부터 므흐흐 게임이 만들어지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것이였습니다.
사실 영상관련의 신제품이 초기 론칭과정에 '므후ㅡ흐...헤벌레'한 영상과 관련없이 전개되기는 인터넷이 발달한 블루레이 시절 이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였고, 상대가 오픈 마인드의 일본의 경우라면 18금의 출현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게다가 18금 게임이라는 것이 그래픽 담당, 프로그래머, 스토리 담당할 사람이 3명 정도만 있으면 충분했으니 말해 뭘하겠습니까. 개중에는 혼자서 얼렁뚱땅 겜 하나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었죠.

적은 인원과 비용으로 만든 게임을 5,000엔 이상의 고가에 팔아 넘긴다.
라는 현실에 오늘날의 메이저인 '에닉스'도 '코에이'도 초기에는 므흐흐 게임을 개발해서 시장에 내놓게 되는 것입니다.

뭐 그 당시의 에로, 에로 모드라는 것이 간단한 누드 정도의 수준인데다가 MSX의 한계는 애니풍의 그림으로 만족해야 하는 실정이라 인터넷의 펀치력에는 훨씬 함량미달이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이놈의 애니풍의 그림 덕분에 만화와 애니매이션의 팬까지 끌어들여서 오타쿠라는 종족을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오타쿠들에게 단순한 어린애 장난을 성인이 되어서까지 즐긴다라는 애니모드에다가 음침한 암흑의 포스를 더한 것이 므흐흐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단순히 유치한 녀석에서 접근하고 싶지 않은 뵨태뇨석의 이미지를  오타쿠에게 뒤집어 씌우는데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 므흐흐 게임인 것인데, 사실 오타쿠라고 해서 죄다 음침하고 폐쇄적이며 여자보다는 2D를 사랑하고 요상한 피규어나 모으는 놈들은 아닌데도 초기에 형성된 이미지를 벗기가 쉽지는 않습니다.(그래서 현시연의 캐릭터들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좀 사람다워 졌거든요)

아무튼 일본의 오타쿠 형성기의 양지에 애니매이션이 음지에 에로겜이 있었다는 것은 이미 역사이고보면 앞으로는 1,2차 애니매이션 붐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오타쿠의 역사에 에로겜의 탄생과 흥망성쇠도 함께 다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건 다음기회에 하기로 하고, 어쩌다가 이 글이 이리 길어 졌는지 그것부터 좀 뒤돌아 봐야 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