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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질링 - 8점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폴라북스(현대문학)
매드완드 - 8점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폴라북스(현대문학)

 

 

로저 젤라즈니의 청소년 환타지 '워저드 월드'입니다.

 

초기작들에서 보여준 소재의 무게와 중기작들을 관통하는 주제의 깊이를 조금쯤 비껴서서 가볍고, 활기찬 판타지 모험극을 그리고 있습니다. 요정의 '아기 바꿔치기'에서 따온 <체인즐링>은 과학과 마법의 평행세계 양쪽에서 바뀌어 자란 아이들의 이야기 입니다. 사악한 마법사의 아들은 과학세계에서, 건실한 건축가의 아들은 마법세계에서 자라다 보니 사는게 만만치는 않더군요. 뭐 결국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고를 치고, 수습됩니다. 

 

이런 이야기는 이제는 양판소에서도 흔한 일이지만 글의 재주가 다르니 읽는데는 훨씬 편합니다.

 

한 가지 특별한 점은 마법의 묘사를 효과가 아니라 힘의 흐름으로 묘사한 점입니다. 부연하자면 보통 판타지 소설에서 마법 묘사는 그 마법의 발동 조건과 발동 시의 방아쇠가 되는 주문이나 형식. 그리고 불, 물, 지진 같은 마법의 최종 효과와 그것의 파괴력으로 표현 되는데요. 로저 젤라즈니는 이 모든 것을 생략하고 마법 에너지의 흐름을 실이나 끈처럼 묘사해서 그 흐름이 어떨게 어떤 방향으로 향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묘사합니다.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습니다. 

 

이어지는 <매드완드>는 자신이 태어난 마법 세계로 돌아 온 주인공 폴이 제대로 된 마법사로 성장하며 죽은 아버지의 비밀을 조금 엿보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매드완드'는 악당의 별명이자 폴처럼 스승 없이 재능만으로 마법의 힘을 얻게된 야생 마법사를 나타냅니다.

 

매우 장대한 스토리의 도입부 같은 느낌이고, 사실 뿌려 놓은 떡밥도 상당한데, 이야기는 이 2권으로 끝입니다.

아쉽죠.

 

누가 살아 생전에 로저 젤라즈니를 방안에 가둬 놓고, 짜장면 먹이면서 글을 쓰게 했어야 하는데, 진정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