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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10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민음사

 

무라카미 하루키의 제목이 긴 장편소설.

 

자신을 무개성의 하잖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다자키 쓰쿠루는 사실 괜찮은 사람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와 타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니 특별한 상황은 아닙니다. 게다가 너무나도 명백한 트라우마가 소설 초반부터 제시되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의 넋두리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거나, 어둡거나, 신비롭지도 않습니다.

 

명백히 소품입니다.

 

다 읽고 나면 인생 뭐 별거 없잖아 정도의 감상은 남습니다.

이 부분은 분명 리얼하군요.

 

타인에게 강하고, 쿨하게 보인다는게 사실은 손해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사실 조금 비겁하거나, 나약해 보이는게 더 편할 때도 있지요.

심각한 민폐만 없다면 나약함도 생존 전략입니다.

그것도 매우 훌륭한.

 

 

 

 

이건 좀 엉뚱한 얘기인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번 소설을 읽으며 이문열을 떠올렸습니다.

트라우마가 있기에 그만큼 빛날 수 있었고, 또 트라우마가 있기에 거기서 멈출 수 밖에 없었던 어떤 재능있는 사람이라는 항목에서 제 머리 속에는 '이문열'이라는 이름이 기입되어 있는가 봅니다.

 

그래서 인생이란 참 모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