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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명예의 전당 2 : 화성의 오디세이 - 8점
로버트 A. 하인라인 외 지음, 로버트 실버버그 엮음, 이정 외 옮김/오멜라스(웅진)

전설의 밤에 이은 2번째 권입니다.

화성의 오디세이 A Martian Odyssey - 스탠리 와인봄
1934년 작품입니다. 화성에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지적 생물체가 살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던 시대의 작품인거죠.
타조형 외계인이나 움직이는 식물, 규소 생명체등등 화성의 항공촬영을 나갔다가 조난한 승무원이 베이스캠프까지 돌아오는 여정 속에 이런저런 신기한 생명체들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승무원 중에 한명인 프랑스인이 구사하는 영어를 어눌하게 표현한다는 것이 완전 바보로 만들어 버린 번역상의 문제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신기한 것에 매료되던 시절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헬렌 올로이 Helen O' Loy - 레스터 델 레이
헬렌 올로이는 트로이의 헬렌(Helen of Troy)에서 따온 이름. 합금 헬렌(Helen of Alloy)를 줄인 여성형 안드로이드의 이름입니다. 전형적인 피그말리온 소설이죠. 1938년 작이니 다소 거칠고 전형적이라도 안드로이드와 사랑에 빠진 남자 이야기의 원형에 가까운 작품일 것입니다. 특이한 점은 남자가 둘이라는 것인데, 한명은 헬렌과 결혼하고 우연의 장난으로 헬렌이 깨어나던 그 시기에 집에 없던 화자는 평생을 그들을 지켜보며 둘의 장례까지 깔끔하게 책임집니다.

길은 움직여야 한다 The Roads Must Roll - 로버트 하인라인
미국의 운송수단이 움직이는 도로가 된 미래. 지하에서 도로를 움직이던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보다 많은 이익과 노동운동가의 권력욕 때문에 파업을 일으킵니다. 물론 주인공은 영리하고 단호하게 파업을 진압하죠.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공공이익을 파괴하는 악당으로 묘사하고 지도자를 제압하면 파업도 흐지부지. 게다가 주인공은 군출신이라는 조합은 로버트 하인라인이 왜? 우파 꼴통이라고 불리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인증용 단편입니다.
 
소우주의 신 Microcosmic God - 테오도어 스터전
주인공 키더씨는 작은 인간 네오테릭스를 창조하여 놀라운 발명품들을 만들어 냅니다.
문명을 가속화한 것인데, 아무튼 결과는 악당 은행가의 손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절대방어막을 치고 운둔하는 것으로 끝입니다. 뭐 언젠가 방어막을 내리고 네오테릭스들이 나오면 세상을 어떻게 될까라는 걱정을 하지만 제 생각에는 방어막을 내릴때 쯤이면 가속화된 문명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멸망하고 말았을텐데 뭔 걱정인가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에서도 이런 실험체, 혹은 실험공간이 컴퓨터안에 구축하는 방식으로 나왔던 것 같은데, 이 단편에 영향을 받은 것일까요? 그냥 우연히 비슷한 발상을 하게 된 것일까요?

보로고브들은 밈지했네 Mimsy Were the Borogoves - 루이스 패짓
뭔소리인지 알수 없는 제목의 출처는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입니다.

운타호스텐은 타임머신안에 자신의 아이들의 장난감을 담아서 과거로 날려버립니다.
하나는 19세기 앨리스에게 갔고요. 또 하나는 현대의 어떤 어린 남매에게 갑니다. 그리고 그 장난감은 아이들에게 비유클리드 세계관을 재미있지만 끈기있고 확실하게 학습시키지요.
그 결과 너무 커서 비유클리드세계관을 받아들이지 못한 19세기의 여자아이는 이야기만을 캐럴아저씨에게 전했지만 20세기의 아이들은 마침내 기묘한 잡동사니와 비유클리드적인 모퉁이를 돌아서 다른 세계가 떠나 버립니다.
아싸!!!

오로지 엄마만이 That Only a Mothe - 주디스 메릴
핵폭탄과 기형아 출산의 공포가 담긴 단편입니다.

흔하다면 흔하죠. 그렇다고 그 공포의 원인이 해결되거나 사라진 것도 아닌데, 익숙하다는 이유로 별거 아닌 것처럼 치부되는 일도 나름 무서운 일입니다.
주디스 메릴은 1940년대 SF장르계에 보기드문 여성작가로 트로츠키주이자랍니다.
1960년대 후반 월남전 반전운동을 계기로 캐나다로 망명하여 살았다네요. 토론토 공립 도서관에는 판타지 메릴 콜렉션이라고 그녀로부터 시작된 세계 최고의 SF전문 도서관이 있답니다.

스캐너의 허무한 삶 Scanners Live in Vain - 코드웨이너 스미스
우주의 무한한 고통이 행성간 여행을 제약하는 1만 4,000년 뒤의 미래. 하버맨은 모든 감각을 제거한 한때 인간이였던 우주 노동자이고, 스캐너는 그런 하버맨들을 관리하는 자발적인 비인간입니다. 크랜치라는 수법으로 가끔 인간적인 감각을 되찾을 수는 있지만 모든 인간적인 감각을 차단한 스캐너들에게 남은 것은 명예뿐이겠지요.
그런데, 누군가가 고통없이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우주선 외피 사이를 굴로 채워서 우주의 고통과 죽음을 불쌍한 바다 생물인 굴에게 전가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바람에 스캐너의 존재의미는 뿌리부터 흔들리게 됩니다.
개발자를 죽이느냐? 살리느냐?
모든 감각을 차단하고도 선택은 지극히 인간적입니다.

화성은 천국! Mars is Heaven! - 레이 브래드버리
화성연대기 6번째 장 '3번째 탐험대'

즐거운 인생 It's a Good Life - 제롬 빅스비
너무 어린 신과 함께 사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짐작하시겠지만 어린아이는 보기보다 잔인하고 즉흥적이며 이기적이고 단순합니다. 헐~

이런 밑도 끝도 없는 공포, 초능력 이야기를 어디서 봤었는데 했더니 '환상특급 Twilight Zone에서 소개 되었다는 군요.
심슨이 할로윈 특집으로 패러디도 했다는데 보지는 못했습니다.
주인공역이 바트였을까요? 아님 매기일까요? 으흐흐흐

즐거운 기온 Fondly Fahrenheit - 앨프리드 베스터
타이거! 타이거!와 파괴된 사나이의 앨프리드 베스터의 작품.
미친 안드로이드가 기온만 올라가면 살인을 저지르는데 그 안드로이드에게 빌붙어 사는 주인은 아무것도 못하고 같이 도망만 다니다가 심리적으로 동일한 인격이 됩니다. 심리학의 '투영'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이야기 진행 내내 인칭을 헷갈리게 쓰는 바람에 결론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는 단점이 그저그런 난해한 척하는 작품으로 보이게 만듭니다.

친절한 이들의 나라 The Country of the Kind - 데이머너 나이트
폭력과 범죄, 그리고 사형제도가 사라진 유토피아에서 살아가는 살인자의 이야기입니다.
타인의 폭력 성향을 이해조차 못하는 착한 사람들 사이에서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말리지 않으니 '왕'이라도 된것 같지만, 사실은 철저한 배제에 괴로워하는 살인자의 일탈이 측은합니다,  

앨저넌에게 꽃다발을 Flowers for Algernon - 대니얼 키스
수술로 지능을 높인 주인공의 일기를 통해 바보였던 시절부터 천재. 그리고 서서히 치매와 퇴화로 도로 바보가 되어가는 과정이 짠한 소설입니다.
햐~ 이거 참 좋네. 했더니 벌써 누가 드라마로 만들었더군요.
넵! 2006년 KBS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의 원작입니다.
장편각색 본은 여러번 번역되었지만 원작 단편이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네요.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A Rose for Ecclesiastes - 로저 젤라즈니
화성인의 언어를 연구하다 화성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 주인공이 화성의 신전을 신발을 신고 들어가 모욕하고, 조롱합니다.
모든 것은 헛되고 헛되지만 주인공의 노력만큼 헛된것도 없군요.
사랑은 처음부터 없었고, 믿음은 믿지 않는 자의 입을 통해 증거 합니다.
읽을 때마다 새로워지는 제겐 너무 과분한 소설입니다.
언제쯤 장미가 제 가슴 속에 온전히 자리잡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