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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킬링 조크 BATMAN The Killing Joke : 디럭스 에디션 The Deluxe Edition (양장) - 10점
앨런 무어 지음, 박중서 옮김, 브라이언 볼런드 그림/세미콜론


이제야 사 보았군요. 이것이야 말로 헌책 팔아 새책 산 케이스입니다.
음 하하하하하하
(신촌 북오프 좀 짠듯...)

본 작품은 1988년 초판 출간 후 20년만인 2008년 출간된 디럭스 에디션으로 그림 작가 브라이언 볼런드의 완전히 새로운 채색 작업과 새로운 그림이 들어간 하드커버, 그리고 서문과 후기,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스케치, 보너스 단편까지 추가 수록된 판본입니다. 글은 <왓치맨>의 앨런 무어이고요. 크크크크크크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내용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장난꾸러기 악당 피에로 조커와 정의의 탐정(물론 가면을 쓴) 배트맨의 관계가 광기로 묶인 동전의 양면으로 정립되는 작품입니다. 결론적으로 배트맨 다크 나이트가 성립되는데 기초가되는 고전이라는 얘기이지요.

이와 같은 공식적인 이야기야 조금이라도 배트맨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아는 이야기일 것이고, 이 작품을 읽으며 제가 주목한 부분은 기억입니다.

삼류 코메디언이 어찌어찌하다 악당의 꼬임에 빠져 조커가 되었다는 과거사도 사실은 꾸며낸 이야기일지도 모르며 예기치 못한 불행조차도 변명이 될 수 없는 현실. 확실한 것은 현재의 광기뿐이라는 암울한 분위기는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이라는 책과 동시에 읽기 시작한 저에게는 묘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같은 조건 다른 선택이라고는 해도 그것은 만화 속 배트맨과 고든 서장의 이야기일 뿐이고, 현실에서는 칼로 두부 자르듯이 자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미쳐서 살 수 밖에 없는 생활이라는 지옥과 모든 광기를 어린시절의 어떤 트라우마로 환원해 버리는 얼치기 심리상담사들의 편리함에 대한 의심이 작품에 대한 여운을 길게 끕니다.

조커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기억이 났다? 어이구, 나 같으면 차라리 잊었을텐데!
기억이란 위험하기 마련이니까. 내 생각에 과거라는 건 그야말로 걱정스럽고, 불안한 장소니까.

'과거 시제'. 아마 당신은 그걸 그렇게 부르겠지. 하하하.

기억이란 워낙 믿을 수 없는 것이니까. 한 순간, 당신은 기쁨의 카니발에서 길을 잃게 될거야.
뚜렷한 어린시절의 향기며, 사춘기의 반짝이는 네온사인이며, 그 감상적인 솜사탕이며...
그 다음으로, 이제 당신은 결코 가고 싶어 하지 않을 곳으로 가게 될거야...

... 어둡고 추운 곳, 잊어버렸으면 싶을, 축축하고 모호한 형체들로 가득한 곳으로 말이지.
기억이란 비열하고, 불쾌한 작은 짐승이 될 수 있지.
어린애들처럼 말이야.
하하.

하지만 기억 없이 살 수 있을까?
기억이란 우리 이성의 근거지.
우리가 기억을 직시하지 못한다면, 이성 그 자체를 부인하는 셈이지!

그래도 안 될 것 있겠나?
우리는 합리성에 필연적으로 묶여 있지는 않으니까!

무슨 제정신 조항 같은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당신이 불쾌한 생각의 열차에 묶인 채로, 비명을 참을 수 없는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향해 가고 있을 때,
거기에는 항상 광기가 있음을 기억하시라 이거지.
광기야 말로 비상구인 셈이니까...

당신은 밖으로 나갈 수 있어.
그리고 지금껏 벌어진 그 모든 끔찍한 일을 뒤에 놓고 문을 닫아버리면 되지.
그렇게 그것들을 문 뒤에 가뒤 둘 수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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