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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화씨 451. 명불허전

imuky 2010. 12. 3. 12:58
화씨 451 - 10점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박상준 옮김/황금가지

과연입니다.
유명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읽어보니 유명한 이유가 있군요.

내용은 단순합니다.
책이 금지된 가까운 미래. 주인공 몬태그는 책이 발견되면 불 태우는 전문 방화수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느끼고, 마침내 억압된 일상과 미쳐버린 사회로 부터 탈출합니다.
그렇습니다. 요약하면 그 정도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과 그 속에 담긴 함의는 녹록치 않습니다.
벽면 TV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미디어의 공습. 파편화된 관계. 의구심을 두려워하는 사회 묘사는 이 책이 바로 어제 쓰여진 책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1953년도에 인터렉티브한 미디어의 지배와 인문학의 종말을 이토록 생생하게 묘사해 내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광범위한 영향력, 광범위한 대중들을 상대로, 모든 것이 갈수록 단순해지는 과정. 고전들이 15분짜리 라디오 단막극으로 마구 압축되어 각색되고 다시 2분짜리 짤막한 소갯말로, 결국에는 열 내지 열두줄 정도의 말라비틀어진 백과사전 한 귀퉁이로 쫓겨났다라는 얘기는 어깨를 치고, 상당한 교양을 가지고도 방화수 소장으로써 책을 불태우고, 젊은 방화수들을 독려하던 비티의 대사들은 절규로 들립니다. 

모든 책이 금서화 되어 불태우고 파괴된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단편집인 일러스트레이티드맨의 화성의 미친 마법사들과 화성 연대기의 어셔2와도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론 진수는 이쪽입니다마는 작가의 일관된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흥미롭습니다.








누군가에게 마음 놓고 권할 만한 책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에 감사하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