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일본어 말장난 소설입니다. 아재 개그죠. 동음 이어, 훈독, 음독을 총동원한 말장난에 약간의 통찰을 슬쩍슬쩍 기워 넣어 그럴싸하게 구라를 치고 있습니다. 책이 책을 낳는다는 유쾌한 상상이 누대에 걸친 인연으로 이어져 마침내 하늘도서관의 사서로 취업하는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이야기의 주인공(?)인 유지로가 저지른 깜찍한 꼼수가 내내 맘에 걸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는 사족입니다. 없어도 그만이고, 넣을 생각이었으면 좀 더 고민했었어야 했죠. 끝으로 갈 수록 해이해진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단락입니다. 조금씩 끊어서 읽으면 재미있고, 한번에 다 읽으려면 지루하니 끊어서 읽으세요. 그럼 2번 읽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건 그 나름대로 좋은 일이겠죠.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
_존 브록만 엮음148명의 지성에게 묻고, 그들이 답한 짧은 글 모음. 화장실에서 읽기 좋음 _조지 레이코프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조지 레이코프의 후속작 _플로리안 일리스2016년에 만난 최고의 책. 세계대전 직전 서방세계의 모습을 각종 자료를 통해 구성해 놓았다. 미드나잇 인 파리(우디 알렌)의 영화 속으로 다시 들어간 느낌. 영화보다 더 방대하고 덜 휘둘린다. _아다치 미츠루단편집. _타니구치 지로남의 의견만으로 책을 고르면 지루하게 된다. _사무라 히로아키(무한의 주인 작가)이 자식은 좀 구역질 나는 구석이 있다. _어슐러 K. 르 귄르 귄 여사의 리즈 시절은 무섭다. 처튼 현상을 기반으로한 는 정말 놀라움. 헤인우주에 관한 영화화 작업이 없었다는게 신기합니다. _사울 D. 알린스키1990년대 알..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글을 배우게 되면 책받침을 쓰게 했었다. 처음 배운 글씨를 힘주어 꾹꾹 눌러 쓰다 보면 뒤 페이지까지 자국이 남기도 했거니와 책받침을 받치면 푹신하던 공책이 도로 포장한 것처럼 적당히 딱! 연필을 받쳐줘서 글씨도 더 잘 써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책받침에는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만화의 주인공들이 그려져 있었고, 뒷면은 구구단이 인쇄되어 있거나 지도 같은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인쇄되어 있었다. 한쪽 끝에는 눈금이 그려져 있어 자로도 쓸 수 있었고. 어떻게든 아이들 맘에 들어서 많이 팔고 싶은 장사꾼의 마음과 문방구이니 학습에 유용하게 쓰이길 바라는 어른의 마음이 함께 하는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책받침은 글씨를 쓸 때 공책을 받치는 용도 외에는 주로 따먹기..
세카이계란 世界를 가타카나 セカイ라고 써서 구분 짓는 일본 서브컬처 문화의 하위분류 중의 하나입니다. 주로 제로연대(2001년~2009년) 사이에 유행했으며, 혼잣말이 많고 개인 사정이 바로 세계의 사정이 되는 터무니 없는 오타쿠문화의 한 종류이지요. 일본에서는 좀 비아냥거리는 뉘앙스도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종말 문학의 한 종류로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마에지마 사토시는 세카이계 작품을 '포스트 에바'라고 지칭하며, 여러 평론가와 이런 저런 이론을 빌려오지만 결국은 세카이계는 에바 쇼크에 대한 후속 반응이랍니다. 안노가 오타쿠에게 던진 질책은 '세카이계'로 응답받은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 더는 세카이계는 나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기반성은 불편하고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