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작가의 이야기는 절망도 웃으면서, 가볍지만 신중하게 속닥거리는 느낌입니다. 뭘 자꾸 애도하고 문을 열며, 누추해진 책상에서 사소한일에 세상을 얹어서 곡진하게 돌아보는 이야기가 아니라 무심하게 세상 무너지는 얘기를 툭 떨구는 소설이라 좋습니다. 특히 과하게 의미부여하지 않은. 화자의 인생을 타인의 몸에서 찾지 않는 섹스는 갈비뼈가 간질거리는 느낌의 기분 좋은 에로틱함이 있습니다. 하긴 정작가의 데뷔작 소재가 ‘몽마’였었죠. 가끔 나 혹은 내 주변의 이야기 같아 외면하고 싶은(제가 한국인 소설을 잘 안 읽는 이유이기도 한) 마음 때문에 결론부터 읽은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결국은 이야기 앞으로 돌아가 건너 뛴 곳부터 다시 시작해 끝까지 읽었습니다. #옥상에서만나요 #창비 #하필창비
이 영도 작가의 신작. 돌아온 이파리 보안관과 티르. 인류 멸망의 위협에서 세상을 구하라! 티르입니다. 여전히 기가 막힌 초반 설정과 결정적인 눙치기. 지나치게 능력 있는 멍충이가 나옵니다. 예언은 모호하고, 덕분에 사건은 일파만파. 식물왕의 탄생과 동물의 멸망을 배경으로 아이를 잃은 부모와 연인을 잃은 늑대인간, 살인자와 도제가 각자의 욕망을 품고 묘지 언덕에 모입니다. 그런데 야채 뱀파이어는 또 뭐랍니까? 게다가 드래곤까지 등장이라니. 아무튼. 은근 복제와 기억, 영혼에 대한 SF소설 같기도 합니다. 물론 SF는 아니고 마법이 일상을 지배하는 판타지 소설입니다. 그리고, 역시. 이 영도 작가의 매력은. 문장이나 스토리가 아니라 ‘세계’입니다. “여기는 이 세계거든요.” “판타지라구요.”라고 주장하지 ..
선망국의 시간은 조한혜정 선생님의 짧은 글 모음집입니다. 신문 기고글이 대부분이다 보니 각 글 당 분량은 4페이지 정도로 읽기 편하고 가볍습니다. 촛불 시위에서 전환의 가능성을 읽고,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찾습니다. 한국을 먼저 망한 나라(先亡國)라고 심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미래에 대한 기대의 표현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교양 있고, 학생들은 똘똘하며 뭐라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뿜뿜하고 있는. 그러니까 ‘그냥’ 연세대 교수님 세상입니다. 좀 더 젠더 문제에 집착하셨다면 어땠을까 하라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신문 기고 모음인데 그게 가능 할 리가 없지요. 게다가 촛불정국 아닙니까. 여기서 교훈이 있다면, 신문 글은 그날 읽어야 하며 어제의 글은 어제의 대화처럼 조금 쓸 만한 기억일 뿐이라는 것이겠죠..
로버트 A. 하인라인. 제1세대 그랜드마스터라는 별칭이 허명이 아닙니다. 시공사에서 나온 하인라인 판타지는 총 8편의 작품이 실려있습니다. , , , , , , , 이중 1940년 작품인 는 근래 유행한 어번 판타지를 하인라인풍으로 쓴 작품입니다. 어번 판타지의 증조할아버지랄까요. 발표 당시 제목은 ‘악마가 법률을 만든다’였다는데, 이 제목이라면 제목에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셈입니다. 는 태서렉트로 설계된 집 이야기로 1941년 작품입니다. 옮긴이는 아시모프의 느낌이라지만 저는 리처드 매드슨을 연상했습니다. 은 유아론(唯我論)을 음모론적 관점으로 풀어 놓은 이야기로 한국SF 동인지에서 많이 보던 그 무엇입니다. 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월도이고요. 은 제가 읽은 하인라인의 소설 중에서 가장 특이한 ..
앤 레키의 라드츠 제국 시리즈 2번째 책 이 드디어 출간 되었습니다. 전편 와 마찬가지로 신해경님 번역이고요. 출판사는 아작입니다. 역시 모든 사람을 그녀라고 지칭합니다. 성구별을 하는 외계언어라면 구별을 해주지만 라드츠어를 사용할 때는 모조리 그녀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이 방법은 제 안의 편견을 지속적으로 인식하게 합니다. 전 여전히 브렉과 세이바든, 티사르와트의 성별을 모르면서도 여자로 상상합니다. 게다가 더 역겨운건 그녀들의 피부색을 백인으로 상정했다는 겁니다. 아무 의심 없이요. 그러다 '어~ 아니가?'하며 조금 더 동양인 외모로 상상하다. '헉! 흑인일수도 있구나' 했습니다. 너무 전형적이죠. 우주를 누비는 인간종은 모두 백인이 기본이고, 좀 다른 사람이라면 나와 비슷한 동양인부터 선택하는 것...
전형적인 일본어 말장난 소설입니다. 아재 개그죠. 동음 이어, 훈독, 음독을 총동원한 말장난에 약간의 통찰을 슬쩍슬쩍 기워 넣어 그럴싸하게 구라를 치고 있습니다. 책이 책을 낳는다는 유쾌한 상상이 누대에 걸친 인연으로 이어져 마침내 하늘도서관의 사서로 취업하는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이야기의 주인공(?)인 유지로가 저지른 깜찍한 꼼수가 내내 맘에 걸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는 사족입니다. 없어도 그만이고, 넣을 생각이었으면 좀 더 고민했었어야 했죠. 끝으로 갈 수록 해이해진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단락입니다. 조금씩 끊어서 읽으면 재미있고, 한번에 다 읽으려면 지루하니 끊어서 읽으세요. 그럼 2번 읽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건 그 나름대로 좋은 일이겠죠.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
_존 브록만 엮음148명의 지성에게 묻고, 그들이 답한 짧은 글 모음. 화장실에서 읽기 좋음 _조지 레이코프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조지 레이코프의 후속작 _플로리안 일리스2016년에 만난 최고의 책. 세계대전 직전 서방세계의 모습을 각종 자료를 통해 구성해 놓았다. 미드나잇 인 파리(우디 알렌)의 영화 속으로 다시 들어간 느낌. 영화보다 더 방대하고 덜 휘둘린다. _아다치 미츠루단편집. _타니구치 지로남의 의견만으로 책을 고르면 지루하게 된다. _사무라 히로아키(무한의 주인 작가)이 자식은 좀 구역질 나는 구석이 있다. _어슐러 K. 르 귄르 귄 여사의 리즈 시절은 무섭다. 처튼 현상을 기반으로한 는 정말 놀라움. 헤인우주에 관한 영화화 작업이 없었다는게 신기합니다. _사울 D. 알린스키1990년대 알..
세카이계란 世界를 가타카나 セカイ라고 써서 구분 짓는 일본 서브컬처 문화의 하위분류 중의 하나입니다. 주로 제로연대(2001년~2009년) 사이에 유행했으며, 혼잣말이 많고 개인 사정이 바로 세계의 사정이 되는 터무니 없는 오타쿠문화의 한 종류이지요. 일본에서는 좀 비아냥거리는 뉘앙스도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종말 문학의 한 종류로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마에지마 사토시는 세카이계 작품을 '포스트 에바'라고 지칭하며, 여러 평론가와 이런 저런 이론을 빌려오지만 결국은 세카이계는 에바 쇼크에 대한 후속 반응이랍니다. 안노가 오타쿠에게 던진 질책은 '세카이계'로 응답받은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 더는 세카이계는 나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기반성은 불편하고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타쿠..
지구 중력의 700배.그러니까 지구에서 몸무게가 80kg인 사람이 메스클린(행성의 이름이다)에 가면 몸무게가 56ton이 된다는 얘기.생긴 것도 극단적이라 적도 지름 7만 7천km, 극 지름 3만 km로 찌그러진 팬케이크 모양이랍니다. 자전 주기는 18분. 이 정도면 그냥 '헬'이죠.뭐가 살 수 있겠습니까?그래도 뭐라도 살게하는게 SF 작가의 능력이고, 그렇게 해서 SF의 고전은 탄생하는 것이죠. 1951년 작품입니다. 이 시대의 하드SF 작품들이 대개 그러하듯 과학적으로 엄밀한 외계를 묘사하는게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등장하는 사람들은 외계인이고, 지구인이고 할 것 없이 과학에 충실하고, 호기심 많으며 성실하고, 합리적입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믿고 있지 않습니다. 외계인이건, 지구인이..
볼드모트의 죽음 이후 19년. 해리는 세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론은 장난감가게 주인이 되었으며 헤르미온느는 마법부 장관입니다. 말포이. 말포이는 상처했군요. 불쌍한 말포이. 해리와 말포이는 각기 자기 아들과의 관계문제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아버지 없이 자란 아이와 영 이상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할까요. 사실은 멀쩡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도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런 유명 시리즈물의 후속작에 주인공으로 낙점받은 아이들이라면 말해 뭐하겠습니까? 두 아이가 치고 다니는 사고의 스케일이 다릅니다. 해리의 아들과 말포이의 아들이 결합했으니… 나머지는 책을 보시고요. 스포일러는 시간여행. 단점은 연극 대본임. 무지막지한 행간을 자랑하면 2권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장점...
"제발트." "제발트." 하는 그 제발트입니다. 4편의 조금 긴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은 제목에서 짐작되듯이 4명의 이방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고향이 없는 삶, 고향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삶이 고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책에 실린 4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인 헨리 쎌윈 박사, 파울 베라이터,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막스 페르버에게는 그렇습니다. 아니, 사실은 고향이 없는 삶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정체성이 이방인이며 어디를 가도 이민자일 수 밖에 없는 유대인이라는 점이겠지요. 그것도 독일이 고향인 유대인. ㅜㅜ 약간 신빙성 없어 보이는 사진들이 신빙성을 채우는 서술과 어느 구석에선가 무뎌지고 무너지는 느낌의 문장은 매력적입니다. 가 풍경이 무너지는 느낌이라면 은 흐릿한 기억을 기억해 내는 '..
400여 종족들의 모임인 콘클라베는 행정조직이 되어야 하고, 개척연맹에는 민주주의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평화의 시대입니다. 에서 처음 소개된 세계는 이제 변화의 시기를 맞았습니다. 만 해도 세상이 변했구나였는데, 존 스칼지는 이제 이 이야기를 끝내려나 봅니다. 평화의 시대는 그에게는 맞지 않는 옷인가 보죠. 출중한 능력과 빼어난 유머 감각을 지닌 인물들끼리의 서커스 같은 두뇌 싸움과 매끈한 결말이 자연스러운 세계에서 끝나도 끝나지 않은, 지루하고 애매한 협의의 세계는 '평화'라도, '평화'라서 작가에게는 부담일 것 같습니다. 아쉽네요. 마음의 생애 뇌 적출과 뇌와 기계의 직접결합입니다. 2권 후반에 쓰다 버린 도입부를 실었습니다. 비교하면 재미있습니다. 유명 작가의 습작을 엿보는 것은 어떤 ..
리얼리즘만이 대접받는 문학이라면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없습니다. 끊임없는 고발만이 있을 뿐이겠죠. 그렇습니다. '아작'이 내놓은 은 리얼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고발보다도 아프게 고발하고, 어떤 대안보다도 자극적인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_ 반다나 싱 여자는 정말 행성이 됩니다. 그 과정 내내 남편은 이웃들의 시선과 가족의 체면만을 걱정합니다. 배경은 인도입니다. 2. 늑대여자_ 수전 팰위크 여성 늑대인간이 남자 사람과 결혼합니다. 늑대의 1년은 사람의 7년이고, 남자보다 어렸던 여자는 순식간에 남자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가 됩니다. 더 현명해진 것과는 상관없이 그녀는 버림받죠. 절묘하고 불편합니다. 3. 그들이 돌아온다 해도_ 조안나 러스 200년 전에, 그..
스스로를 '평균 이상'이라 자부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사회가 왜 이 모양인지 '실험심리학'의 다양한 결과물로 설명을 시도하는 책입니다. 결국은 '닝겐이란...'으로 수렴되는 결과입니다만 뭐라도 얻어 나오려면 개인의 몫이 큽니다. 듀크 대학의 댄 애리얼리 Dan Ariela는 실험참가자들에게 솜씨, 논리력, 기억력을 필요로 하는 과제들을 내주고 그 보상으로 한 집단에는 평균치 일당을, 두 번째 집단에는 2주분 급여를, 세 번째 집단에는 5개월분 급여를 지급했다. 그 결과, 가장 높은 보상은 가장 좋은 성과를 끌어내기는커녕 가장 낮은 점수를 얻었다. 그 원인은 아마도 높은 보상이 스트레스를 가중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높은 보상이 뛰어난 성과로 연결되는 경우는 극도로 단순한 작업을 줬을 때밖에 없다. 조..
깊은 빡침. 찰스 스트로스의 의 정서는 깊은 빡침입니다. 하긴 그럴만도 하죠. 양자 단위까지 조작이 가능한 세계를 배경으로 영생과 자유를 누리던 탱크, 정말 말 그대로 탱크였던 남자가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초반 언제쯤인가의 백인 사회에 속한 여자의 몸에 갇혀 버렸으니까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한심함과 저돌적인 불합리에 빡치고 빡치고 빡칩니다. 주인공 로빈/리브의 빡침이 생생하게 전해지더군요. 책날개에 있는 저자 찰스 스트로스의 사진을 보고 놀란 것은 여담이고요. 스타트렉의 전송장치를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의 세계가 만들어 질 것 같습니다. 웜홀 네트워크를 통해 인간을 전송할 수 있다는 것은 양자단위까지 인간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재조립이 가능하다면 그냥 조립도 가능하..
과 는 수학자가 쓴 책입니다. 그러니까 과학의 언어, 수학을 이해 못하면 책의 90%는 외계어입니다. 저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그건 수학이 그들의 모국어 이기 때문이며 평범한 문과성인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외계어 맞습니다. 특히 쪽이 그 정도가 심한데요. 12세에 SAT 수학 부분 만점을 받은 사람이 보통 문과인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러니 넘어갑시다. "일어나기 힘든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 점을 이해한다면, 일어나기 힘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고도 말할 수 있다."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지만 일어나기 힘든 일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힘든 일이며 세상의 모든 수학적인 모험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줄 마법의 계산자가 내 손안에 나타나는 것 같은 편리한 일은 두책을 읽는 동안에는 일..
쿠이 료코를 처음 접한 것은 만화전문서점 북새통의 매대였습니다. 이라는 특이한 제목에 '한번 사 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습니다. (오프서점의 장점이지요) 은 예쁜 표지 때문에 골랐습니다. 이 때까지도 의 작가와 의 작가 동일 인물인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의 작가인 쿠이 료코의 다른 단편집 를 사게되고, 이렇게 까지 달려오게 되었네요. 이런 식으로 전작품을 모두 사게 되다니... 쿠이 료코의 작품이 취향에 맞는가 봅니다. 비일상적인 동화나 전설의 다른 결말, 혹은 다른 각도에서 본 이야기. 이야기가 끝난 다음의 이야기. 의외로 디테일한 비일상적인 일상과 그런 이야기 속에 숨은 감정선의 섬세함은 무심한 듯한 그림선과 어우러져 독특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 냅니다. 차별을 큰소리로 지적하지는 않..
70년대. 소년중앙의 세계는 크고 넓었습니다. 미국은 우주시대였고, 일본에서 열린다는 것을 밝힐 수는 없었지만 태양의 탑만 빼고 소개된 오사카 만박은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나중에 밝혀질 열패감의 씨앗을 심어 놓고 있었지요. 아무튼. 한국에서 태어난 20세기 소년도 우주는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꿈의 그 무엇입니다. 휴스턴 57년간의 기록이라니 숨막히는 추억을 위해 지를 수 밖에 없는 화보집이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책을 받아보기 전까지는요. 모니터와 책을 구분 못하는 편집 디자이너가 만든 참상입니다. 책 크기가 작으면 작은 데로 레이아웃을 잡았어야 할 텐데, 그냥 이렇게 책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거의 모든 큰사진들의 페이지가 이 모양입니다. 18. 절대 사지마세요. 우주 감각 : NA..
90년대. 모던은 포스트했고, 신체는 주목 받기 시작했으며 적폐는 뚜렷했다. 창작과 비평은 그만됐고, 문학에 동네가 만들어진 90년대. 문학은 문화의 최전선에 서 있었으며 그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요컨대. 풍요로운 시대였다. 21세기. 격월간 문학잡지 '문학하는 사람'. 릿터는 지금, 문학하는 사람들의 처지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대중을 압도할. 어떤 의미에서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기는 질리게할 이론 같은 멋진 아이템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세상을 해석하고 재현할 수 있는 자는 우리뿐이라는 '자임'.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그분의 표절이 들통 난 이후 '한국문학(장)을 지탱하던 문학 질서가 탈은폐되면서'에서 괄호 안의 장과 탈은폐라는 단어 속에 담긴 '비열함'. 디자인 뒤에 숨어 뒤쳐진 것..
조성주 씀. '열정'은 사회 변화의 중요한 동력이지만 무한정 오래 지속되지는 못한다. 특별한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떠한 열정도 수십 년을 같은 열기로 지속될 수는 없는 법이다. 안타깝지만 사랑마저도 그러하지 않은가. (29p.) 1964년 린든 존슨 대통령의 의회 연설 '미국의 약속' (34p.) "흑인의 문제란 없다. 남부의 문제도 없다. 북부의 문제도 없다. 오로지 미국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오늘 밤 우리는 민주당원이나 공화당원으로서가 아니라 미국 국민으로서 이 자리에 모였으며, 이 문제를 해결할 미국 국민으로서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라는 링의 룰은 결국 조직하는 자가 승리한다. (39p.) 자기 이익에 근거하지 않은 공익이라는 것이 추상적으..
라는 게임이 있답니다. 보드게임인데요. 차기 마왕 자리를 놓고 각자의 던전을 꾸며 용사를 포획하는 게임이랍니다. 자~ 벌써 조금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ㅋㅋ 본 작품인 전지적 마왕 시점은 를 원작으로 한 2차 창작물입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마왕은 이제 아쉬울 게 없습니다. 세계 정복도 공주 납치도 다~ 젊은 날의 과오일 뿐. 이제는 마왕 랜드라는 테마파크형 던전을 운영하며 적당 적당히 인간들을 상대해 주고 있습니다. 던전에서는 만남을 추구해도 안 생기고요. 삼단 합체 켈베로스는 멸망의 괴물이지만 반려견입니다. 머 메이드는 메이드이고 중2병은 던전이 제 집이죠. 가볍게. 메타적으로다. 쿵쿵입니다. 사족: 번역 라이트노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쫌. 입이다. 어쩔 수 없죠. 시장의 크기가 다르니까요. 전지..
책등보다는 표지입니다. 서점 책꽂이나 아일랜드 매대에는 가끔, 책이 꺼내져 표지를 보이고 있거나 다른 책 위에 엉뚱한 책이 혼자 놓여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출판사 직원이거나 저자이거나 아니면 저자의 지인이 한 일이겠지요. 는 첫번째 경우였습니다. 책꽂이에서 나와 표지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줄의 카피 '10년 동거한 애인에게 34살에 차였습니다." 심~쿵 지나칠 수가 없더군요. 어느 날 깨어져 버린 생활의 연속성. 하지만 삶은 계속 이어지고 차분히 시간은 지나갑니다. 극적인 사건도 쪼잔한 복수도 없이 그저 그렇게 삶의 한 기억이 되어가는 과정. 짝꿍의 얼굴이 점점 무개성의 등장 인물로 변화하는 모습. 모두 그렇게 사는가 봅니다. 동거 종료 일기 - 오리하라 사치코 지음, 도노랑 옮김/AK(에이케..
양산형 범용병기는 사라지고, 또 새로운 건담 등장입니다. 이번에 등장한 기체는 RX-78AL 아틀라스 건담입니다. 우주세기가 배경이지만 이 정도면 공식은 물 건너갔습니다. 척 봐도 오버스팩이 장난이 아니게 생겼어요. 덴짱도 오버인데 그 보다 더 심하니. 크크 중력하에서 비행가능한 서포트 장비에 지온군의 연락용 셔틀 코무사이를 한번에 베어버리는 고출력 빔샤벨. 거기다 레일건 장착입니다. 단독 대기권 돌입만으로도 깜놀하던 RX-78이 불과 1년 전인데 말이죠. 그 밖에도 시험 제작품이 잔뜩이라니 뭔 흑역사를 쓰려는지 궁금합니다. 너무 막나가지만 않기를 바래야죠. 기동전사 건담 썬더볼트 5 - 오타가키 야스오 지음, 김정규 옮김, 야타테 하지메.토미노 요시유키 원안/재미주의
"신앙은 당신에게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질문을 멈추게 할 뿐이다." 신을 바이러스에 비유하는 이 책의 교훈을 요약하자면 위의 문장 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종교의 자유를 위해 유럽을 떠났던 초기 식민지 개척자들의 신화의 진실은 배타적인 종교 집단이였으며 지금도 미국은 매우 종교적인 국가라는 사실입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비유신론자라고 해서 생활의 위협을 느끼지는 않으니까요. 미국에서는 그런가 봅니다. 복음주의의 득세로 과거와 달리 자신들에게 가장 편안한 교회를 '구매'하러 다니는 미국인에게 종교의 자유가 제한적이라는게 좀 놀랍기는 했습니다. 물론 관습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미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민주 공화국입니다. 복음주의 바이러스에게 있어 가장 효과적인 단어는 구세주가 아닌 '개인적'..
2012년 3호 이후 명맥이 끊겼던 SF&판타지 도서관의 무크지 미래경의 4호가 2016년 봄호라는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생계가 아니라 좋아서 하는 일은 어떻게든 이어집니다. 휴간이 폐간인 문단과는 다른단 말입니다. 문단과는… ㅋㅋ 6편의 단편과 2편의 칼럼, 특집기사 1편, 에세이 1편, 5편의 도서 리뷰로 구성되어 있는 이번 미래경에서 가장 흥미 있었던 글은 아작 출판사의 마케터 이신우가 쓴 입니다. 'SF 전문'이라고 주장하는 순간부터 떠오르는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라는 염려로 시작된 글은 '어쩌면' 조금 더 지속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끝납니다. 그래요 우리에게는 북펀드가 있습니다.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우리가 추방된 세계_김창규 우리가 사는 세계는 어떤 실험을 위한 시뮬레이션이고, 연구 목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의 미카미 엔의 작품입니다. 비블리아 시리즈나 열심히 쓰지 이건 또 뭐냐며 짜증이 났지만. 샀습니다. 전 호갱이니까요. 이야기의 배경은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운영하던 낡은 사진관. 이야기는 사진관에 남아 있는 미수령 사진들의 주인 찾기. 덤으로 미스터리. 그렇습니다. 비블리아 고서당과 다르지만 비슷합니다. 주인공 가쓰라기 마유는 약점이 있습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점주 시오리코의 약점은 사실은 약점이 아니라 그녀의 차밍 포인트지만 마유의 약점은 인간적입니다. 시오리코가 2D면 마유는 2.3D정도 일까요. 악인 1명, 미친 사람 1명이 등장합니다. 추리는 얼개는 성글고, 특히 마지막 사건은 어이가 없지만 빨리 읽히고, 재미있으며, 여전히 처벌받는 사람은 없습니다. 프롤로그의 떡밥은 에필..
이 책은 절판된 책입니다. 아니, 작가가 절판시켰을 뿐 시중에는 재고가 남아 있어서 아직은 살 수 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사지 마세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말만 복직…쓰레기더미 사무실 발령 원본 위치 네, 그렇습니다. 출판 노동자 윤정기에 대한 지지의 뜻으로 '절판'한 책입니다. 다른 작가님들은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잘 살고 계시겠죠. 쿨하게… 권력과는 상관없는 듯 뭐 그건 그렇고요. 이 책은 굉장히 달달한 책입니다. 2억 광년의 우주를 횡단해 사랑을 찾아온 외계인이 등장하는 사랑이야기. 이상한 이야기이지만 '수박주스' 맛이 나는 소설입니다. 주인공 한아는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저탄소 생활을 하는 의상 디자이너입니다. 홍대에서 리폼 의상실을 운영하고 있지요. 그런 한아에게 10년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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