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이라는 제목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언어'에 관한 공상과학소설입니다. 언어의 구조나 사용하는 언어의 형식이 사용자의 사고를 지배한다는 설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면 이렇게 되는군요. 바벨-17은 일종의 프로그램 언어입니다.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의 의식을 프로그래밍하는 언어이지요. 세뇌가 아니고 리프로그래밍입니다. ㅎㅎ 그리고 그 사실을 밝혀내는 여정이 소설의 내용이고요. 시인, 외모를 극단적으로 변형하는 미용성형, 신분 격차, 공간 단층, 다자간 결혼, 유체, 합법적인 자살과 부활, 영혼, 강화인간, 공간 잠수함, 뇌 통신기, 외계인이 등장합니다. 존 스칼지가 하인라인에게 빚을 지고 있는 줄 알았더니 새뮤얼 딜레이니에게도 꽤 많은 빚을 지고 있군요. 주목: 바벨-17에는 나(我)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나가 없..
작가 장정일이 음악에 관련된 책을 읽고, 그 책을 밭삼아 써 올린 '음악과 사회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평균 5페이지짜리 글 116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개되고 있는 책의 권수는 조금 더 많습니다. 서문은 없고, 책의 첫머리에는 '신디 로퍼에게'라고 인쇄되어 있으며 114번째 글 의 마지막은 "이 책을 당신에게 바치다."로 끝납니다. 후기에 "책을 만드는 단계에서는 내 의견을 한 번도 내세우지 않았다."더니 신디 로퍼에게 이 책을 바치고도 2편의 글이 더 있는 것을 보면 사실인가 봅니다. 591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의 마무리는 '우리 시대 대중문화와 소녀라는 기호'에 대한 품위 있는 글로 되어있습니다. 음악과 관련된 책, 음악에 관한 책, 음악가에 대한 책, 작품 속의 음악, 작가의 음악 등 음악은 이..
앤 레키의 데뷔작 는 특이한 작품입니다. 읽는 게 불편합니다. 어딘지 똑 잡아 "요기다!"라고 지적하기는 힘들지만 뭔가 편안한 느낌은 아니죠. 처음에는 그 이유가 외계의 지명이나 이름의 발음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소리 내어 읽거나 눈으로 읽거나 한 번에 따라 하기에는 좀 불편한 이름. 하지만 일부러 어렵게 만든 티가 나지는 않는 이름 때문에 읽기가 불편한가 싶었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참 잘한 일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알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작가가 소설의 주인공인 저스티스 토렌을 통해 분명히 말해 줬는데, 몇 번이나 말해 줬는데,,, 독자인 나의 무의식은 계속 생물학적 성역활과 젠더를 구분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는 점을요. OTL 배경이 되는 라드츠 제국의 언어에는 성별 구분이..
역사는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것만이 아닐 겁니다. '관점'을 가진다는 것은 역사에서도 중요한 관점이겠죠. 이 책의 저자 사토 마사루는 세계사의 흐름을 꿰뚫기 위해 '아날로지'를 강조하고 아날로지라는 도구를 통해 국제를 독해합니다. 여기서 아닐로지는 서로 다른 사건들을 연결해서 유사성을 찾고, 그 유사성 사이의 행간을 파악하여 교훈을 유추해내는 사토 마사루의 생각도구입니다. 단점은 정보가 발생 시점과는 관계없이 모두 현재화된다는 점입니다. 명확하게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 점도 단점이라면 단점이고요. 책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공교육 우등생이 독학을 통해 깨달은 것을 너무 자랑스럽게 진열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일본의 제국주의 이야기를 하면서 오키나와를 슬쩍 밀어 넣고 시치미 떼는 대는 '아날로지'적 ..
르 귄과 하인라인을 사랑하는 소녀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그녀는 사악한 마녀인 어머니의 음모를 저지하다가 쌍둥이 자매를 잃었으며, 자신도 불구의 몸이 된 영웅인데요. ㅎ 그렇습니다. 조 월튼의 장편소설 는 톨킨의 중간계 마법의 계보를 이어온 근대 영국 마법을 기초로 궁극에는 젤라즈니의 패턴을 깨닫게 되는 작은 마녀 모리의 입을 통해 온갖가지 20세기 SF소설의 평을 시도하고 있는 판타지 소설입니다. 그 때문에 당신이 20세기에 출간된 SF소설의 팬이 아니라면 살짝 우스꽝스러운 성장소설로 읽힐 수 있습니다. 저는. 그녀의 취향 대부분에 동의합니다. 르 귄과 하인라인은 너무 좋고요. C.S. 루이스는 평범하고, 톨킨은 위대합니다. 실마릴리온은 별로지만요. 젤라즈니는 멋있지만, 가끔 질..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공직자부패방지법'으로 유명한 김영란 전 대법관의 책입니다. 2004년부터 6년간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경험한 사건 중 10가지 사건의 판결 의미와 논쟁거리를 되돌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감상은. 우리 법원이 놀고 있는 것은 아니며 내 의견과 다른 판결이라고 해서 간단히 무시하기에는 여러 관점에서 두루 살펴 본 대법관의 노고가 '있다'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이 책을 살펴봄으로써 첨예한 사회적 쟁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다수의견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법이 진보적일 수는 없겠죠. 보통의 경우 사회가 바뀌고 나서 법이 바뀔 겁니다. 조금 앞으로 나아가고 가끔은 후퇴하지만 아직은 착실하게 앞으로 향해 있는 대한민국의 변화를 대법원 판결로 확인하는 것이지요. 긍정적인가요? ..
장자의 천균(天均)이 어슐러 K. 르귄 여사 손에서 the lathe of heaven으로 번역되었고, 한국어로 옮겨오며 '하늘의 물레'가 되었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오역인지… 주인공 오르는 꿈을 꿉니다. 유효한 꿈. 그러니까 현실을 개변하는 꿈입니다. 어딘가에서 죽어가던 순간에 꾼 꿈속의 오르가 또 다른 꿈을 꾸고, 그 꿈 속의 오르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르죠. 호접지몽. 장자의 나비를 따라가는 이야기는 여러번 보았지만 이 정도의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르귄여사를 좋아하지만 살짝 지겨워지려 했는데, 역시! 엄지 척입니다. 참, 이 이야기는 SF와 판타지를 모두 쓴다는 점에서 카운터 파트인 로저 젤라즈니의 '형성하는 자'를 연상시킵니다. 북유럽신화와 장자라는 점은 다르지만 꿈의 전능감과 그 ..
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의 이름을 보고 샀는데 엘리자베스 웨흘링의 책 같습니다. 그런거죠. 유명교수님과 공저자의 책이라면 안 유명한 공저자의 책이라고 생각하는게 맞겠죠. 그런겁니다. 이후 관점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상대방의 언어를 쓰지마!" 이고, 부연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긍정적인 것을 앞에 두라. 주장하는 가치를 큰소리로 반복해 말하라. 사실은 정직하게 사용하고, 사실과 정책을 가치에 명확하게 연결하라. 가치는 사실이나 숫자보다 강하다. 그리고 반복. 참고 : 인지과학에서는 낱말이 단순할 때 가장 강력해진다고 합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이러한 낱말은 기본층위라고 한다더군요. 기본층위 낱말은 우리 마음 속에 영상을 활성화 시키는데 예를 들어 의자는 어떤 의자를 연상 시키지만 더 상위 낱..
현대문학에서 나온 세계문학 단편선 18 입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도 좋지만, 사실 이라는 아름다운 책을 쓰기도 했지요. 제게 레이 브래드버리의 이미지는 어두운 갈색에서 노랑색 사이에 글을 쓰는 작가로 잡혀 있습니다. 총 3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고요. 게중에는 다른 단편집이나 장편으로 묶여 나온 작품도 있어서 이미 읽어 본 글도 좀 있었습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그런거죠. 로켓과 꿈, 고됨. 그리고 지난간 희망. 그래도 희망은 희망이고, 등대를 찾아 구애하는 괴물과 가짜 로켓을 타고 다녀온 진짜 화성여행. 여름이 들어 있는 테니스화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ㅎ 레이 브래드버리 -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현대문학
친구들에게 '아는 형'이라 놀림받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이야기는 정세랑작가가 환상문학 웹진 겨울에 발표한 단편 (2010)의 확장판입니다. 모니터로 소설 읽는게 힘든 저는 아마도 거울의 단편선집이나 혹은 다른 지면을 통해 읽었던 것 같습니다. 찾아보기 귀찮으니 어느 지면이였는지는 넘어가기로 하고요. 언젠가 읽은 배명훈의 트위터에는 소설을 안 읽는 사람을 위한 장르소설은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른 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를 위한 쉬운 장르소설은 힘들 것 같다는 취지의 트윗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맞습니다. 귀신은 나오지만 호러는 아닌 이 귀여운 소설에서도 가장 평범한 에피소드를 찾아내는게 일반인 독자 입니다. 결국 덕분에 창비의 팟케스트를 끊을 수 있었지만요. 흐 작가로써 정세랑의 장점은 특별한 상황..
조화의 지혜로 현명현명한 여인들의 이상적인 공동체가 아니라 남자의 폭력성이 더 극명하게 여자들이 처한 현실을 드러냅니다. 게다가 더 나쁜것은 그 남자들이 그리 나쁜사람이 아니라는거죠. 그래서 남자들도 구조의 피해자라고요? 하하 그렇게 염치 없지는 않습니다. 체체파리의비법 우주 부동산업자의 생물학적구제법 때문에 인류는 폭망합니다. 지구는 좋은 땅입니다. 인류를 폭망으로 이끄는 약한 고리는 남성의 성적 폭력성이고요. 원죄 같은겁니다. 접속된 소녀 예전에 판타스틱이라는 SF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는 단편입니다. 그때는 사이버 로맨스물이였는데, 지금은 좀 다르게 읽혔습니다. 멋진 신세계이더군요. 특히 유사경험을 기반으로한 미래세계의 광고는 대단했습니다. SNS 발전 덕분에 작가의 탁월함을 느끼게 되는군요. 인간은..
사이파이의 세계가 전하는 공포, 스릴러 그리고 경이의 순간과 반전의 미학! 당신이 생각하는 단편의 매력과 그 이상의 즐거움이 기다린다!! 라고 책표지에 박아 넣다니… 몸서리쳐지게 촌스럽습니다. 그래도 책이 내용이지 표지인가요?(가끔 표지보고 사기도 합니다만) 한국의 장르작가 8명의 단편 8편과 일본작가의 단편 한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조커가 사는 집-김상현 표제작입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취향이 좀 '고증실패' 같은 느낌입니다. 설정된 나이에 비해 너무 오래되었거나, 혹은 연습생 팬질하지 않고는 몰랐을 아이돌 이름들이 등장합니다. 옥상으로 가는 길-황태환 좀비물입니다. 사건의 재구성-이재인 추리물이여야 할텐데… 그냥 가상현실 소개 장군은 울지 않는다-백상준 ㅋㅋㅋ 근엄한 표정으로 쪼잔하게 쪼인트를 까는 ..
시작은 천관율기자의 : '견고한 남부'와 '위대한 호남' 때문이였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지금까지의 상식이 더 이상 상식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죠. 하긴 김욱의 은 별다른 계기가 없다면 읽기 힘든 책이기는 합니다. 그 계기는 아래와 같은 질문이죠. "호남의 진짜 정서는 뭘까?" 사실 어느 지역의 진짜 정서라는 것 자체가 딱! 이것이다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파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지금 알게 된것이 나중에 알게될 사실과 같을리도 없는 뜬구름 같은 것이라 애써 알아본들 에너지만 소비하는 일 같습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궁금한 것을… 우선 은 호남권 50대 지식인의 생각입니다. 호남 전체의 생각이라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어떤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진행된 연구도 아닙니다. 다만 저자가 본인..
황금가지 출판사의 제1회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 당선작입니다.1회라고 했으니 다음 회도 있을 것 같지만 세상일이란 모르죠. 장르소설 팬의 멘탈은 언제나 최악을 상상한답니다. 1회만이라도 당선작이 있고, 이렇게 빨리 출간된 것만도 기쁜일이죠. 장르소설 팬의 멘탈은 긍정적이기도 하죠. ㅋㅋ 내용은 옛애인을 찾아 다시 시작해 보려는 중년 이혼남의 시간여행 모험담입니다. 단번에 읽었습니다.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반성했습니다. 제1회 타임리프 소설 공모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이런 이야기는 어떨까하며 생각해 본 것이 있었습니다.양자 어쩌구하는 장치를 통해 과거나 미래를 엿보게 된 주인공이 출근할 때와는 다른 신분으로 퇴근하는 이야기였죠. 포인트는 주인공이 자신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한다는 것이였고요. 시간을 엿보..
이 책은 저자가 보수화된 시민 32명을 심층 인터뷰한 박사학위 논문을 발전시킨 책입니다. 결국 나름 객관적인 자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논문 기본이잖아요. 일단 개인적인 인상평이 아닌 신뢰할만한 자료라고 생각하고 읽어보면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객관적인 경제지표와 정책성과들을 살피면 그다지 무능하지않았던 진보가 어쩌다 무능한 집단으로 인식되고 보수는 유능하다 믿어지는가?"입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은 '말수가 적지만 묵묵하게 자기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사람'을 모범적인 대상으로 판단한다. 박원순 시장이 강남3구에서도 선전한 이유도 그렇다. -종북 담론은 단순한 반공담론이 아니다. '진보는 유약하다'는 인식을 강화하는 요인이며 '유약함=무능'과 관련이 깊다. -서민층이 진보정당을 외면하게 된 것은 진보..
왕과 군대, 영주와 신하의 역사에서 평민, 도공, 상인 삶을 궁금해 하더니 이번엔 '빅히스토리'입니다. 큰 질문과 독자의 교양력을 2포인트 쯤 올리는 통찰. 재미있지만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믿음으로 꽤 인기를 끄는 책인가 봅니다.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생물들을 아울러 가장 많은 동식물을 멸종시킨 연쇄학살자이며서 밀과 쌀의 노예가 되어 비참한 생활을 하는 잡식성 유인원입니다. 수렵채취인보다 더 열악한 농부의 삶은 어쩌면 개~구라를 구체화하기 위한 사원을 짓기위해 벌판에 모인 노동자들의 식량공급을 위해서 인지 모르겠고요. 인간이 만든 모든 질서는 내적모순을 지니고 있고, 문화가 이런 모순을 중재하려고 끊임 없이 노력하는 과정이 변화의 불이라는군요. 그 중 최고는 돈인데 왜냐하면 종..
관음증 voyeurism, 남성음란증 Satyriasis, 여성음란증 nymphomania, 노인성애증 gerontophilia, 동물기호증 zoophilia, 레즈비언 lesbian, 트랜스섹슈얼 Transsexual, 호모포비아 Homophobia, 둔부기호증 pygophilia, 드래그 퀸 drag queen, 드래그 킹 drag king, 마찰 도착증 Lithophilia, 무성애 asexuality, 인육도착증 vorarephilia, 복장도착 페티시즘 transvestic fetishism, 부분성애 partialism, 강간애호증 biastophilia, 사물 기호증 objectophilia, 추위애호증 psychiatry, 사춘기후기성애증 Ephebophilia, 수족절단기호증 acroto..
정치는 여자에게 맡기고, 의례화된 노래로 물리적인 폭력을 대신하는 인간사회를 지구인이 망칩니다. 헤인우주에 지구인이 등장하다니 웬일? 했더니 바로 구토를 유발하는군요. 지구인의 욕망은 더럽게 편협하고, 노골적으로 충실합니다. 지구인은 해충입니다. 해충은 배제되어야 하고, 배제는 폭력을 부릅니다. 그리고 폭력은 살인을 잉태하지요. 한 번한 살인은 결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살인에 합당한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데도 말이죠. ㅜㅜ 참, 설정된 배경이 존 스칼지의 '작은 친구들의 행성'을 연상시킵니다. 숲, 털북숭이 원주민, 개발업자 등등. 하지만 진행은 완전히 다르군요. 살만한 시대의 SF는 디스토피아가 평범한 비전일 수 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긍정이 필요한 시대이니까요. 1970년대는 분명 살만한 시대..
던전에는 몬스터들이 있습니다. 모험가들은 파티를 이루고 몬스터를 무찌르며 최종 보스를 찾아 던전을 헤매지요. 그런데 잠깐 모험가들은 어째서 무겁게 식량을 들고 다니는 걸까요? 어째서 마른고기와 빵, 포도주를 고집하는 걸까요? 사실 몬스터들이 많이 산다는 건 던전 안이 하나의 생태계라는 이야기이고, 먹이사슬이 존재한다면 인간이 그 사이에 못 끼어들 이유가 없을텐데요. ㅎㅎ 그렇습니다. 주인공 파티는 던전을 탐험하며 몬스터들을 잡아서 '먹습니다.' 몬스터 쿡방 만화! 그것이 바로 쿠이 료코의 던전밥입니다. 이상. 여기까지. 던전밥 1 - 구이 료코 지음, 김완 옮김/㈜소미미디어
띠지에 제17회 데즈카 오사무 문학상 단편상 수상작이라고 써있습니다. 그 상을 탈만합니다. 데즈카 오사무의 아톰은 로봇의 몸으로 인간성을 질문하기 일수였고, 고다 요시이에는 작정하고 인간의 껍질을 두드립니다. 그 알맹이야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죠.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당연한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애완 로봇과 육아 로봇 마시는 기른정에 대해서 가족 증원법과 릭의 추억은 번식을 열등 로봇 열등군과 죄와 벌의 상자, 크로스의 전장은 인간사회를 간병 로봇 히로사와와 그레이트 시드는 특별한 위로를 전합니다. 어쩐지 20세기 초엽의 구닥다리 이야기 같지만, 지금 세대는 잘 모르는 이야기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야기는 돌고 도나 봅니다. 언제나 새로운 독자가 태어나기 때문에요. 문제는. 망각을 ..
한장의 사진. 19명의 젊은이. 그 중 한명은 박헌영이고, 나머지는 누구인가? 이렇게 시작된 추적은 20세기 초, 극동 아시아와 미국 땅을 넘나드는 파란만장한 기록이 됩니다. 현앨리스. 독립운동가 현승의 딸. 그리고 1955년 북한의 부수상 겸 외상이었던 박헌영을 북한이 미제의 고용간첩 및 공화국 전복 혐의로 숙청 할 때. 그 혐의를 확증하는 중요한 인적 증거로 활용되었던 여자. 그의 시대를 추적하는 것 만으로도 395쪽입니다. 상상으로 채워 넣은 가상 대화 한번 없이 순전히 기록에 쫓아 행적을 따라가는데만도요. 휴~ 1903년 선교를 목적으로 하와이로 떠난 현승 목사의 딸로 미국땅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이지만 서울에서 자라고, 독립운동가인 아버지를 따라 상하이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박헌영과 사회주의를 만났..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행정 결과에 따른 책임 있는 의사 결정권자를 찾을 수 없습니다. 권력은 보이지 않고, 이해는 상충하지만, 관계는 복잡한 사회. 푸코는 "어쩌면 오늘날 목표는 우리가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무엇인가를 거부하는데 있다."고 했습니다. OO답게 행동하길 거부하는 저항. 상상할 수는 있는데, 방법은 모르겠는 어떤 저항. 이 책의 내용은 그런 저항보다는 문제의 본질. 즉 '정치적인 문제'를 시민성의 결핍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다양한 종류의 시민으로 구성하는 임파워 의지, 시민성 테크놀로지, 통치술에서 찾고 있습니다. 무관심, 무기력은 정치적인 문제의 원인도 결과도 아니라는군요. 민주주의 통치가 작동하려면 시민은 반드시 '구성'되어야 하며 임파워 의지의 정치적 효과를 ..
3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처음으로 신비한 소녀 요츠바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는 아니라는 에피소드입니다. 가족이 있고, 그에 어울리는 배경도 있겠지요.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아즈마 키요히코의 그림 선이 좀 변한 듯합니다. 조금 굵어졌다고 할까, 디테일이 조금 무뎌졌다고 할까... 뭐 그렇습니다. 기가 질리게 하는 그림 솜씨 자랑을 좀 자제하고 있습니다. 스토리에 어울리게 그림 연출을 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지만 전에는 스토리와 관계없이도 요츠바랑에서는 그림 솜씨 자랑을 했었는데 의외입니다. 나이 탓일까요? 아님, 다른 수련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튼 "요츠바~ 다음엔 언제 올 거니?" 이렇게 끝낸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는 만화라 요츠바랑! 13 -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대원씨아이(만화)
미쿡 시골에서 독일차 전문 정비소를 운영하는 인디언출신 여자 정비공의 이름이 메르세데스 톰슨입니다. 이게 얼마나 터무니 없는 설정인지 아시겠습니까? 존재자체가 판타지입니다. 파트리샤 브릭스의 문 콜드 3편은 이런 그녀가 요정보호구역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요정들은 강력한 존재들이고, 마법적입니다. 게다가 심술궂고 변덕스러우며 신뢰하기도 힘든 존재이지요. 그런 그들이지만 '덕후'에게는 쉽게 죽임을 당하는군요. 누가 뭐래도 양덕 아닙니까. 이길 수가 없죠. 참. 새무얼과 아담 사이에서 드디어 결판이 납니다. 결론은 아담이고요. 이후에도 4편 정도가 더 있다는데 늑대, 뱀파이어, 요정에 어장관리까지 끝냈는데 뭘 더 했을까요? 혹시 드라마나 나와야 더 번역 출간해 줄지 모르겠습니다. 아..
파트리샤 브릭스의 어번 판타지 '문 콜드'의 2번째 책입니다. 1권을 2010년에 읽었으니 무척 오래간만에 보는 머시 톰슨입니다. ^^)a 여주인공인 머시는 여전히 독립적이고, 더욱 강력해 졌더군요. 이번에는 흡혈귀 사회 내에서 발생한 말썽을 해결합니다. 사건 초기에는 남자들의 장식품 혹은 보조 정도였는데,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는 머시 톰슨입니다. 본인의 능력과 본인의 지혜로 자신 보다 몇배나 강력한 힘을 지닌 남자들을 구하고 그 보다 더 강력한 남성을 물리쳐 버리더군요. 뭐, 물론 하이틴 로맨스류의 밀당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거부할 수 없는 남성적 매력에 하염없이 빠져드는 것을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다른 하이틴 로맨스 여자 주인공들과는 다릅니다. 적어도 2권까지 독립적입니다...
지구를 정복하러 온 외계 부동산 개발 회사의 부장님은 단신부임하면서 촉수괴물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지구를 지키는 5명의 마법소녀는 촉수괴물에 약합니다. 책의 크기는 '문고판' 표절과 문화권력, 출판의 미래, 울분, 분석과 전망, 마케팅, 현금흐름, 서점의 역활 등등에 고민하는 동안 '할말있는 중생'과 '읽을거리가 필요한 잉여'는 이렇게 책을 만들고, 유통하고 읽고, 버립니다. 출판의 희망이 아니라 다른겁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 만화 시장을 살려낸 것은 기존의 만화 출판업계가 아니라 다른 토양에서 자란 기술자와 이야기 소비자, 그리고 이야기 그림꾼들이었군요. 그런겁니다. 출판업계 여러분 힘내세요. 황혼입니다. 단신부임 부장님은 촉수 괴물을 기른다 - 카라차 지음/에픽로그
보기드문 중국 SF소설입니다. 그러나 띄지에 쓰여 있는 것처럼 2015년 휴고상 수상작이라면 이건 보기드문 정도가 아니라 놀라운 중국SF인겁니다. 소설 삼체는 중국판 세티 프로그램인 '홍안'을 배경으로 문화대혁명, 인간 혐오, 그리고 삼체 세계를 이야기의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중 삼체 세계는 3개의 태양이 서로 공존하는 카오스로 외계이며 침략자입니다. 앞으로 이야기는 지구와 외계인의 생존 전쟁이 되겠지요. 삼체는 작가 류츠신의 '지구의 과거'연작의 1부인 것입니다. 2, 3부는 어찌될지 모르겠군요. 아무튼 서양의 SF가 미니멀(?)해지고, 한국의 SF는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일상의 모서리로 구겨들어갈 때. 중국은 이런게 처음이라는 듯.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는 듯. 우주와 인간, 존재와 도덕,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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