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트 에코의 신간. 나이가 나이니 만큼 '최후의 걸작'이란다. 허허 아무튼 가짜 역사의 진실성에 대한 기약 없는 야부리로 독자를 괴롭혔던 에코가 이번엔 개인의 기억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존재라는 주제를 탐구한다.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사적인 기억들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나는 기억으로 구성된다. 이 시점에서 에코의 메아리는 공식적인 기억이든 개인적인 기억이든 현재의 나라는 환경을 긍정하고, 사랑으로 구원 받으려 한다. 흥미 있었던 것은 두체가 하는 짓이 어쩌면 그리도 전두환과 닮았는지(역사의 순서가 아니라 사적인 경험의 순서로 두체는 전두환을 흉내내는 것 같다) 얌보의 어린시절이 마치 나의 것인냥 이입되던 에피소드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데올로그는 보편적 체험의 테마파크이다.
15년전 파리의 몽빠르나스역에서 밤기차를 타고 새벽길을 달려 몽생미쉘에 갔었다. 수도원 입구에는 굴요리를 파는 레스토랑이 즐비했건만, 도저히 혼자들어가서 먹을 용기도 없고, 해서 수도원에 올라 여기저기 사진만 찍다 돌아왔다. 언젠가는 이 복도, 이 지붕, 이 문양을 내 만화에 담아낼 날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15년후 참 질기게도 돌아다니고 있는 김남희씨의 최신 여행기를 읽었다. 여기가 아닌 저기에 대한 이야기들. 밖에서는 언제나 안을 향하던 마음이, 밖이 그립단다. 그런데 남희님! 보네스에서 당신은 베아트릭스 포터의 이야기를 하며 외로움이 무언가를 낳기도 하는 법이니, 내 외로움도 무언가를 낳을 날이 오리라 믿는다고 하셨죠? 그런데, 혹시 이미 낳아 놓은건 아닐까요? 당신이 꿈꾸던 것과는 ..
거짓 겸손만한 자만이 없으며 반(反) 정치만한 정치가 없다. 번지르한 반물질주의의 통속성은 누구의 책임인가? 마더 테레사의 이름 아래에서 간과하고 넘어가기 쉬운 그녀의 행동과 말에 대한 고발이자, 비판서. 중세에서나 통할 것 같은 교조가 현대에서도 통하는 것은 양심에 따른 행동보다는 양심의 무게를 덜어내는데 더 애쓰는 생활 방식 때문일 것이다. 핵심은 콜카타의 모든 선교자들이 우연이라도 구할수 있는 사람의 목숨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과 그 현실에 대한 외면이다. 냉엄한 공리주의적 셈법으로 바라본 마더 테레사의 진실은 불편하다.
스페이스 오페라의 아버지. 19세기 마초의 바르숨(화성) 정복기이자 영웅호색이라는 동양적 전통을 알지못하는 백인 무지렁이(?)의 기사도 로맨스. 화성을 왕복하는 방법의 애매함을 빼고는 제법 그럴싸한 화성의 생태계와 종족 묘사로 역시 이런 장르는 설정이 반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장 11권에 달하는 방대한 시리즈의 첫권이라는데 기적의 책 출판사는 과연 바르숨 시리즈의 다음권을 번역 출간하는 기적을 연출 할 수 있을까? 이것도 나름 관전 포인트이기는 한데 말이다. 혹성간의 기압과 중력의 차이로 방문한 혹성의 원주민보다 더 뛰어난 신체적인 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설정은 언뜻 슈퍼맨을 연상하게도 하는데, 사실 이쪽이 더 선배다. 지구에 와서 설치는 초능력 외계인보다 우주에서 난장지르는 초능력 지구인이 먼저라니 역시..
요즘 한강변에는 녹지화 사업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이 녹지화라는게 좀 이상한 것이 멀쩡한 축대에 30~40cm 나무 칸막이를 치고 흙을 덮는 공사를 하고 있더군요. 아마도 이 얄쌍한 흙위에 잔디나 나무를 심겠다는 심산인가 봅니다. 녹지화라기 보다는 포장수준이죠. 오세훈 시장이 천명하는 디자인 서울이라는 것이 겨우 이정도인지 절로 묻고 싶은 공사입니다. 낼부터 시작된다는 장마에는 무사할 수 있는지? 한강물이 넘치면 저건 어찌 되는지? 걱정입니다.
2005년 4월부터 2008년 2월까지 강준만 교수가 한겨레, 한국일보, 경향신문, 새전북신문 등에 기고한 글들의 모음. 여러 곳에 짧게 짧게 실렸던 글들의 모음인지라 글과 글 사이에 편차가 좀 있다. 하긴 모든 곳에서 어떤 주제라도 깊은 통찰력을 기대한다면 그 또한 스스로를 의심해 볼 일이니 편차야 말로 독자들이 알아서 읽을 대목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민주당의 분열이후 마음 둘곳 없는 저자가 제3의 자리를 모색하는 것이야 할 말이 없지만 스스로 견원하는 집단이 주장하는 이름과 실제 정체성의 차이를 호도하는 '진보파'라는 단어를 두루두루 구분없이 쓰는 것은 좀 자제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통속과 한편, 그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반대편을 구분해 주는 것도 강교수 같은 지식인들이 해야 할 일이..
아직 켜지 않은 촛불을 보자 슬며시 다가와서 촛불을 나눠주던 남학생. 경찰은 시민들을 지켜주는 거잖아요라며 쉰목소리로 울먹이던 여학생. 미안하다. 고맙다. 경찰은 원래 때리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너희들은 경찰은 원래 시민을 지켜주는 사람들이니까 이런 상황이 말도 안된다고 하더구나. 경찰은 원래 권력의 시녀이려니 했다. 그런데 너희들은 경찰은 원래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더구나. 용서해라. 기도하마. 너만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세상에 등돌리고 상처 받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리고, 6월 10일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도 걱정이다. 너희들은 내 나이되어서 거리로 나올일은 없어야 할텐데...
이미 끝물인 영화의 상영관은 텅비어 있었습니다. 100석이 조금 넘어보이는 극장. 튀겨 놓은지 좀 됐는지 약간 눅눅해진 팝콘과 커다란 콜라를 들고 앉아 있다 보니 어린시절의 추억이라는 것도 지금 상황처럼 구차하게 느껴지더 군요. 하지만 단 1명의 손님을 위해 낭비되는 모든 것을 감수하고 펼쳐진 스피드 레이서의 세계는 생각 이상으로 화려하게 두근거렸습니다. 그냥 저 스크린 넘어에서 계속 살고 싶은 유혹이 느껴질 정도로요. 그럴 수 없다는 거야 알고는 있지만 유혹 정도는 느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이미 너무 많은 세월이 지나가 버려서 디테일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기억의 덩어리 속에 담겨진 무엇인가만은 확실히 잡아냈더군요. 그래요. 그건 꿈이자 추억이였습니다. 적어도 나의 과거는 그런 가상현실로 ..
2008년 상반기 삼성 래미안의 TV광고 2편. 이야기 설정 상 고교 때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윤재씨. 친구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커리어우먼으로 직함은 무려 차장(뚜시궁!) 그런데 그런 그녀가 윤재씨를 보면 얘기한다. "니가 더 때단한데~" 그렇습니다. 사회적인 능력은 좀 못할지라도 일찍 시집가서 애도 하나 낳고 프리미엄 빵빵한 아파트 사시는 여자가 대한민국에서는 성공한 여자라는 겁니다. 한술 더 떠 볼가요. 이 정도는 약과라는 듯이 2탄은 더 노골적입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말씀 하십니다. "애썻다 애미야~" 요기서 며느리가 뭘요~라면 겸손을 떨자. 쇄기를 박으시는 어머니 "니가 애썻지~" 부동산 재태크는 주부의 몫이라는 얘기입니다. 이건 아주 상식이라는 듯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첨단의 ..
순정만화 : 아침 드라마 같은 얘기들을 순정으로 포장해서 특정 성정체성을 가진 아이들에게 팔아먹던 그렇고 그런 만화. 하지만 그곳에는 보통의 극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애잔함과 포근함. 어떤 비극도 꽃무늬 배경 속에 녹아서 아름다움으로 승화하는 순정(純情)... 소설 달의 바다에서 순정을 느낀건 저자가 여자여서도 꽃무지개 삽화가 있어서도 아니다(사실 표지그림 이외에 삽화는 없다) 다만 비열한 환상에 젖은 눅눅한 현실이 아니라 순수한 거짓말이 주는 기쁨과 그 속에 숨어있는 애잔함 때문이다. 정한아씨의 시선에 언제나 따뜻함이 함께 하기를, 그래서 남루한 일상에도 살아야하는 이유를 건네주길 빈다. 사족: 이 소설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붕괴와 환멸을 읽는 것은 좀 오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6개의 단편이 실린 단편집. 의 나는 법률사무소에 다니고 있지만 에서는 백수가 되어 있고, 디자인스쿨에서 사무를 보는 아내는 와타나베 노보루의 동생이며 같은 이름의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 와타나베 노보루는 에서 화자의 여동생과 결혼하며, 결혼전에는 컴퓨터 엔지니어 였으나 에서는 작은 번역사무실을 공동운영하고 있으며 몸이 약한 아내에게 헌신적이다. 와타나메 노보루의 몸 약한 아내는 의 화자인 대기업 전자제품 회사 광고부 직원의 동생이다. 세상의 가치는 점차 소멸 되어가고, 존재는 모호해진다. 느낄 수는 있어도 수정할 수는 없는 현실은 환상적이다. 욕도 안나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상 판타지.
이런건 말이야 제때 제때 나와 주셨어야지...
신해철에 대한 기억 하나. 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은 그가 롯데 신격호회장 조카라서다라는 소문을 믿었다. 신해철에 대한 기억 둘. 노래 못하는 가수. 그러고보니 별로 좋은 기억들은 아니로군. 흠~ 하지만, 이런 나쁜 기억 속에서도 그의 생명력에는 조금 놀라고 있었다. 그래서 읽게 됐나? 결코 신해철의 팬이 아니였지만 그가 어째서 아직도 현역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 책. "똑바로 살아라!" 언제나 힘들고, 누가 그렇게 살고 있는 것 처럼 보이면 좌절하는 명제. 지승호의 노고에 감사하고,나의 비생산성에 놀라 버렸다. 쪼금 부럽다.
세상의 룰을 바꾸는 특별한 1%의 법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 인간관계에서부터 가정생활, 정치학, 식품, 음료, 외모와 패션, 세대문제, 국제정서까지 다양한 관심사와 트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지금은 비록 소수지만 앞으로는 어떻게든 성장할 것 같아보이는 트랜드를 모아 모아서 소개하고 대처해 보자는 얘기인데, 꽤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돈도 많이 들어간 책 같다. 저자야 마크 펜과 키니 잴리슨으로 되어 있지만..... ㅋㅋㅋ 일단 참고할 만한 내용은 많다. 얼마전 읽은 괴짜 심리학처럼 나를 제외한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구나라는 호기심을 채우는데 도움이 되는 분량과 내용이랄까. 다만 미국의 1%는 그 시장의 크기 때문에 아차 하는 순간에 왠만한 나라의 전체 인구만큼이 되지만(중국이나 인도는 더..
일선에서 물런난다고 해서 정주영회장이 왕회장이 아닌적이 없었듯이 이회장이 물러난다고 정말 짤린 건 아니고, 낼 세금 내겠다지만 특검이 정리해 줬듯이 공소시효 다 지나서 정작 낼 세금은 얼마 안되고 유익한 일에 쓰겠다는 돈도 지난번에 8천억원 사회환원 한다고 했다가 어영부영 두리뭉실 거짓부렁 한 전적이 있으니 믿을 수 없고, 아들은 백의종군한다지만 언제부터 지사장 달고 일하는게 백의종군이였는지... 이순신 장군이 알면 개탄할 일이고, 도대체 뭐가 쇄신안이라는거야? 독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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