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이 료코를 처음 접한 것은 만화전문서점 북새통의 매대였습니다. 이라는 특이한 제목에 '한번 사 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습니다. (오프서점의 장점이지요) 은 예쁜 표지 때문에 골랐습니다. 이 때까지도 의 작가와 의 작가 동일 인물인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의 작가인 쿠이 료코의 다른 단편집 를 사게되고, 이렇게 까지 달려오게 되었네요. 이런 식으로 전작품을 모두 사게 되다니... 쿠이 료코의 작품이 취향에 맞는가 봅니다. 비일상적인 동화나 전설의 다른 결말, 혹은 다른 각도에서 본 이야기. 이야기가 끝난 다음의 이야기. 의외로 디테일한 비일상적인 일상과 그런 이야기 속에 숨은 감정선의 섬세함은 무심한 듯한 그림선과 어우러져 독특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 냅니다. 차별을 큰소리로 지적하지는 않..
70년대. 소년중앙의 세계는 크고 넓었습니다. 미국은 우주시대였고, 일본에서 열린다는 것을 밝힐 수는 없었지만 태양의 탑만 빼고 소개된 오사카 만박은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나중에 밝혀질 열패감의 씨앗을 심어 놓고 있었지요. 아무튼. 한국에서 태어난 20세기 소년도 우주는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꿈의 그 무엇입니다. 휴스턴 57년간의 기록이라니 숨막히는 추억을 위해 지를 수 밖에 없는 화보집이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책을 받아보기 전까지는요. 모니터와 책을 구분 못하는 편집 디자이너가 만든 참상입니다. 책 크기가 작으면 작은 데로 레이아웃을 잡았어야 할 텐데, 그냥 이렇게 책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거의 모든 큰사진들의 페이지가 이 모양입니다. 18. 절대 사지마세요. 우주 감각 : NA..
90년대. 모던은 포스트했고, 신체는 주목 받기 시작했으며 적폐는 뚜렷했다. 창작과 비평은 그만됐고, 문학에 동네가 만들어진 90년대. 문학은 문화의 최전선에 서 있었으며 그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요컨대. 풍요로운 시대였다. 21세기. 격월간 문학잡지 '문학하는 사람'. 릿터는 지금, 문학하는 사람들의 처지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대중을 압도할. 어떤 의미에서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기는 질리게할 이론 같은 멋진 아이템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세상을 해석하고 재현할 수 있는 자는 우리뿐이라는 '자임'.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그분의 표절이 들통 난 이후 '한국문학(장)을 지탱하던 문학 질서가 탈은폐되면서'에서 괄호 안의 장과 탈은폐라는 단어 속에 담긴 '비열함'. 디자인 뒤에 숨어 뒤쳐진 것..
조성주 씀. '열정'은 사회 변화의 중요한 동력이지만 무한정 오래 지속되지는 못한다. 특별한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떠한 열정도 수십 년을 같은 열기로 지속될 수는 없는 법이다. 안타깝지만 사랑마저도 그러하지 않은가. (29p.) 1964년 린든 존슨 대통령의 의회 연설 '미국의 약속' (34p.) "흑인의 문제란 없다. 남부의 문제도 없다. 북부의 문제도 없다. 오로지 미국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오늘 밤 우리는 민주당원이나 공화당원으로서가 아니라 미국 국민으로서 이 자리에 모였으며, 이 문제를 해결할 미국 국민으로서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라는 링의 룰은 결국 조직하는 자가 승리한다. (39p.) 자기 이익에 근거하지 않은 공익이라는 것이 추상적으..
라는 게임이 있답니다. 보드게임인데요. 차기 마왕 자리를 놓고 각자의 던전을 꾸며 용사를 포획하는 게임이랍니다. 자~ 벌써 조금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ㅋㅋ 본 작품인 전지적 마왕 시점은 를 원작으로 한 2차 창작물입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마왕은 이제 아쉬울 게 없습니다. 세계 정복도 공주 납치도 다~ 젊은 날의 과오일 뿐. 이제는 마왕 랜드라는 테마파크형 던전을 운영하며 적당 적당히 인간들을 상대해 주고 있습니다. 던전에서는 만남을 추구해도 안 생기고요. 삼단 합체 켈베로스는 멸망의 괴물이지만 반려견입니다. 머 메이드는 메이드이고 중2병은 던전이 제 집이죠. 가볍게. 메타적으로다. 쿵쿵입니다. 사족: 번역 라이트노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쫌. 입이다. 어쩔 수 없죠. 시장의 크기가 다르니까요. 전지..
네 돌아왔습니다. 줄거리는 유치 찬란하고, 대재난의 원인은 찌질합니다. 사건 전개는 느닷없고 결론은 빤하지요. 그래도 스타트렉이 돌아왔습니다. TOS부터 쌓아온 캐릭터들의 깨알 같은 개그들과 스팍을 보내는 올바른 자세. 과거에 대한 존중과 계승. 스타트렉은 그렇게 트래키 곁으로 돌아왔고, 여전히 미래에 대한 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스타워즈도 좋아하지만 스타워즈가 지구의 미래라는 느낌은 안 들잖아요. 하지만 스타트렉의 모습은 인류의 미래라는 느낌이 강하고. 특히 이번 영화는 지난 2편 보다 더 그런 느낌이 나더군요. 슬루가 가족을 만나는 장면에서 '아~ 미래구나.' 싶더라고요. 사전 지식 없이 찾은 사람은 삼촌이라 오해하기도 했지만요. 그만큼 우리에게는 익숙지 않은 관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책등보다는 표지입니다. 서점 책꽂이나 아일랜드 매대에는 가끔, 책이 꺼내져 표지를 보이고 있거나 다른 책 위에 엉뚱한 책이 혼자 놓여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출판사 직원이거나 저자이거나 아니면 저자의 지인이 한 일이겠지요. 는 첫번째 경우였습니다. 책꽂이에서 나와 표지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줄의 카피 '10년 동거한 애인에게 34살에 차였습니다." 심~쿵 지나칠 수가 없더군요. 어느 날 깨어져 버린 생활의 연속성. 하지만 삶은 계속 이어지고 차분히 시간은 지나갑니다. 극적인 사건도 쪼잔한 복수도 없이 그저 그렇게 삶의 한 기억이 되어가는 과정. 짝꿍의 얼굴이 점점 무개성의 등장 인물로 변화하는 모습. 모두 그렇게 사는가 봅니다. 동거 종료 일기 - 오리하라 사치코 지음, 도노랑 옮김/AK(에이케..
양산형 범용병기는 사라지고, 또 새로운 건담 등장입니다. 이번에 등장한 기체는 RX-78AL 아틀라스 건담입니다. 우주세기가 배경이지만 이 정도면 공식은 물 건너갔습니다. 척 봐도 오버스팩이 장난이 아니게 생겼어요. 덴짱도 오버인데 그 보다 더 심하니. 크크 중력하에서 비행가능한 서포트 장비에 지온군의 연락용 셔틀 코무사이를 한번에 베어버리는 고출력 빔샤벨. 거기다 레일건 장착입니다. 단독 대기권 돌입만으로도 깜놀하던 RX-78이 불과 1년 전인데 말이죠. 그 밖에도 시험 제작품이 잔뜩이라니 뭔 흑역사를 쓰려는지 궁금합니다. 너무 막나가지만 않기를 바래야죠. 기동전사 건담 썬더볼트 5 - 오타가키 야스오 지음, 김정규 옮김, 야타테 하지메.토미노 요시유키 원안/재미주의
"신앙은 당신에게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질문을 멈추게 할 뿐이다." 신을 바이러스에 비유하는 이 책의 교훈을 요약하자면 위의 문장 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종교의 자유를 위해 유럽을 떠났던 초기 식민지 개척자들의 신화의 진실은 배타적인 종교 집단이였으며 지금도 미국은 매우 종교적인 국가라는 사실입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비유신론자라고 해서 생활의 위협을 느끼지는 않으니까요. 미국에서는 그런가 봅니다. 복음주의의 득세로 과거와 달리 자신들에게 가장 편안한 교회를 '구매'하러 다니는 미국인에게 종교의 자유가 제한적이라는게 좀 놀랍기는 했습니다. 물론 관습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미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민주 공화국입니다. 복음주의 바이러스에게 있어 가장 효과적인 단어는 구세주가 아닌 '개인적'..
2012년 3호 이후 명맥이 끊겼던 SF&판타지 도서관의 무크지 미래경의 4호가 2016년 봄호라는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생계가 아니라 좋아서 하는 일은 어떻게든 이어집니다. 휴간이 폐간인 문단과는 다른단 말입니다. 문단과는… ㅋㅋ 6편의 단편과 2편의 칼럼, 특집기사 1편, 에세이 1편, 5편의 도서 리뷰로 구성되어 있는 이번 미래경에서 가장 흥미 있었던 글은 아작 출판사의 마케터 이신우가 쓴 입니다. 'SF 전문'이라고 주장하는 순간부터 떠오르는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라는 염려로 시작된 글은 '어쩌면' 조금 더 지속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끝납니다. 그래요 우리에게는 북펀드가 있습니다.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우리가 추방된 세계_김창규 우리가 사는 세계는 어떤 실험을 위한 시뮬레이션이고, 연구 목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의 미카미 엔의 작품입니다. 비블리아 시리즈나 열심히 쓰지 이건 또 뭐냐며 짜증이 났지만. 샀습니다. 전 호갱이니까요. 이야기의 배경은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운영하던 낡은 사진관. 이야기는 사진관에 남아 있는 미수령 사진들의 주인 찾기. 덤으로 미스터리. 그렇습니다. 비블리아 고서당과 다르지만 비슷합니다. 주인공 가쓰라기 마유는 약점이 있습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점주 시오리코의 약점은 사실은 약점이 아니라 그녀의 차밍 포인트지만 마유의 약점은 인간적입니다. 시오리코가 2D면 마유는 2.3D정도 일까요. 악인 1명, 미친 사람 1명이 등장합니다. 추리는 얼개는 성글고, 특히 마지막 사건은 어이가 없지만 빨리 읽히고, 재미있으며, 여전히 처벌받는 사람은 없습니다. 프롤로그의 떡밥은 에필..
이 책은 절판된 책입니다. 아니, 작가가 절판시켰을 뿐 시중에는 재고가 남아 있어서 아직은 살 수 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사지 마세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말만 복직…쓰레기더미 사무실 발령 원본 위치 네, 그렇습니다. 출판 노동자 윤정기에 대한 지지의 뜻으로 '절판'한 책입니다. 다른 작가님들은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잘 살고 계시겠죠. 쿨하게… 권력과는 상관없는 듯 뭐 그건 그렇고요. 이 책은 굉장히 달달한 책입니다. 2억 광년의 우주를 횡단해 사랑을 찾아온 외계인이 등장하는 사랑이야기. 이상한 이야기이지만 '수박주스' 맛이 나는 소설입니다. 주인공 한아는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저탄소 생활을 하는 의상 디자이너입니다. 홍대에서 리폼 의상실을 운영하고 있지요. 그런 한아에게 10년 된..
바벨이라는 제목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언어'에 관한 공상과학소설입니다. 언어의 구조나 사용하는 언어의 형식이 사용자의 사고를 지배한다는 설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면 이렇게 되는군요. 바벨-17은 일종의 프로그램 언어입니다.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의 의식을 프로그래밍하는 언어이지요. 세뇌가 아니고 리프로그래밍입니다. ㅎㅎ 그리고 그 사실을 밝혀내는 여정이 소설의 내용이고요. 시인, 외모를 극단적으로 변형하는 미용성형, 신분 격차, 공간 단층, 다자간 결혼, 유체, 합법적인 자살과 부활, 영혼, 강화인간, 공간 잠수함, 뇌 통신기, 외계인이 등장합니다. 존 스칼지가 하인라인에게 빚을 지고 있는 줄 알았더니 새뮤얼 딜레이니에게도 꽤 많은 빚을 지고 있군요. 주목: 바벨-17에는 나(我)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나가 없..
작가 장정일이 음악에 관련된 책을 읽고, 그 책을 밭삼아 써 올린 '음악과 사회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평균 5페이지짜리 글 116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개되고 있는 책의 권수는 조금 더 많습니다. 서문은 없고, 책의 첫머리에는 '신디 로퍼에게'라고 인쇄되어 있으며 114번째 글 의 마지막은 "이 책을 당신에게 바치다."로 끝납니다. 후기에 "책을 만드는 단계에서는 내 의견을 한 번도 내세우지 않았다."더니 신디 로퍼에게 이 책을 바치고도 2편의 글이 더 있는 것을 보면 사실인가 봅니다. 591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의 마무리는 '우리 시대 대중문화와 소녀라는 기호'에 대한 품위 있는 글로 되어있습니다. 음악과 관련된 책, 음악에 관한 책, 음악가에 대한 책, 작품 속의 음악, 작가의 음악 등 음악은 이..
앤 레키의 데뷔작 는 특이한 작품입니다. 읽는 게 불편합니다. 어딘지 똑 잡아 "요기다!"라고 지적하기는 힘들지만 뭔가 편안한 느낌은 아니죠. 처음에는 그 이유가 외계의 지명이나 이름의 발음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소리 내어 읽거나 눈으로 읽거나 한 번에 따라 하기에는 좀 불편한 이름. 하지만 일부러 어렵게 만든 티가 나지는 않는 이름 때문에 읽기가 불편한가 싶었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참 잘한 일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알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작가가 소설의 주인공인 저스티스 토렌을 통해 분명히 말해 줬는데, 몇 번이나 말해 줬는데,,, 독자인 나의 무의식은 계속 생물학적 성역활과 젠더를 구분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는 점을요. OTL 배경이 되는 라드츠 제국의 언어에는 성별 구분이..
역사는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것만이 아닐 겁니다. '관점'을 가진다는 것은 역사에서도 중요한 관점이겠죠. 이 책의 저자 사토 마사루는 세계사의 흐름을 꿰뚫기 위해 '아날로지'를 강조하고 아날로지라는 도구를 통해 국제를 독해합니다. 여기서 아닐로지는 서로 다른 사건들을 연결해서 유사성을 찾고, 그 유사성 사이의 행간을 파악하여 교훈을 유추해내는 사토 마사루의 생각도구입니다. 단점은 정보가 발생 시점과는 관계없이 모두 현재화된다는 점입니다. 명확하게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 점도 단점이라면 단점이고요. 책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공교육 우등생이 독학을 통해 깨달은 것을 너무 자랑스럽게 진열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일본의 제국주의 이야기를 하면서 오키나와를 슬쩍 밀어 넣고 시치미 떼는 대는 '아날로지'적 ..
르 귄과 하인라인을 사랑하는 소녀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그녀는 사악한 마녀인 어머니의 음모를 저지하다가 쌍둥이 자매를 잃었으며, 자신도 불구의 몸이 된 영웅인데요. ㅎ 그렇습니다. 조 월튼의 장편소설 는 톨킨의 중간계 마법의 계보를 이어온 근대 영국 마법을 기초로 궁극에는 젤라즈니의 패턴을 깨닫게 되는 작은 마녀 모리의 입을 통해 온갖가지 20세기 SF소설의 평을 시도하고 있는 판타지 소설입니다. 그 때문에 당신이 20세기에 출간된 SF소설의 팬이 아니라면 살짝 우스꽝스러운 성장소설로 읽힐 수 있습니다. 저는. 그녀의 취향 대부분에 동의합니다. 르 귄과 하인라인은 너무 좋고요. C.S. 루이스는 평범하고, 톨킨은 위대합니다. 실마릴리온은 별로지만요. 젤라즈니는 멋있지만, 가끔 질..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공직자부패방지법'으로 유명한 김영란 전 대법관의 책입니다. 2004년부터 6년간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경험한 사건 중 10가지 사건의 판결 의미와 논쟁거리를 되돌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감상은. 우리 법원이 놀고 있는 것은 아니며 내 의견과 다른 판결이라고 해서 간단히 무시하기에는 여러 관점에서 두루 살펴 본 대법관의 노고가 '있다'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이 책을 살펴봄으로써 첨예한 사회적 쟁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다수의견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법이 진보적일 수는 없겠죠. 보통의 경우 사회가 바뀌고 나서 법이 바뀔 겁니다. 조금 앞으로 나아가고 가끔은 후퇴하지만 아직은 착실하게 앞으로 향해 있는 대한민국의 변화를 대법원 판결로 확인하는 것이지요. 긍정적인가요? ..
1996년 아버지라는 소설이 있었습니다. 김정현 작가의 이 소설은 한국인 아버지에 관한 온갖 가지 클리쉐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돈 벌어다 주는데 자기 공은 알아주지 않는 가족에 대한 섭섭함. 한번도 입 밖에 내놓지 못한 가족에 대한 사랑. 그래도 나는 가족을 위해 산다는 자기만족. 달콤한 외도와 복귀의 판타지. 그리고 모두가 안타까워하는 죽음까지요. 이 소설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대중문화 속에서 아버지는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죠. 이제 대발이 아버지는 없습니다. 이 소설의 반대편에 신경숙의 어머니라는 소설 있었습니다. 베스트셀러이고 한국인 어머니에 대한 온갖 판타지로 지면을 가득 채운 책이었죠. 희생과 희생과 희생. 그리고 실종. TV를 켜니 김혜자씨는 소녀가 되어 있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장자의 천균(天均)이 어슐러 K. 르귄 여사 손에서 the lathe of heaven으로 번역되었고, 한국어로 옮겨오며 '하늘의 물레'가 되었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오역인지… 주인공 오르는 꿈을 꿉니다. 유효한 꿈. 그러니까 현실을 개변하는 꿈입니다. 어딘가에서 죽어가던 순간에 꾼 꿈속의 오르가 또 다른 꿈을 꾸고, 그 꿈 속의 오르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르죠. 호접지몽. 장자의 나비를 따라가는 이야기는 여러번 보았지만 이 정도의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르귄여사를 좋아하지만 살짝 지겨워지려 했는데, 역시! 엄지 척입니다. 참, 이 이야기는 SF와 판타지를 모두 쓴다는 점에서 카운터 파트인 로저 젤라즈니의 '형성하는 자'를 연상시킵니다. 북유럽신화와 장자라는 점은 다르지만 꿈의 전능감과 그 ..
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의 이름을 보고 샀는데 엘리자베스 웨흘링의 책 같습니다. 그런거죠. 유명교수님과 공저자의 책이라면 안 유명한 공저자의 책이라고 생각하는게 맞겠죠. 그런겁니다. 이후 관점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상대방의 언어를 쓰지마!" 이고, 부연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긍정적인 것을 앞에 두라. 주장하는 가치를 큰소리로 반복해 말하라. 사실은 정직하게 사용하고, 사실과 정책을 가치에 명확하게 연결하라. 가치는 사실이나 숫자보다 강하다. 그리고 반복. 참고 : 인지과학에서는 낱말이 단순할 때 가장 강력해진다고 합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이러한 낱말은 기본층위라고 한다더군요. 기본층위 낱말은 우리 마음 속에 영상을 활성화 시키는데 예를 들어 의자는 어떤 의자를 연상 시키지만 더 상위 낱..
현대문학에서 나온 세계문학 단편선 18 입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도 좋지만, 사실 이라는 아름다운 책을 쓰기도 했지요. 제게 레이 브래드버리의 이미지는 어두운 갈색에서 노랑색 사이에 글을 쓰는 작가로 잡혀 있습니다. 총 3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고요. 게중에는 다른 단편집이나 장편으로 묶여 나온 작품도 있어서 이미 읽어 본 글도 좀 있었습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그런거죠. 로켓과 꿈, 고됨. 그리고 지난간 희망. 그래도 희망은 희망이고, 등대를 찾아 구애하는 괴물과 가짜 로켓을 타고 다녀온 진짜 화성여행. 여름이 들어 있는 테니스화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ㅎ 레이 브래드버리 -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현대문학
친구들에게 '아는 형'이라 놀림받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이야기는 정세랑작가가 환상문학 웹진 겨울에 발표한 단편 (2010)의 확장판입니다. 모니터로 소설 읽는게 힘든 저는 아마도 거울의 단편선집이나 혹은 다른 지면을 통해 읽었던 것 같습니다. 찾아보기 귀찮으니 어느 지면이였는지는 넘어가기로 하고요. 언젠가 읽은 배명훈의 트위터에는 소설을 안 읽는 사람을 위한 장르소설은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른 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를 위한 쉬운 장르소설은 힘들 것 같다는 취지의 트윗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맞습니다. 귀신은 나오지만 호러는 아닌 이 귀여운 소설에서도 가장 평범한 에피소드를 찾아내는게 일반인 독자 입니다. 결국 덕분에 창비의 팟케스트를 끊을 수 있었지만요. 흐 작가로써 정세랑의 장점은 특별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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