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에 시작된 박쥐 가면을 뒤집어 쓴 우스꽝스러운 탐정 이야기 중에서 이야기의 전환기에 해당하는 시기에 발표된 20편의 작품을 한 권에 모은 앤솔로지입니다. 만화 칸의 연출도 조악하고, 스토리 전개와 대사도 유치했던 초창기부터. 그래픽노블이라고 불리는 현재까지 배트맨의 변천을 한 권에 볼 수 있어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배트맨에 대한 첫 기억은 TV 드라마 로군요. "배트맨~쿵짝 쿵짝쿵짝~ 배트매에엔~ 꿍짝쿵짝~"하던 음악과 로프를 타고 빌딩을 기어오르던 웃는 눈썹의 배트맨이 떠오르지만요. ㅎㅎ 그 모습이 진짜인지, 상상인지도 가물가물합니다. 워낙 오래전 기억이라 단편적이로군요. 그리고 2번째 기억. 팀 버튼의 영화 입니다. 아름답고, 기괴한 영화였지요. 특히 2편이요. 1990년대 초엽인데, 이때..
지금은 꿈 같은 이야기이지만 한 때는 책대여점이 만화의 적이였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전에는 대본소가 그랬고요. 대여점이든 대본소든 요점은 이런 서비스 때문에 만화책을 사보지 않아서 출판만화가 다 죽게 생겼다는거였습니다. 뭐 다 지난 이야기죠. 아무튼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겁니다.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대본소든 대여점이든이 성업 중일 때도 잠깐이지만 만화책을 사봐야 하던 때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90년대. 대본소는 사양길이고 아직 대여소는 없던 시절. 문방구에서 팔던 해적만화가 대표적이고요. 70년대에도 그 비슷한 시기가 있었는데 대본소 만화의 판형이 현재의 만화책 모양새로 바뀌는 과도기 였죠. 70년대에도 잠깐 문방구에서 만화책을 사봐야만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연남동 문방구에서 우주전함 배달호를..
열정페이가 관행일 수 있었던 것은 현재의 무보수가 미래의 수익이라는 전망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이 땅에서 열정페이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절망은 현재의 수익만을 요구하기 때문이겠죠. 후루이치 노리토시의 은 88만원 세대 이후 유행을 탄 세대론의 완결판입니다. 이제 젊은이에 대한 동정도, 질타도, 희망 고문도 끝낼 때가 되긴 되었지요. 대의 없는 세상에서 (만약 그런 단일 세대가 있다면) 젊은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이유는 가까운 세계, 자기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세계를 침범 당했을 때 뿐이랍니다. 문제이자 다행인 점은 우리가 사는 사회는 심각하게 침범 당할 기회가 별로 없다는 점이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절망적이기도 하지요. 절망했기에 일상을 소소한 행복으로 채울 수 있는 젊은이들의 문제는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책과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고, 책으로 정체성을 구성하거나, 정보에 대한 과도한 집착. 혹은 책의 효용성에 대한 판단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ㅎㅎ 집에 만권 단위로 책을 쌓아 놓고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요? '뿌듯뿌듯'열매로 배를 채운 기분일거 같기는 한데, 사실 무슨 수집이든 이 정도 숫자가 되면 수납의 문제와 일상 생활의 피해가 속출하게 마련이지요. 그래도 저자 오카자키 다케시는 저장강박 환자 수준은 아닌지 가끔은 스스로 책 다이어트를 하거나, 1인 자택 헌책방 같은 멋진 이벤트를 조직하기도 합니다. 사실 책에 관한 책은 좀 자제해야지 결심한 적이 있습니다. 남이 읽은 책 이야기에 부러움을 느끼거나, 저자의 의견으로 축약된 책 이야기로 대충 책 읽은 기분만 내는 것이 좀 아니다 싶어서요..
을미년 새해 첫 책은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입니다. 짐작하시다시피 양이 들어가는 제목이라 몇해를 미루다 양의 해를 맞이하여 기념으로 읽었습니다. 잘한 기분이드는군요. 흐 영화는 압도적인 전달력에 비례해서 여백이 좁죠. 여백을 넓히면 모호해지고요. 영화 '브레이드 런너'와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는 일란성 쌍둥이입니다. 영화의 원작소설이라기 보다는 필립 K. 딕의 작품과 각본가 햄프턴 팬처와 데이비드 피플스의 작품. 이렇게 두편의 형제작품이라고 생각하는게 편합니다. 타이럴의 사무실에 있던 '올삐미'와 로즌의 우리에 있는 '올빼미'는 서로 다른 의미이며, 종교와 공허는 서로 다른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구원이라곤 없어. (중략) 어디로 가든지 자네는 잘못을 행할 ..
1963년 휴고상 최우수 장편상 수상작입니다. 첫인상은 '비명을 찾아서'입니다. 루즈벨트가 암살당하고, 독일과 일본이 승리한 대체역사소설이죠. 주역을 축으로 네명의 인연이 얽힙니다. 그리고 '메뚜기는 무겁게 짓누른다'는 소설이 있죠. 가상 소설 속 가상 소설인 셈인데요. 이 소설이 재미있는 게 이 소설의 내용이 미국이 승리한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세상이라는 겁니다.ㅎ 소설 속에서 현실은 가상이되고 가상은 현실이 됩니다. 그리고 어떤 소설보다도 멋지게 그걸 깨닫게 되죠. 베르베르의 '신'은 말할 것도 없고, 스칼지가 '레드 셔츠'에서 보여줬던 서커스 정도는 가볍게 찜쪄먹는군요. 자기 이름이 걸린 상이 존재하는 작가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만일 그의 작품이 순수문학이라..
빌보가 집을 떠났다. 집으로 돌아갑니다. 어마무지한 숫자의 군대가 격돌하지만 이미 실재 물량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마당에 큰 의미 없고요. 전투를 위한 전투 씬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반복이기 때문에 이제쯤이면 '새로운 것은 없었다.'라는 평이 나올 때도 됐습니다. 오히려 폐해는 3D를 너무도 의식한 앵글이지만요. 효과가 비전을 앞선 느낌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원작자의 주제는 뭐였죠? 피터 잭슨의 의도는요? 혹시 영화 속에서 '읽은'분 계신가요?
러브크레프트 전집 2의 주제는 우주적 공포입니다. 러브크래프트를 러브크래프트로 만든 주제죠. 결국, 대표작들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진부한 표현과 반복되는 묘사는 살아생전 그의 출간 운이 왜 나빴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군요.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그는 헤밍웨이와 동시대 사람입니다. 경쟁자가 차고 넘칠 뿐만이 아니라 수준까지 상향 평준화를 이루던 시대이니 어떤 면에서는 운이 없기는 하군요. 그러나 당대의 평가나 상업적인 성공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역사에 이름을 새기는 거겠죠. 생전에 러브크래프트 보다 더 성공하고 평가받던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겠지만 지금 남은 건 헤밍웨이 같은 괴물급이거나 러브크래프트로군요. 과학의 승리가 확정된 후에도 남아있는 마법 시대의 흔적들을 외계의 존재나 다른 차원의 존재들..
1965년에 발표된 필립K. 딕의 닥터 블러드머니의 원제는 'Dr. Bloodmoney, or How We Got Along After the Bomb'입니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의 패러디 제목이지요. 내용은 핵전쟁 이후의 사람들 입니다. 문제는 그 상황이 지금, 여기, 이곳의 상황과 너무 닮았다는거죠. 자기만 빼고 모두에게 공짜 구호품을 뿌리고 있다는 심원한 공포를 점점 키워가고 있는 언론과 부모가 과거에 저지른 일에 대한 비난의 대상이 되어버린 아이들. 불행의 비대칭성이 야기한 불공평함. 그리고 결국 우리는 모두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미래 없는 오늘. 러브크래프트의 이계가 아니라 여기가 핵전쟁 이후보다 더 비현실적인 상황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필립K. 딕의 닥터 브러드머니가 러브크래..
매년 이맘 때쯤이면 포스팅하는 파워레인저 로보트 가격입니다. 올해는 다이노포스!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연이은 품절사태로 반다이코리아 공식홈에는 조기품절에 대한 사과공지까지 올라온 상태입니다. 헐~ 아무튼 인기만점 2014년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의 로보트 가격은? 우선 가장 기본형인 DX 티라노킹입니다. 가브티라, 스테고치, 드릴케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격은 75,000원 파워다이노 시리즈 01 작토르와 02 파라사건입니다. DX 티라노킹에 포함된 가브티라와 합체하여 티라노킹 웨스턴이 됩니다. 기격은 각 28,000원 파워다이노 시리즈 03 안키돈입니다. 가격은 28,000원 DX 티라노킹과 합체하여 티라노킹 마초가 됩니다. 파워다이노 04 붐바키의 가격도 28,000원. DX 티라노킹의 가브티라와 03 ..
H.P.러브크래프트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영화 '코난-바바리안'에 관한 글에서였습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1982년 영화죠. 여기에 등장하는 괴물과 신화의 배경이 '크툴루'라고 스크린이였었는지 로드쇼였는지에서 읽었더랍니다. 그리고 그 크툴루 신화의 창시자가 러브크래프트라고 하더군요. 그 후 꽤 여기저기서 그 이름을 접했던 것 같습니다. 비교할 수 없는 이세계적인 공포와 우주적인 상상력. 어둠의 신화를 창조한 사람이라는 러브크래프트의 이름은 그의 작품 한 권 읽어보지 않고도 익숙한 이름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름에 들어간 '러브'라는 단어 때문에 히피로 오해하고 있었지만요. ㅠㅠ 사실은 20세기 초엽에 활동한 사람이고, 히피하고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한정적인 정보를 상상력으로 메우던..
과학적으로 가장 올바른 블랙홀의 모습이 영화흥행에 중요할까요? 영화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덕분에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상상과 구라의 산물인지, 실현 가능한 기술인지의 경계가 모호해져 버렸지요. 저 화면은 어차피 구라야. 라면서 마음 편하게 구경하는 시절은 지났습니다. 뭐 아직 X라 후진 CG로 관객과의 거리 두기를 시도하는 영화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거야 의도한 건 아니었으니 예외로 하죠. 아무튼, 뭐든지 위화감 없이 이미지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 도약 이후, 스크린 너머의 세계와 이쪽 세계와의 심리적인 끈은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적 느낌입니다. '리얼'이라고 이름 붙인 이 심리적인 끈은 과학이 내놓은 최신 결과물을 기반으로 관객의 대뇌 안에 가상현실을 만들어 내지요. 이런 가상현실..
역시 가볍습니다. 벡터 값은 있는데, 질량은 없는 7개의 사랑은 왜 그를 포스트모던한 작가라고 얘기들 했는지 짐작 가게 합니다. 좀 있어 보이는 말을 너무 자주 하고, 사랑의 값어치가 목숨 값과 같은 사랑을 하더라도 굉장하기는 하지만 남의 일처럼 가볍게 스칠 수 있는 이 작가가 그리도 인기 있는 것은 '강호의 대의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겠죠.' 아니 사랑 따위 사랑인 겁니다. 해답이 아니라. 뭐 별건 아니고, 희망 없는 사회라는 데에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란 얘기죠. 젊은이는 무력하고 노인이 폭주 뛰는 사회가 뭐 대단한 걸 소비할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웃음) 당나라 때는 벗과 헤어지며 버들가지를 꺾어 이별의 정표로 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버들가지에는 '이별'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거북이북스에서 나온 '마나가'는 만화가의 인터뷰로 채워진 부정기 간행물 1호입니다. 의지와 이상이 '시간'의 다리를 건너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어떨지요. 걱정이 앞서지만, 행동은 '구매'입니다. 창작자, 만화가 10명의 인터뷰와 사진, 그리고 약간의 그림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예쁜 책이기는 한데 인터뷰의 심도는 의외로 얇아서 아쉽군요. 메모: 속에 담긴 이야기가 많은 작가가 있습니다. 본인을 드러내는 것으로 만화를 꾸려나가는 리얼 버라이어티 형 작가도 있습니다. 스토리는 언제나 구렸지만 그림만은 정말 좋았던 작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공장형' 만화 창작이 무너진 이후의 만화 종사자의 최저생계에 대한 고민입니다. 예전 공장형 만화가는 자신 밑의 도제 혹은 보조들의 생계를 책임졌습니다..
점이 아니라 선으로 기록하던 시대의 영화. 요즘 친구들은 매우 어렵고 지루하지만 "나는 봤지!"라고 말하는 영화. 그러나 영화가 나왔던 60년대에는 뜻밖에 명확했던 영화. 냉전과 핵. 우주진출에 대한 낙관은 자연스럽게 '진화'로 이어지고, 생일 축하 노래를 들으며 지구라는 요람을 떠나 성장하는 인류가 보편적인 상식이던 시절에는 어렵다기보다는 환각제와 함께하면 '끝내주는 영화'였음. 가끔 뜬금없이 찾아보게 되는데, 이번에 새삼 귀에 들어온 대사는 'HAL 9000'이 우주선과 같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9년 전에 태어난 존재라는 것. 결국, HAL은 학습하는 존재였으며 '로직'이 아니라 성격이 모난 것이었음. 여기서 질문. 윤리적 선택이 필요한 상황에서 인공지능의 선택은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예..
그날은 뭔가 이야기가 읽고 싶던 날이었습니다. 왜 있잖아요. 불현듯 떠오른 저작활동 중인 두툼한 참치 초밥에 대한 기억 같은 거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날은 꼭 뭘 먹어야 할지 모르지요. 뭘 먹지 않을지는 알고 있지만요. 그렇습니다. 바로 그런 날. 먹거리 장터에 가듯이 서점에 들러 적당한 두께의 책을 고른 것이 도쿄 기담집입니다. '기담'이란 단어에 특별히 끌렸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도쿄 기담집'은 사실 별로 기묘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외롭고, 서러운 인간들의 이야기이지요. '우연 여행자'는 어긋나지만 이어지는 인연에 대한 이야기 사이에 자족적인 게이 피아노 조율사의 홀로됨이 X라 멋져 보이고요. 해변의 아들 유령을 보지 못하는 어머니, 문을 찾는 탐정, 콩밭 ..
제가 이 만화를 본게 1995년쯤입니다. 전국의 오락실에 설치된 전용 게임기계를 통해 통신대전으로 즐기는 커스텀 로봇 대전액션게임을 배경으로 청춘남녀의 사랑을 버무린 대작(?)이지요. ㅎㅎ 순정만화 같은 그림체에 어딘가 불명확한 메카디자인이지만 무척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게 저만 그런게 아니였는지. 이렇게 애장판이라는 이름으로 2권이 발매되었더군요. 좋은건 누구에게나 좋으가 봅니다. 메이커에서 판매하는 기본 베이스의 로봇과 아이템 프로그램, 그리고 커스텀용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나만의 로봇을 만든다는 설정은 지금봐도 신선합니다. 1995년 당시에는 오락실이 이렇게 몰락할 줄 몰랐고, 통신대전이라면 아무래도 가정용이 아니라 전용회선을 깔만한 어떤 장소가 필요하리라 공상하는게 합리적이였겠죠...
모든 평행우주는 양자적이다. 캬하~ 뭔 소리인 줄은 모르겠지만 멋져 보이지 안씁니까? 이거 이 책 읽고 제가 떠올린 말입니다. ㅎㅎ '헤밍웨이 위조사건'이라는 멋진 제목을 단 이 책의 저자는 조 홀드먼입니다. '영원한 전쟁'이라고 SF세계의 전쟁묘사과 일반세계의 반전문학 쪽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시죠. 이번에 읽은 '헤밍웨이 위조사건'은 조 홀드먼이 1990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헤밍웨이의 잃어버린 초기작품을 위조하려는 영문학 교수 존 베어드와 그 일로 큰돈을 벌어 보려는 사기꾼, 그리고 교수의 아내가 벌이는 병신게임과 헤밍웨이의 위작이 세상에 발표되었을 때 발생하는 '우주적 교란'을 막기위해 개입하는 시공간 초월체의 고군분투가 어우러지는 스릴러풍의 경쾌한 SF입니다. 여기서 우주적 교란이란 인류멸망..
엘레지란 슬픔을 노래한 문학이죠. 페이퍼 엘레지라니 제목부터 짠합니다. 디지털 시대라는데 구시대의 향수와 애잔함 그리고 취향을 느낄 수 있는 제목이죠. 물론 내용은 안짠하지만요. 지은이 이언 샌섬은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로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진 인물은 아는듯합니다. 저도 사진 지식은 없는 사람입니다. 괜히 허해서 생기는 쇼핑충동에 동네 서점 책꽂이에 꽂힌제목에 혹해서 충동구매한 책입니다. 페이퍼 엘레지는. 일단 내용 소개. 부제가 감탄과 애도로 쓴 종이의 문화사입니다. 이 중 감탄은 확실합니다. 종이란 문명의 주춧돌이자, 알파요 오메가죠. 저자는 우리는 종이인간이라고까지 단언합니다. 그닥 틀린말도 아니죠. 목차를 살펴보면 종이, 나무, 지도, 책, 돈, 광고, 건축, 예술, 장난감, 종이접기, 정치,..
솔직히 이토록 가루가 되도록 까인 영화가 있을까요? 개봉전부터 악평의 연속... 결국은 안 봤었지요. 보고 싶은 마음이 안들었습니다. 뭐, 사람들이 그토록이나 까는데 굳이 봐서 제 소중한 추억을 더럽히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2014.02.26,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추산 관객수 412명! 그런데, 극장에 가서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도대체 어떤 기대를 하셨던 걸까요? 설마 어벤져스급을 기대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기대치가 높았던 사람들은 시간 한번 때워보려던 불법 다운로더들이 아니었을까요? 돈 내고 보신 분들은 뭐라도 이 영화를 본 이유가 있거나, 그 이유를 찾았을겁니다. 눈으로 꼭 확인해야 까는 양심적 까기인형일리야 없겠죠. 암요. 준역의 고리키 아야메 귀엽습니다. 슈트는 좀..
53년에 나온 작품입니다. 원폭이라는 감당키 어려운 물질적인 폭력수단과 공산주의 국가라는 사회적 실험 앞에 서있는 인류란 '기관총을 든 6살 꼬마' 같은 심정이였겠지요. 그점을 상기하지 않는다면 이 무슨 유치한 대체역사소설인가 할지도 모릅니다. 이 소설이 발표될 당시에는 이 소설이 나올만한 사정이 있었던 겁니다. 확실하게. 아무튼 53년. 식자들은 이제 더이상 어린애 같은 짓을 하다가는 공멸한다는 의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죠. 아서 C. 클라크는 외계인이 나타나서 더 높은 경지로 진화시켜주기를 바랬습니다. 그 내용은 고스란히 소설에 담겨 있고요. 이 주제는 오딧세이 시리즈와 라마 시리즈에서도 계속 반복되는데요. 멋있기는 오딧세이쪽이 멋있습니다. 그러나 성취는 르 귄여사의 ..
나의 한국현대사의 '나의'는 작가 유시민입니다. 그리고 그에게 정치가보다 지식소매상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저작입니다. 띄지에는 '위험한 현대사' 읽기라고 되어 있으나 그다지 위험한 건 아니고요. 1959년부터 2014년까지의 현대사를 유능한 지식소매상 답게 잘 정돈해서 읽기 좋고, 먹기 좋게 매대에 올려 놓고 있습니다. 본인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건들에 대해서는 살짝 비껴감으로써 논란과 변명을 피하는 노련함도 보이고 있고요. 뭐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제목에 붙인 '나의'는 좀 빼지~라는 생각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돌베개 입장에서는 책은 팔아야지요. 2-30대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기는 하지만... 나의 한국현대사 - 유시..
어슐러 K. 르귄 여사의 글이 사랑스러운 이유는 '신중한 낙관주의'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장르작가들이 유토피아로 뛰어가거나 디스토피아를 향해 곤두박질 칠 때 르귄 여사는 천천히 걷습니다. 평등, 박애, 자유. 그녀의 우주. 보통 헤인우주라 불리우는 그녀의 우주는 언제나 느리지만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여러 개인이 세상을 바꾸고, 음모가 아니라 열정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결코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일은 없죠. 결정적인 순간은 있지만요. 이번에 읽은 '용서로 가는 네 가지 길'에는 4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배신', '용서의 날', '사람들의 남자', '한 여자의 해방'은 서로 관계 없는듯 느슨하게 앞뒤로 연결되어 웨럴과 예이오웨이라는 쌍둥이 행성을 구성하고, 요스와 압바캄. 솔리와 테예이오. 합찌바와 라..
추석에 찾아온 도라에몽입니다. 뭔가 개봉시기가 어정쩡하지만, 좌석은 다 채우더군요. 그런데 그 좌석이라는 게 하루 1회 상영! 연휴에 1일 1회! 뭔가 자비 없음이 느껴지는 개봉 스케줄입니다. 뭐 상영 스케줄에 자비와는 관계없이 영화 자체는 재미있습니다. 방향성을 상실한 짱구나 어떻게 해도 프로모션 영상 같은 포켓몬과는 달리 꽤 밀도 있는 극장판이죠. 일단 쌓여 온 연륜이 다릅니다. 오늘 본 진구의 아프리카 모험도 82년 작품 의 리메이크로 알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도라에몽의 리메이크라는 것이 작품 해석의 역량을 비교당하는 여타의 리메이크 영화와는 달리 그림과 스토리면에서 현대적인 밀도를 채워 넣는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실패작이 나오기가 힘들지요. 아니 실패작이 나올 수가 없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존 스칼지가 또 왔습니다. 현역 SF 작가의 작품이 이렇게 재깍재깍 출간되는 것을 보면 인기작가인가 봅니다. 뭐 결국 재미있다는 것이죠. 네 재미있습니다.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존 스칼지는 제법 근본적인 질문을 깔고 의뭉스럽게 액션활극을 펼칩니다.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은 지난 소설들에서 철학적 질문이 스님이 주문한 냉면의 면발 밑에 깔린 편육이라면 이번 소설의 질문은 육개장의 고사리 급에 해당하는 중요한 구성요소입니다. 똑똑한 피가 흐르는 우주 땅개들의 영혼 문제는 눙치고 넘어가도 스토리 전개에 아무 문제 없지만 레드 셔츠의 운명은 그들의 셔츠 색깔만큼이나 강렬해서 임멜만 턴을 해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군요. 하긴 인생이라는 무대의 각본가가 나냐, 너냐의 문제를 향해 질문을 던져 놓고 피해가기란 임멜만 턴..
제가 장르문학 팬이라고 칩시다. 장르문학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지요.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규칙 중에 하나는 여기가 아닌 저기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의 것을 빌려오든, 자신이 창작을 하든 적당한 세계가 창조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게 무협의 세계이든 우주연맹이든 새롭게 창조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명확하고, 사건의 전후는 명료하죠. (안 그런 것도 있지만) 장르문학이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장르문학의 문학성이 낮아서가 아니라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가 먼저 눈에 읽히다보니 그런 것일 겁니다. (이 또한 안 그런 것도 있지만) 그런데, 황정은 작가의 야만적인 앨리스씨의 사건은 명료하지 않고, 정체성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우선 주인공 앨리시어의 성정체성부터 모호합니다. 자유분방..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G3는 스마트한 카메라 광고를 하고 있고, 맥심 T.O.P는 춤을 추고 싶은 회사원과 기타를 치는 요리사가 등장하여 ‘우리의 열정은 언제나 밥벌이와는 빗나간다.’는 점을 상기 시킨다. 김연아가 일반인 모델이 되어가는 사이 박카스는 힘든 부모님들의 보양식이 되어가고, ‘아파야’ ‘미쳐야’ 겨우 사람 노릇하는 세상에서 보험은 한화생명이란다. 클라우드 맥주가 레퍼런스와 표절의 차이를 물을 때. 내 마음을 위로하는 건 착한 드링크를 권하는 수지뿐이로구나.
전편에서 성장한 주인공을 더 성장시켜야하는 속편의 임무는 언제나 어렵습니다. '더 풍성하고 화려해진 2편 VS 조금 무뎌진 이야기' 이 둘중에 고르라면 전 후자입니다. 화해는 어설프고, 성장은 크지 않습니다. 사실 전편의 성장이 주인공 본인뿐만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드래곤까지 아우르는 이야기였다면 이번 후편은 변화를 추인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변화는 시키지 못한 이야기였습니다. 아니 1명은 있군요. 그런데 조역이죠. 드랜곤에 원한이 있으며, 드래곤을 지배하고 또 그것을 이용해 세상을 지배하려는 드라고는 요지부동입니다. 그에게 주어진 배역은 변화가 아니라 적이며 척결의 대상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국 통쾌하게 척결되지요. 적을 보듬고 마침내 적조차도 변화시키는 전편의 미덕은 후편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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