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팅컬처 - 데이비드 캘러헌 지음, 강미경 옮김/서돌 어느 땅에 속해있든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한 것일까? 미국의 속임수 문화를 비판한 글이 어쩌면 이리도 지금 여기, 우리와 닮았는지. 탐욕의 글로벌화의 증거를 읽고 있는 기분이다. 구체적으로 보자. 이 책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미국은 소득격차는 급증했으며, 좋은 대학에 들어가거나, 좋은 직장을 얻거나, '잘나가는' 기자가 되거나, 월스트리트에서 큰돈을 벌거나, 높은 타율을 자랑하거나, 그 밖에 크게 성취한 인물이 될 경우 얻는 게 무한정 많은 사회가 되었다. 갈수록 심화되는 불평등은 미국의 계층 분화를 부추기며 사회 구조를 약화시키고, 그 결과 우리 모두는 '한 울타리' 안에서 똑 같은 규칙으로 묶여 있다는 개념이 점점 훼손되고 있다. 불평등은 미국의..
그림자 자국 - 이영도 지음/황금가지 이번에도 주인공은 퓨쳐워커(예언자)이고요. 자식을 잃은 지골레이드의 슬픔은 여전합니다. 석양의 감시자 아무르타트가 돌아오고, 화염의 창 크라드메서는 여전히 고뇌하는군요. 캇셀프라임은 살아 돌아오지만, 프림 블레이드는 아직도 수다쟁이 입니다. 이루릴은 동분서주해도 사건은 점점 커져만 가고, 아프나이델은 마침내 위대한 마법사의 반열에 오릅니다. 그리운 이들이 문장의 골목, 단어의 모퉁이에서 수줍게 손을 흔드는 동안 근대로 이어질 시간은 마법의 가을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드래곤 라자가 탄생하지요. 멋진 후일담이였습니다.
Fantastique 판타스틱 2008.12 -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페이퍼하우스(월간지) 휴간이라는게 폐간의 다른말이라는 경험의 법칙을 넘어서 일단 약속을 지켰습니다. 11월호를 쉬고 12월호가 발간되었군요. 얼마나 더 갈지 모르겠습니다마는 발간되는한 구매라도 하는 것이 작은 도움이 되지 않으려나 싶습니다. 장르소설을 기반으로한 잡지라니... 이런 희귀종도 좀 살아 남을 수 있는 한국이였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계속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좀 그렇지만 마일즈시리즈 중편이 속시원하게 완결되었고, 그림자 잭은 이제서 데이사이드로 나섰으며 토종작가들의 글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영도씨는 사진을 언제나 한 각도로만 찍고, 책은 조금 두꺼워졌으며, 표지는 한참 구려지고, 종말은 2012년에나 온답니다. 판..
봇코짱 -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지식여행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쇼트-쇼트'라고 부르는 콩트집. 지은이 호시 신이치는 1000편 이상의 작품을 발표한 다작의 신이다. 그렇게나 많은 작품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긴호흡이 아니라 짧고 간결하게 옮겨 놓았기 때문으로 봇코짱 역시 214페이지 안에 무려 36개의 작품이 실려있다. 한 작품 당 6페이지를 넘지 않는 매우 짦은 이야기들의 파상 공격이라고 할까. 아무튼 지하철이나 화장실에서 가볍게 나눠 읽기에는 최적의 분량이다. 게다가 다행인 것은 모든 이야기들이 나름의 재미를 갖추고 있다는 것. SF도 있고 동화틱하거나 판타지 같은 내용도 있으니 구색은 또 어찌나 찬란하신지... 독서에서 의미를 꼭 찾고 싶다면 너무 가볍..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 -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선형 옮김/오멜라스(웅진) 시작은 아시모프였던 것 같습니다. 워낙 다작인 작가이다보니 과학소설을 읽어본 사람 중에 아시모프의 작품을 피해가기란 어려운 일이였을 것입니다. 게다가 과학소설의 기본 텍스트들 아닙니까. 아시모프의 작품들은... 제게도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 중 1편인 는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과학소설의 원형이였습니다. 하인라인이나 클라크는 좀 더 나이가 들어서 접했죠. 그리고,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아시모프의 이름을 걸고 과학소설 창작백과가 나왔습니다. 비록 분권이였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한번 출간되었던 적이 있다는 군요. 몰랐습니다. 1부는 '과학소설론'으로 과학소설에서 가장 흔하게 채택하는 각종 배경이나 ..
플루토 Pluto 6 - 테츠카 오사무 지음,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옛날 방식을 고집하느라 격주간지에서 월단위 연재를 하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플루토가 벌써 6권이 나왔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는 아직도 중반. 갈 길이 멀다. 의식이 있는 존재를 함부로 조작해도 되는가?라는 문제는 직접적인 기억 조작이든 일방적인 명령과 세뇌이든, 그 방법과는 상관 없이 인류의 도덕성에 직접적인 질문을 하도록 한다. 테츠카 오사무의 지상최대의 로봇은 인간의 욕망이 실체화한 부질 없는 허영이며, 구차한 희망이 만든 폭력의 산물이였다. 그럼, 우라사와 나오키의 플루토는 무엇인가? '퍼스트'라는 장점은 이미 테츠카 오사무와 함께 천국으로 갔고, 더불어 손 쉬운 해결책도 요단강을 건넜다. 이제 실력을 보여주실 때입..
시리우스 (양장, 한정판) - 올라프 스태플든 지음, 이영기 옮김/오멜라스(웅진) 인간과는 다른 지성의 존재는 ‘자성’이라는 것을 해 볼 수 없을 만큼 타락한 인류의 반면교사(어려운 단어 나왔다)로써 과학소설의 영원한 소재이다. 그리고 대부분 외계인이 맡던 이 배역을 한 마리 개가 맡은 것이 소설 시리우스이다. 요즘 같으면 유전자 조작이라는 기술을 거쳐 만들어 졌을 돌연변이 개 시리우스는 인간의 지성과 늑대의 야성으로 인간과 함께 산다. 그리고 그 삶은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만큼 고되고, 분열적이며, 더럽고, 한심하다. 사랑이라는 억지와 가족이라는 위선이 적당한 위안이 되고, 연민이 뒤섞인 결론이 인류의 자기 합리화를 슬며시 합리화하는 세상. 살아 있지 않으면 이야기도 없는 것이다. 지성적인 타자..
나의 외할머니는 고은분이셨다. 언제나 하얀피부에 어딘가 인형 같은 분위기가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 접하는 할머니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아니 시대와는 조금쯤 비껴 앉은 그런 분이셨다. 속내야 열혈 여장부에 집안을 일으킨 기둥의 주춧돌이셨지만(기둥은 관습적으로 외할아버지가 맡고계셨다) 언제나 '처마' 같은 그런분이셨더랬다. 그러나, 그런 외할머니도 병원이라는 상자안에 갇히자 그냥 그렇게 고깃덩이로 변하고 말았다. 각종 호스와 기계장치에 둘러쌓여 평소의 고은 모습은 간데없고 그냥 그저 숨만 쉬던 멍한 얼굴의 외할머니. 성공률 10%도 안되는 수술에 병원비는 내가 책임질테니 어머니를 이렇게 보내드릴 수는 없다는 막내 외삼촌의 말에 몰래 안도의 숨을 삼키던 '효도의료'의 현장 풍경. 그 기억들이 이 책을 선택하게..
폭력과 상스러움 - 진중권 지음/푸른숲 사실 왠만큼 뻔뻔하지 않고는 못할 짓이다. 욕을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남들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에라도 보헤미안 흉내를 내며 사는 것은 인간관계의 점성이 워낙 강한 한국사회에서는 과감히 '개새끼'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누구인가? 대통령은 나를 '국민'이라 부르고, 의원들은 나를 '유권자'라 부른다. 어머니에게 나는 '아들'이며, 아내에게는 '남편'이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졸지에 '아버지'까지 되고 말았다. 어쩌면 인간이 저 혼자서 정체성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 할지도 모르는데 N이라는 이름을 고정된 의미 없이 사용하려고 몸부림치는 것은 '개새끼의 존재미학'. 복잡한 인간관계의 망 속에서 거기에 걸맞게 처신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개새끼가 되어버리는 사회에..
엔더의 게임 - 올슨 스콧 카드 지음, 백석윤 옮김/루비박스 스타쉽 트루퍼스의 어깨 위. 이건 지휘관의 이야기일뿐 같은 세계를 공유하고 있는 느낌이다.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라면 닐 패트릭 해리스 가 연기했던 칼이 주인공인 상태라고 할까? 헤인시리즈의 설정도 살짝 지나가는 것을 보면 가상일지라도 온전히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 싶다. 하긴 그래서 그짓이 끝없는 로망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누구나 세계를 창조할 필요는 없는 노릇이고 보면 중요한 건 이야기다. 라고 선언해 버리는 것이 편하기는 하겠다. Taste는 라이트. Form은 노벨. Review는 평론가의 능력치에 따라서. 그리고, 번역할 때 고유명사의 의역은 좀 신중하게 했주었으면 싶다. 교훈: "어린이는 천진난만하다."라는 ..
카니발 매지컬 - 살육기술의 니오우노미야 남매 니시오 이신 (지은이), 현정수 (옮긴이) | 학산문화사(단행본) 출간일 : 2008-10-01 | ISBN(13) : 9788925811345 양장본| 636쪽| 186*120mm 니시오 이신의 본격장르소설 헛소리꾼 시리즈가 종반을 향해 달려갑니다. 벌써 5번째 시리즈이군요. 사실 이렇게 꾸준히 나올 줄 몰랐습니다. 결말 못 본 시리즈 번역물들이 워낙 많다보니 '처음부터 기대 안한다' 쪽에 거는 편입니다. 상처 받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이유죠. 이번에도 살인사건입니다. 트릭은 어이가 없습니다. 복선도 꽤 있어서 진상을 알게 되더라도 별로 놀랍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처럼 추리 없는 추리소설. 청춘 없는 청춘물. 로맨틱하지 않은 로맨스 소설입니다. 읽..
괴물의 탄생 - 한국경제대안 시리즈 4 우석훈 (지은이) | 개마고원 출간일 : 2008-09-27 | ISBN(13) : 9788957690871 반양장본| 280쪽| 223*152mm (A5신) 우석훈의 한국경제대안 시리즈 마지막권.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을 뿐만이 아니라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한국자본주의에대한 이야기. 쉽게 쓴다는 것이 논증을 피해가는 것만은 아닐진데, 피한다. 쉽게 쓴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애덤 스미스를 시작으로 존 스튜어트 밀, 마르크스, 왈라스, 케인스를 거쳐 최근 칼 폴라니나 마르셀 모스 등에게서 그 싹을 보이고 있는 제3부문에 대한 논의(공동체, 호혜, 공정 등을 말하는 ‘사회경제’)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일별하고, 특히 제1부..
별을 쫓는 자 | 원제 Eye of Cat (1982) 로저 젤라즈니 (지은이), 강수백 (옮긴이) | 북스피어 출간일 : 2008-09-30 (신간 ) | ISBN(13) : 9788991931442 양장본| 368쪽| 192*132mm "살아서 친디를 대면 할 수 있을 까? 아니, 그만한 성장이 가능할 까? 나는..." 나바호 신화와 SF의 만남. 이라고 하지만 한편이라기 보다는 2편 같은 작품이다. 파괴된 사나이와 타이거 타이거의 오마쥬 부분과 주인공 싱어가 걸어가는 샤먼의 길은 정교하게 한몸으로 엮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질적이다. (독자들과는 미묘하게 다른)평론가들의 평가가 왠지 이해되는 대목. 인문학적 유희는 재미있지만 바로 그 재미가 '미묘하게 다른'의 원인이지 싶다. 아무튼 그가 쫓는게 별은..
작가들의 이름부터 살펴보자. 듀나, 오경문, 이영도, 김보영, 김덕성, 이한범, 고장원, 복거일, 노성래, 신윤수 한국에서 SF 혹은 판타지물을 쓰는 작가들이다. 놀랍지 않은가? 10명이나 모으다니... 이거야 뭐 꿈을 현실로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대단히 척박하다고 알려진 대한민국의 장르문학 전선에서 그래도 글을 완결하고 출간할 수 있는 작가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책을 꼭 사봐야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도 가지게 만든다. 그래서 사서 읽었다. 듀나와 이영도에게는 한표를 김덕성, 이한범, 노성래, 신윤수에게는 응원을 오경문, 김보영, 고장원에게는 시간을 드리고 싶고, 마지막으로 복거일에게는 정치를 권하고 싶다. 대리전/듀나-앤서블을 그렇게도 이용할 수 있구나 오래된 이야기/오경문-창조 신화는 좀 진부하지 않..
사실 다른 말이 필요 없지요. 얼마나 매력적인 제목 입니까? 그리고, 매력적인 제목 만큼 글의 진도도 빠르게 나가는 책입니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정말로 가볍게 술술 읽다가는 나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도착자들이 저지른 자극적인 내용의 살인과 도착증세뿐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프랑스 번역체가 대게 그렇틋 문장의 앞뒤를 주의하지 않으면 도대체 뭘 꾸미고, 뭘 강조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수가 생깁니다. 개인적으로는 질 드 레에 대한 생각이 헷갈리기 시작했으며, 사드에대해 좀 다른 관점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글로 쓰인 똥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라는 문장. 좋찮아요 ㅋㅋ 다만 안타까운 것은 과거의 도착증이 신을 위한 타락과 자유의 의지, 창조적 원천이였다면 현재의 도착증은 사회적인 것으로써 만인의 도착..
세월이 하도 수상하여 이건 좀 통쾌하려나해서 수호지를 읽다. 의기로울 협 俠이라. 사람이 (人) 사람을 끼고 있는 형상(夾)이다. 결국 급할 때 도움이 되고,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협객인데, 읽으면 읽을 수록 드는 생각은 조폭의 의리뿐이다. 탐관오리를 한주먹에 패죽이고 달아나긴 달아났는데 이후에는 어쩌려나 싶은게 거리로 나서기는 나섰는데 이후에는 어쩌려나 싶은 작금의 상황과 닮았다. 세상의 변화는 의기나 의리, 협기나 울분으로는 이룰 수 없는 영역이다라는 사실만 진실로 확인.
인물과사상 10월호의 표지는 김미화. 이 사람처럼 보수적이라도 불합리한 일이라면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많다면 그래도 견딜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밖에 여러 글들이 있지만 일일히 토를 다는 것은 내겐 너무 벅찬일이고, 그럴 필요도 없는 일이다 보니 세상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사서 일독하기를 권할 따름이다. 다만 한가지 '여행의 사고'라는 글은 좀 꺼림직해서 몇자 남기자면 레비-스트로스의 를 걸고 소비되는 여행에 대한 썰을 풀다가 데카르트로 넘어가더니 그에게서 유동성을 이끌어내는 것은 지성 과잉이거나 과시로 보인다는 점이다. 일본의 비평가인 가라타니 고진에 힘입은 바 크다는 이러한 시각은 공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겠는데 "생각한다"는 끝없는 회의여야 하며 "존재한다"는 안주할 ..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1,2권. 군사카스트에 지배 당하는 군국주의 행성이 배경이다. 황제까지 있으니 스타쉽트루퍼스보다 삼하다면 삼한 설정인데, 분위기는 영 딴판. ^^ 사회보다는 개인을, 그것도 엄청 개화된 개인을 다루다 보니 캐릭터의 매력으로 정치적인 배경을 커버해 버린다. 아무리 부조리한 사회라도 지혜와 말빨이 있으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듯이... 아참 권력자에다 현명하고 자상하며 개방적인 아버지도 필수겠군. 단숨에 읽을 만큼 재미있지만 교훈적이지는 않다. 그런건 바라지도 말고 무협지를 볼때처럼 그저 상상의 나래를 펼쳐 즐기면 그만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폴 고갱의 3가지 질문을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풀어 본 로널드 라이트의 책. 우리는 원숭이에서 왔으며 통제할 수 없는 폭주 기관차이고 멸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단다. 이런 젠장~ 구구절절 틀린 얘기는 아니다. 다만 저자가 제시한 과거의 교훈이 어째서 그리도 인간은 무절제한가? 혹은 어리석은가의 설명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 지점은 조르주 바타이유의 '소비의 개념' 어딘가에서 읽은 듯 싶은데, 연결이 막연하다. 다시 한번 도전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동안 그러니까 2002년부터 광장의 힘에 아전인수격인 해석이 분분했었다. 그리고, 2008년. 6년만에 붉은 악마로 대변되는 광장의 힘이 가진 정체성이 거칠게나마 정리되고 있는 분위기다. 긍정적인면도...부정적인면도... 그 무서운 힘. 블랙홀처럼 개성과 인격이라는 것을 한점으로 수렴하는 힘이 원하는 것은 제국주의일지도 모른다라는 우려. 촛불로 대변되는 힘과 민족패권주의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은 아닐것이다. 다만 요즘 보이는 경향성이 무섭다는 것이다. 좀 더 지혜롭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길은 없는 것일까? 그게 문제다. 이 주제에 관한 박노자교수의 의견 서글픈 건 문화에는 압축성장이 없다는 것. 좀 비관적인가? -,.-a
농담하는 카메라라고 해서 농담(濃淡)있는 흑백사진을 찍는 카메라가 아니라 실없는 놀림이거나 장난이라고 주장하는 성석제의 시선(視線) 모음집. 그러나 농담도 보정(gray level correction)을 거쳤다고 해서 결코 농담(弄談)일 수 없는 글과 빈약한 사진은 애초의 기획의도가 뭐였건 성석제의 산문집이며, 제목이 카피라이터의 농담이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재미없다는 얘기는 아니고, 오히려 생활의 싱크로율은 제법 높아서 공감하는데는 무리가 없다는 얘기다. 농담이 아니다.
영화 다크나이트가 각종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보기드문 미국만화책이 출간되었다. 배트맨!! 대한민국에서는 항상 물먹었으면서도 꾸준히 찾아오는 검은 옷의 박쥐새끼. ㅋㅋㅋㅋ 적어도 3명의 로빈과 나이트 윙, 2명의 배트걸, 오라클을 배출한 배트맨이라니... 이것만으로도 흥분 모드.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 방식. 지나 온 과거에 대한 정보 부족. 비싼 가격의 3박자가 척척!! 문화사업이 자선사업도 아니 마당이지만 좀 더 쌓여 있다면, 하는 점이 언제나 아쉬운 다른 나라 만화 이야기.
테드 창이 쓴 10편의 중단편중 하나로 월간 판타스틱 5월호에 개제되었습니다. 시간여행은 SF문학의 오랜 소재입니다. 혹자는 과거로 돌아가서 역사를 바로 잡기도하고, 시간 여행자 자신이 역사가 되기도 하고, 바꿀 수 없는 과거에 좌절하고나 절망하거나 포기하면서 시간 여행에 관한 이야기들의 폭은 넓혀져 왔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회개하고, 속죄하고, 용서 받는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법칙의 한계 속에 있는 인간이 법칙을 넘는 방법은 오직 마음 안에 있습니다. 신을 긍정하든 긍정하지 않든 겸손은 인간이 시간 앞에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미덕입니다. "남은 한편이 궁금한데 이건 또 어디서 구하나..."
아이작이 교양과학 저술가, 아서가 미래학자라면 로버트는 작가다. 내용은 성해방, 정신으로 모든 것을 온전히 이해하는 공감 ‘grok’, 물질문명을 극복하는 정신문화, 사랑과 평화, 바보 같은 서구사회, 공동체생활, 무정부주의, 사랑과 평화. 그러나 무엇보다 공감했던 것은 쥬발 허쇼의 다음과 같은 말이다. "민주주의는 어설픈 제도네. 그렇더라도 다른 제도에 비해서는 훨씬 낫지. 민주주의의 최대 과실은 지도자가 유권자들의 수준을 반영한다는 사실이네. 낮은 수준이지. 하지만 뭘 기대하겠나?"
움베르트 에코의 신간. 나이가 나이니 만큼 '최후의 걸작'이란다. 허허 아무튼 가짜 역사의 진실성에 대한 기약 없는 야부리로 독자를 괴롭혔던 에코가 이번엔 개인의 기억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존재라는 주제를 탐구한다.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사적인 기억들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나는 기억으로 구성된다. 이 시점에서 에코의 메아리는 공식적인 기억이든 개인적인 기억이든 현재의 나라는 환경을 긍정하고, 사랑으로 구원 받으려 한다. 흥미 있었던 것은 두체가 하는 짓이 어쩌면 그리도 전두환과 닮았는지(역사의 순서가 아니라 사적인 경험의 순서로 두체는 전두환을 흉내내는 것 같다) 얌보의 어린시절이 마치 나의 것인냥 이입되던 에피소드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데올로그는 보편적 체험의 테마파크이다.
15년전 파리의 몽빠르나스역에서 밤기차를 타고 새벽길을 달려 몽생미쉘에 갔었다. 수도원 입구에는 굴요리를 파는 레스토랑이 즐비했건만, 도저히 혼자들어가서 먹을 용기도 없고, 해서 수도원에 올라 여기저기 사진만 찍다 돌아왔다. 언젠가는 이 복도, 이 지붕, 이 문양을 내 만화에 담아낼 날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15년후 참 질기게도 돌아다니고 있는 김남희씨의 최신 여행기를 읽었다. 여기가 아닌 저기에 대한 이야기들. 밖에서는 언제나 안을 향하던 마음이, 밖이 그립단다. 그런데 남희님! 보네스에서 당신은 베아트릭스 포터의 이야기를 하며 외로움이 무언가를 낳기도 하는 법이니, 내 외로움도 무언가를 낳을 날이 오리라 믿는다고 하셨죠? 그런데, 혹시 이미 낳아 놓은건 아닐까요? 당신이 꿈꾸던 것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