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나올 줄 알았던 토성 맨션이 한꺼번에 2권이나 출간되었습니다. 2009년에 2권이 나왔었으니 무려 3년만에 부활이로군요. 세미콜론 여러분 감사합니다. 왼쪽에 보이는 그림이 토성 맨션의 설정인 링시스템입니다. 아직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모든 인류는 지상을 떠나서 저 링안에서 살고 있지요. 상, 중, 하로 나뉜 주거지역은 그대로 계급이되고, 주인공은 저 링시스템을 유지보수하는 직업입니다. 주 업무는 창문닦이! 나쁜사람은 없지만 어쩐지 나쁜 사연은 많은 그런 동네에서 링 바깥에서 창문을 닦는 일은 여로모로 좋은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장치입니다. SF라고 하면 일단 배틀을 연상하는 풍토에서 사는 얘기를 담아내는 이런 솜씨는 무척 사랑스럽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얘기도 반복되면 지루하죠. 링안에 살고..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 장정일 지음/마티 이 글은 독후감에 대한 독후감입니다. ㅎㅎ 써 놓고 보니 포스트모던하군요. 1994년에 장정일의 독서일기가 처음 출간되었으니 어느새 2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는 2011년 출간이니 또 다른 한권의 책이 나올때도 되었군요. 대단합니다. 일기라는 형식을 버린 후 장정일의 독서 시리즈는 '인용문으로 구성된 장정일의 주장'이 되었습니다. 물론 초창기 일기라는 형식을 빌어서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이기는 했었습니다마는 그 때의 글들이 장정일이라는 주인공의 일기를 통해 인용문으로 소설쓰기 같았다면 은 보다 직설적인 주장의 힘이 두드러집니다. 그의 주장을 살펴보면 천부인권은 없으며 "인권은 본래 정치적이다."(앤드류 클래펌)랍니다. 막스 베버와 최장집, 박상훈의 ..
SF 명예의 전당 3 : 유니버스 - 로버트 A. 하인라인 외 지음, 벤 보버 엮음, 최세진 외 옮김/오멜라스(웅진) SF명예의 전당 시리즈는 미국SF작가협회 소속 작가들의 추천과 투표로 만들어진 모음집입니다. 앞서 소개된 1,2권이 단편만을 대상으로 삼았다면 이번 3권은 그보다 긴 중편 및 경장편들 중에서 골랐군요. 참고로 미국SF작가협회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편, 중편, 장편의 구분과는 조금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작품의 길이에 따라 short story(단편), novelette(단편 또는 중편), novella(중편 또는 경장편), novel(장편)의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단어 수를 기준으로 하여 short story는 7,500단어 미만, novelette는 7,500~17..
위키드 1,2(합본) - /민음사 오즈의 서쪽에 살고 있는 사악한 마녀의 이야기 는 이상한 책입니다. 독립적이고, 똑똑하지만 외모는 꼴불견인 여자의 인생 실패담이 이토록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니?!! 아시다시피 는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1900년에 발표한 의 스핀오프 작품입니다.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1939년 주디 갈랜드 주연의 헐리우드 영화로 기억하지만 는 자신의 꿈을 드러내고, 믿으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힘을 이미 스스로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진짜 미국적인 첫 번째 동화'라고 일컬어지는 작품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저 멀리 무지개 넘어가 아니라 이미 내게 있다! 그것을 깨닫고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그저 믿기만 하면 된다! 이 얼마나 간편하고 교훈적이며 생명력있는 주장입니까? 굳이 ..
조선의 탐식가들 - 김정호 지음/따비 이 얼마나 매력적인 제목입니까?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지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시도때도 없이 섬세한 맛과 호화로운 음식을 추구하며, 게걸스럽게 많이 먹는 사람들을 추적할 것만 같은 제목. 기기묘묘한 음식과 희안한 식재료를 찾아 온갖가지 요상한 행동을 일삼는 이야기를 기대하고 책을 펼친 것이 당연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저자가 밝혔듯이 조선시대라는 것이 성리학을 기반으로한 사회이고, 글을 쓴다는 지식인들이 음식에 대한 탐욕을 꺼려하다보니 기록이 매우 적습니다. 결론은 조선 선비들의 음식 문화를 써 놓고 탐식가 이야기라고 우기는 상황이 되어 버렸지요. 생각보다 평범한 식단이랄지. 아무튼 그저 옛 어른들은 이런 음식을 즐겼구나라는 측면이 강합니다. 아마도 글쓴이 자신이 음식..
죽도 사무라이 6 -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애니북스 무사는 기본적으로 살인하는 사람입니다. 무사의 능력은 얼마나 사람을 잘 죽이느냐에 달렸습니다. 아무리 사무라이의 도를 외쳐도 사무라이가 계급이 아니라 무사라고 생각한다면 사무라이는 누군가를 죽여야 하고, 또 자기 자신이 누군가의 손에 죽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죽도 사무라이 6권에선 그간 등장하던 명문가의 애물단지. 일명 게 도련님. 미코시 다이자부로가 죽습니다. 평화의 시기에 무사가 되길 꿈꾸던 이 못난 남자가 겨우겨우 무사가 되어 사선에 서는 이야기. 이게 이번 6권의 내용입니다. 죽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죽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아 갈때야 비로소 명검 '쿠니후사'에 실린 혼령을 바라보게 된 바보무사 미코시 ..
제저벨 - 이영수(듀나) 지음/자음과모음(이룸) 듀나의 신간 은 픽스업 소설입니다. 픽스업 소설이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단편들이 유기적으로 묶여 장편의 모양새를 갖춘 소설을 의미하는 것으로 반 보그트의 이나 레이 브래드베리의 같은 책들이 유명하지요. 아무튼 듀나의 은 작가가 창조한 링커우주가 배경입니다. 링커우주란 듀나의 다른 단편집 에 실린 표제작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에 소개되었던 개념입니다. 링커 바이러스로 통칭되는 일군의 우주 바이러스들이 자신과 숙주의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자신과 숙주와 새로운 환경을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우주를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한 세계입니다. 쪼오금 풀어보자면 링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그곳이 어느 우주의 환경이든 그 환경에 적응할만한 생명체로 폭발적으로 진화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북스토리 첫인상은 "에에~엣 경우 이거?!?!" 입니다. 4번이나 영상화 되었다는 것에 비해서는 너무나도 단촐한 이야기입니다. 극단적으로 압축하자면 '여고생이 라벤더향을 맡고 과거로 갔다.'입니다. 사건도 극적이지 않고, 환상특급으로 치자면 메인디쉬 사이에 끼여있는 간식 정도의 에피소드입니다. 65년 발표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어깨에 힘이 빠지는 것을 멈출 수 없습니다. 그러나. BUT! 시간여행과 여고생의 조합은 첫사랑, 추억, 간질거림과 융합하여 다른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나 봅니다. 1972년에는 TV드라마로도 만들어졌고, 1983년에도 영화화 되었습니다. 뭐 제가 본 2006년판 애니메이션 는 정확히 원전을 영상화한 것이 아니라 원작..
가짜 이야기 - 상 - 니시오 이신 지음, 현정수 옮김, VOFAN 그림/파우스트박스 가짜 이야기 - 하 - 니시오 이신 지음, 현정수 옮김, VOFAN 그림/파우스트박스 , 에 이은 니시오 이신의 이야기 시리즈 후속작입니다. 내용은 주인공인 아라라기 코요미의 두 동생 이야기로 상권은 큰동생 카렌이 '벌'에 얽히는 이야기이고, 하권은 막내인 츠키히가 '피닉스'라는 괴이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작. 특히 에서 청소년기의 불안과 방황을 괴이, 즉 요괴에 얽히는 이야기로 풀어내서 재미를 본 니시오 이신이 그저 이야기에 도취되어서 자판이 흘러가는데로 써내려간 이야기라는 느낌입니다. 시리즈 첫 작품의 힘은 떨어지고 이야기만 쾌속질주랄까요. 특히나 정의는 상대적인 것이며, 정의의 아군이라고 자처하는 것이 결국은 정의..
히틀러의 딸 - 재키 프렌치 지음, 공경희 옮김, 기타미 요코 그림/북뱅크 제목이 좀 쎄죠. 그렇습니다. 히틀러의 딸 이야기입니다. 체구도 작고, 피부는 까무잡잡하며 얼굴에 큰 반점이 있고, 다리를 약간 저는 히틀러의 딸 이야기입니다. 이름은 하이디이고, 바로 위에 적은 이유 때문에 세상에 알리지 않고 몰래 기르던 아이입니다. 물론 픽션이죠. 하지만 질문은 무겁습니다. “사람들은 옳은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자기가 옳은 일을 하는지 그른 일을 하는지 어떻게 알까?”라든가, “어떻게 하면 선과 악의 차이를 알 수 있을까”라든가, “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다 틀렸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좋은가?”라든가, “아버지가 극악무도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 그러나 글은 아동용입니다. 5학년 아이..
파레포리 - 후루야 우사마루 지음, 오주원 옮김/세미콜론 아마도 대한민국에만 있는 분류일 것 같지만, 세상에는 카툰과 만화가 있습니다. 만화는 아시다시피 만화인 것이고, 카툰은 대한민국의 성인남녀들이 보시기에 쪼오금 예술적이라고 느껴지는 한컷, 혹은 4컷이하의 만화입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라면. 는 카툰입니다. 사실은 만화지만 말이죠. 후루야 우사마루의 는 일본 대안만화 잡지인 '가로'에 연재되었던 4컷 만화 시리즈의 모음으로 연재지면의 특성 상 시각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파격적입니다. 어떤면에선 진정한 성인만화라고 할 수 있죠. 부조리한 개그를 부조리를 위해 소모하는 만화를 청소년들에게 선뜻 읽히기에는 제 심장이 너무 작습니다. 근친상간과 개복(開腹), 소아 강간, 살인을 거리낌 없이 유희의 소재로 삼아..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22 - 카마치 카즈마 지음, 김소연 옮김, 하이무라 키요타카 그림/대원씨아이(단행본) 한동안 손 놓고 있던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을 정주행했습니다. 장장 10권! 그러나 이제야 1부 끝! 세계 3차대전씩이나 벌려 놓고도 아직 뿌리까지는 가지도 못했고, 이제야 겨우 외부정리가 된 형국입니다. 아마도 평생 연재할 작정인듯 합니다. 헐~ 지난번에 멈췄던 12권이후 전개는 질풍노도! 영국의 쿠데타를 막더니, 그대로 로마정교와 러시아정교회 연합과 학원도시+영국청교가 벌이는 세계대전으로 달려갑니다. 중간에 '하느님의 오른쪽자리'와의 전투도 한계를 모르는 거함거포(?)들의 난전이였고요. 아무래도 카미조 토우마의 진정한 이능력은 오른손의 이메진브레이크가 아니라 튼튼한 몸인듯 싶습니다. 수 미터..
환상문학 웹진 '거울'의 2007년 중단편선입니다. 환상문학 웹진 '거울'은 2003년 6월. 국내 최초로 중단편 소설 중심의 웹진으로 창간되었답니다. 이후 매월 창작 단편, 해외 번역 단편, 리뷰 및 독자 우수 단편을 게재하며 작가 중심의 웹진으로 운영되어 왔지요. 2004년 한 해 동안 모인 창작 중단편을 모아 을 세상에 내놓은 이후로 꾸준히 매해 중단편선을 출간하고 있는 저력있는 웹진입니다. 그 중 2007년 중단편선이 이번에 읽은 입니다. 모두 19편의 작품이 게재되어 있으며 문단이라는 시스템 없이도 작가로 태어난 사람은 작가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수록작은 적어(김주영)의 문이 열린다입니다. 아내를 잃어버리고 미쳐가는 한욱의 이야기라고 단순화하면 재미없지만 두..
창작집단 몽니의 동인지 8호와 9호입니다. 동인지라고 하니 만화책 같지만 엄연히 소설책입니다. 모여서 독서회도 열고, 칼럼도 쓰고, 창작소설도 모아서 종이책으로 내놓은 피(?)와 땀의 결과물입니다. 개별적인 단편의 재미와 수준을 떠나서 이렇게 하나 하나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 집단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히 칭찬 받아야 하며, 칭찬과 함께 관심도 받아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재된 글들은 대부분 환상문학 쪽에 속하는.... 한마디로 장르소설들입니다. 아쉽게도 SF는 드물며 있어도 어딘가 정돈이 덜 된듯한 느낌의 습작들입니다마는 좋아하는 장르의 글을 스스로 창작하려는 열기만은 뜨겁습니다. 그래도 사족을 달자면, 현실은 아니더라도 현실감은 있어야 할텐데 아무래도 그게 부족합니다. 그 점에 있어서는 역시 정..
SF무크지 2호입니다. 지난번 SF&판타지 도서관 이사할 때 구입했습니다. 1호는 품절이더군요. 꽤나 오랫동안 1호가 남아 있어서 언제라도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이벤트는 무서웠습니다. 모든 책은 한정판이였던 거죠. 놓치고 나면 후회하는.... 2호의 커버스토리는 일본 SF문화 이야기입니다.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의 SF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작가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나 특촬쪽이야 워낙 잘 알려진 쪽이라 중언하는 하는 것 같습니다마는 소설쪽은 없던 흥미가 생기는 기획이였습니다. 새삼스럽게 칸바야시 쵸헤이의 의 진행이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와 가 1988년 작품이라는 것을 상기하고 나니 '아차! 이놈의 세월'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아쉽다면... 일본 SF문화의 창시자들이..
미래경 | SF 전문 잡지 미래경 2012년 봄호(03호) 도서출판 42 | 2012-04-27 온라인 구매 가격 : 12,500원(가격 10,000원 + 우송료 2,500원) SF&판타지 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내 유일의 SF 전문 잡지 3호입니다. 일반 서점 구매 불가능하며 SF&판타지 도서관( http://www.sflib.com/request ) 신청 게시판 에서 구입 가능한 책이지요. 그리고, 좋아한다면 그러니까 '진짜' 좋아하는 것이라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증거자료이기도 합니다. 한줌도 안 될 것 같은 SF팬덤과 지를 것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눈물의 은행잔고 시대에 개인 도서관을 운영하고 전문잡지까지 발행한다는 것은 존경스러운 일입니다. 암요~ 3호에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
아, 유럽 - 위르겐 하버마스 지음, 윤형식 옮김/나남출판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위르겐 하버마스의 은 그가 발표한 정치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짧은 글들을 모은 11번째 책입니다. 스승이나 동료학자를 추모하는 글이나 업적을 기리는 강연문, 그리고 국제학회에서 발표한 학술논문 등이 실려 있는 이 책이 정치저작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유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삶과 이론 덕분이겠지요. 제1부 인물의 초상은 1. 초창기 연방공화국의 헤르만 헬러(볼프강 아벤트로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2. 리처드 로티와 긴축의 충격에 대한 환희 3. "...그리고 미국을, 그것의 강건한 민주주의를 정의하는 것"(리처드 로티를 추모하며) 4. 윤리적 물음에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가(데리다와 종교) 5. 데리다의 명료..
언더베리의 마녀들 - 존 코널리 지음, 문은실 옮김/오픈하우스 작가 존 코널리의 중단편선입니다. 총 21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늑대인간과, 흡혈귀, 마녀, 알 수 없는 어떤 것들을 다루고 있으니 '공포' 중단편선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군요. 이쪽 방면으로는 스티븐 킹이 왕이죠. 그리고 읽어 보시면 왜 스티븐이 킹인지 알 수 있습니다. 존 코널리의 첫 번째 단점은 그는 공포의 실체를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상 속에서 혹은 특수한 상황 속에서라도 스티븐의 공포는 알 수 없기에 더욱 무섭습니다. 그러나 존 코널리의 이야기 속에서는 아무리 숨기려해도 작가는 그 정체를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냄새 맡을 수 있습니다. 알 수 없다고 제시된 것이 사실은 알 수 있는 것일 때. 그다지 공포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스피릿 오브 원더 Spirit of Wonder - 츠루타 겐지 지음, 오주원 옮김/세미콜론 SF가 꼭 과학적 근거에 충실해야 할까? 사실은 과학적인 근거보다 미래에 대한 동경과 꿈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면 는 아름다운 만화입니다. 그것도 무척이요. 에테르를 타고 우주를 날아 화성에 가는 이야기에서 "뭐야! 에테르라니! 이런 유사과학을 뻔뻔하게 설정으로 사용하는 바보가 아직도 남아있는거야!"라고 딴죽을 걸기에 앞서, 가슴에 차오르는 것은 소년과학클럽이라는 이름이지만 이제는 늙어버린 몽상가 할배들의 대책없는 장난끼의 반짝거림입니다. 잔선이 많고 압축적인 칸 연출 같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스타일 덕분에 그다지 많은 작품을 발표하지 못한 츠루타 겐지이지만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사람 사이의 ..
로보포칼립스 - 대니얼 H. 윌슨 지음, 안재권 옮김/문학수첩 한줄로 요약하자면 의 심판의 날의 또 다른 버전. 입니다. 핵무기는 사용하지 않고, 기술은 사이버다인보다는 리얼하며, 지성은 조금 더 발달한 형태입니다. 내용 상, 아코스라는 인공지성이 전 세계의 컴퓨터를 장악하고 인류만을 멸망시키려 합니다. 물론 그리 호락호락한 인류는 아니죠. 영국에서 일본에서 미국에서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저항합니다. 이 소설의 장점은 과거의 SF작가들이 상상한 로봇보다는 훨씬 실현 가능한 형태의 로봇들이 인류를 괴롭힌다는 점입니다. 예를들어서 스마트카들이 사람들을 치어 죽이고 다닌다든지 하는 내용은 어쩐지 수년내에 현실화 할 것 같아 섬뜩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뿐이라는 것이죠. 일단 상황자..
新世紀 에반게리온 코믹 트리뷰트 - 영 에이스 편집부 지음, 요시자키 미네 그림/대원씨아이(만화) 요시자키 미네는 커버 일러스트로만 참전입니다. OTL 제가 케로로군의 건담을 향한 일편단심을 쪼오금 만만하게 봤나 봅니다. 우주와 케로로군, 그리고 한별 아씨가 어우러진 에반게리온을 기대하고 구입했는데 그저 천정만 바라 볼 뿐이지요. 히~유 그래도 다행인건 건담 패러디의 대부 토니 타케자키님께서 본인의 에바 패러디물에 케로로군을 출연시켜 주셨습니다. 절묘하다면 절묘한 캐스팅입니다. 게다가 완벽한 케로로 그림체였으니까요. (먼산) 이 책은 16명의 현역 만화가들의 16편의 에바 패러디물과 일러스트로 참전한 3명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참전한 작가들 대부분이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개성을 살린 에바를 내놓고 있..
죽음의 미로 - 필립 K. 딕 지음, 김상훈 옮김/폴라북스(현대문학) 영화 등등.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하는 SF작가 필립 K. 딕의 소설 입니다. 인류가 은하계 곳곳으로 진출해서 수많은 외계 행성에서 생활하고 있는 미래. 사람들은 모두 신과 직접 소통하며 살아갑니다. 신의 실체가 증명된 세계죠. 이 세계에서는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송신기를 이용해 신에게 기도를 보내면 신이 그것을 들어주는 식입니다. 어쩐지 로저 젤라즈니의 에 등장하는 자동 기도 기계가 떠오릅니다마는 이쪽은 주인공들이 인간입니다.약간 부연 설명을 하자면 스펙토프스키의 책이라고 불리우는 일종의 성서를 기반으로 조유신, 중재신, 지상을 걷는자, 그리고 엔트로피의 신적 형상화인 형상파괴자라는 다신교 스타일의 종교가 지배하는 세계이지요. ..
오정호 작가의 의 주인공은 바리스타일까요? 커피일까요? 뭐 일단 등장인물의 직업은 커피집 알바와 바리스타입니다. 초보 입문자가 (약간) 설레는 멘토를 만나서 알콩달콩, 티격태격 연예도 하고, 직업적인 전문가도 되어가는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인 직업계 스토리라인을 따르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연예감정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평범한 아메리카노 같고, 라이벌은 자판기 커피 맛이 납니다. 사람 보다는 커피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깔끔하게 정리된 커피정보 탓이기도 하지만 이야기의 부재 덕이 더 큰듯합니다. 국산 만화앱 중에서도 최상의 퀄리트로 만들어진 앱 덕분에 쾌적하게 감상했습니다. 그러나 이 만화를 앱이 아니라 종이책으로 읽었다면 감정이입할 틈도 없이 진행되는 이야기와 향만 쓸쩍 풍기고는 숨어버리는 ..
홍정훈 작가의 월야환담 시리즈도 나오지 10년이로군요. 여러가지 어른들의 사정으로 시리즈가 중단된 4년을 빼더라도 꽤나 길게 이어지던 시리즈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대한미국 판타지시장의 맨살이기도 하지요. 20만부의 판매고는 책대여 시장이 아직 살아있던 시절에 올린 허상이고요. 아무도 판타지소설을 소장하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현실은 엄혹합니다. 각설하고... 월야환담의 세계는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울 시내에 흡혈귀들이 횡행하고, 그 흡혈귀들의 피와 마약을 칵테일한 '사이키델릭 문'의 힘으로 흡혈귀들을 사냥하는 헌터가 존재하는 이 '미친 달의 세계'의 매력은 도망갈 구석 없이 파멸적이라는데 있습니다. 흡혈귀야 태생부터 타인의 생명을 빨아 기생하는 생명체이다 보니, 착한 흡혈귀 따위야 있을 수 없겠습니..
인물과 사상 3월호 표지인물은 이슈 털어주는 남자 김종배씨입니다. 팟캐스트 시대. 해적방송 전성기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분이십니다. 슬프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힘이나기도 하는 상황이지요. 그저 바라는 것은 이 슬픔이 얼릉 지나가고 지금의 에너지로 바른 언론, 상식적인 언론의 시간이 빨리 돌아왔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김종배씨! 화이팅!" 입니다. 명랑 책갈피 부러진 화살, 부러진 사회 | 서민 부러진 화살의 불편한 점은 화살의 방향이 부당한 학교가 아니라 사법부라는 점입니다. 부당한 해고도, 어처구니 없는 기준도, 황당한 변명의 기염도 모두 사학권력이 저지른 짓인데 화살은 사법부의 판사로 향하고 있고, 모든 비판도 사법부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법부 개혁도 중요한 안건입니다. 그러나 사학권력의 전..
독재자 - 이영수(듀나) 외 지음/뿔(웅진) '독재와 권력'을 소재로한 SF/환상문학 테마 단편선. 환상문학웹진 「거울」과 SF작가 듀나가 펼치는 '독재자' 테마 단편 프로젝트인 이 책은 고대에서 미래,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권력을 집요하게 탐구합니다. 파수 김창규 작가의 '파수'는 끝이 얼마남지 않은 우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우주는 붕괴되어 가고, 그 결말은 수학적으로 명확합니다. 살아 남은 사람들은 파수라는 장치를 조정하며 이미 예정되어 있는 종말을 유예하고 있지요. 세상의 종말 앞에서 서있는 사람들의 애잔함이 너무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심금을 울립니다. 몇편 못 봤지만 김창규작가의 글 중에서 최상급입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무엇이 소수만의 이득이고, 무엇이 ..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슬라보예 지젝 지음, 이현우.김희진 옮김/자음과모음(이룸) 슬라보예 지젝. 어느새 익숙한 이름이되어버린 철학자입니다. 그러나 익숙하다고해서 쉬운 것은 아니지요. 9.11사건 이후 쓴 지젝의 글을 모은 는 쉽지 않습니다. 일단 9.11이후 미국의 변호와 코소보사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등 국제정세의 변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상당히 필요하고요. 그외에도 여러 철학자의 주장들을 당연한 듯이 알고 있어야합니다. 게다가 번역체의 난관도 극복해야 하지요. 다시 말해서 페이지마다 지뢰요, 함정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겨지는 것은 있습니다. 100% 이해를 포기하더라도 아는만큼, 보이는 만큼 전해지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9.1..
미스터리 사이언스 - 파퓰러사이언스 엮음/양문 이 책은 과학잡지 의 ‘미스터리 과학의 세계’에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다시 말해서 '떡밥' 모음집입니다. 목차를 보시면 확실합니다. 01. 세계의 기후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하프 02. 이대로 가면 암컷만 살아남는다 03. 지구의 운명을 쥐고 있는 소행성 아포피스 04.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는 외계문명의 작품인가 05. 음악의 데스노트 9번 교향곡의 저주 06. 신화 속 괴생명체의 실체를 밝힌다 07. UFO를 움직이는 동력원의 미스터리 08. 특정인종만 살상하는 유전자 무기 09. 지구 안에 또 다른 지구가 있다 10. 풀리지 않는 일상의 수수께끼 데자뷰 11. 인간만이 우주의 유일한 지적 생명체일까 12. 뱀파이어, 그들은 실제로 존재할까 1..
공상과학독본 4 - 야나기타 리카오 지음, 김영종 옮김/대원씨아이(만화) 의외로 꾸준히 국내출간이 이루어지고 있는 야나기타 리카오의 시리즈 4번째 책입니다. 이번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1부 그 이야기가 사실인가? 빗자루로 하늘 날기 : 마녀는 빗자루로 하늘을 난다. 하지만 그게 탈것으로 어울리는 걸까? 인류멸망의 위기 : 세컨드 임팩트로 인구가 반감! 장례식과 묘지는 어떻게 하나? 침몰 대륙의 전설 : 태곳적에 태평양 밑으로 잠긴 무대륙. 지금도 해저에서 건재하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괴수의 먹이사슬 : 구돈은 트윈테일을 잡아먹는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일본은 3년 만에 멸망한다! 공포에 의한 백발화 : 왕비 앙투아네트가 닷새 만에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는데, 이 전설은 과학적으로 올바른가? 제2부..
인물과 사상 2012.01 - 인물과사상 편집부 엮음/인물과사상사 어디에는 유행이 없겠습니까마는 인문/사회/비판이라는 영역에서도 분명 유행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80년대에는 학생운동권과는 별개로 치면 (미워도) 이문열의 시대였고, 그 이후 실명비판이라는 깃발을 들고 나타난 강준만의 시대도 있었지요. 물론 아직도 계속 새로운 인물이 나서고 있기는 합니다. 한 때는 진중권의 시대도 있었을 것이고, 김어준의 시대도 지나가겠지요. 이렇게 진보에 심정적으로 동의하고, 수꼴은 싫은 사람들의 정치적인 견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기서 집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한 때 강준만이 갑이던 시절이 있었고, 유행은 지나가고 관심은 줄었지만 여전히 그의 시각이나 시점에 유효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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